제주투데이가 23일을 기해 창간 13주년을 맞이한다. 창간 13주년을 기념하여 최근 원희룡 도정이 제시한 ‘제주형 대통교통 혁신안’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찾아보는 의미로 ‘제주형 대중교통체계 구축’이라는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1. 제주의 대중교통 현황과 문제점
2. 제주형 신교통수단, 왜 트램에 주목하는가
3. 도심 교통체증과 주차난 해소

3. 도심 교통체증과 주차난 해소

원 도정이 지난 1일 발표한 ‘제주교통 혁신계획 고고씽!’에서는 주차난 해소와 보행자 중심 정책으로 2년간의 계획기간 내에 주차면수를 2만대(제주시 15,000면, 서귀포시 5,000면) 확보하고 복층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족한 주차면수를 복층화(주차타워)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발상은 조금은 생각해 보아야 할 듯 싶다. 도심 중심가에 주차타워를 건설하는 것은 오히려 주변지역의 교통혼잡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차난이 일상화되고 있는 원도심지역의 경우 주차장 확보보다는 징벌적 주차요금 등의 정책을 통해 차량통행을 억제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상가나 시장상인 등 부득이하게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인 경우 사전등록제 등의 방식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파리의 공용전기차 '블루카'

프랑스 파리의 예를 들어보자. 파리는 2010년 11월부터 공용자동차 서비스(Autolib)를 실시했다고 한다. 원래 2007년부터 시행하던 공용자전거 서비스 Velib를 자동차로 확대한 것이다. 오토리브는 불어로 자동차를 뜻하는 오토(Auto)와 자유를 뜻하는 리베르떼(Llverte)의 합성어로 누구나 자류롭게 빌려 탈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파리시는 현재 약 1,700여대의 공용전기차를 파리시와 파리 외곽의 1,100개의 대여소를 설치 운행 중에 있다. ‘블루카’란 이름을 가진 이 전기차는 소형 크기이지만 4인승에 시민편의를 위해 네비게이션 등을 내장하고 있다. 도시에서 총 250㎞ 이상 달릴 수 있으며,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시간 정도라고 한다. 전용 주차장이 곧 대여장소이자 충전소 기능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주차걱정도 덜어주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파리 시민의 16%가 자가용을 한달에 한번 이하 꼴로 사용하고, 자가용 유지비는 평균 5,000유로(약 800만원) 정도 되며,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시민의 26%가 자가용을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오트리브 시스템은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가진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이용요금의 경우 1년에 144유로(약 20만원), 하루에 10유로(1만 4천원)의 회원권을 구매하고 실제 운행시간에 따라 추가로 요금을 지불하는데 1년 회원의 경우 분당 0.17유로(238원) 정도라고 한다.

파리시는 블루카를 3,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파리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서울시도 오는 10월부터 전기차 200대로 카쉐어링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시간단위로 필요한 만큼 쓰고 돌려주는 서비스로, 이용요금은 시간당 6천원~1만원 정도로 책정할 예정이고, 시민편의를 위해서 스마트폰앱과 통합정보 사이트를 구축, 실시간으로 전기차 예약이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또한 자가용을 처분하고 전기차 쉐어링 서비스에 가입하는 회원을 대상으로는 연회비 면제, 포인트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성미산 마을공동체와 구로디지털 단지 2속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하여 지역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기 보다는 공용전기차의 도입과 운행을 적극 모색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

원 도정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른바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전기차의 메카’ 등의 모토 아래 전기차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등의 정책은 화석연료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차량 증가 억제와는 거리가 있다. 화석연료차건 전기차건 현 시점에서 제주지역은 차량 증가를 억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제주시 중앙로를 기점으로 한 원도심 지역과 신제주 제원사거리 등 만성적으로 주차난과 교통혼잡구역에 전기공용전기차를 도입해 시범적으로 운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 도정의 교통혁신계획에는 긴급차량 통행권 확보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이면도로 일방통행을 확대하고, 간선도로에도 일방통행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자칫 주변 상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이러한 정책보다는 도심지 차량이용에 제한을 주면서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 대안의 하나를 파리의 공용전기차 ‘오토리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보인다.

이미 런던이나 일본 등 많은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용임대자전거의 경우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기자전거나 전기스쿠터 등으로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의 ‘오토리브’도 ‘벨리브(Velib)'라는 공용자전거 임대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벨리브’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연간 29유로(약 4만원) 기본회비를 내면 파리 전역 1700개 지점에 흩어져 보관 중인 2만3500대의 자전거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 벨리브 보관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도심에서 자전거를 달린 뒤, 자신이 가려는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보관한 뒤 몸만 홀가분하게 이동하면 된다. 30분 이내의 이용시간에 한해서는 추가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촘촘하게 잘 갖춘 파리지만 그물코 같은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공용 자전거다. 각계각층의 파리 시민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서울로 치면 강남구에 해당하는 파리의 부촌인 16구에 사는 마리옹(28)은 “파리에서 이동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 바로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꼽는다. 센생드니 대학의 사회학자 에릭(48)은 “최소 하루에 두 번 벨리브를 이용한다”면서 “코앞에 벨리브 보관소가 있어서 지하철보다 이동시간이 더 짧다”고 말했다. 악명 높은 파리의 교통 정체에 갇힌 승용차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움직일 때 자전거를 탄 이들은 5㎞ 거리를 20분 만에 이동한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목적지에 도착하는 셈이다.

오는 7월 15일에 도입 5주년을 맞는 벨리브의 지금까지 누적 이용 횟수는 1억3000만회다. 지금도 매일 11만회씩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벨리브 운영사 JC드코의 대표 장 샤를 드코는 “이 중 절반 정도가 출퇴근 목적”이라고 슈피겔에 최근 말했다. 벨리브의 장점이 소문나면서 ‘자전거 타는 파리지앵’은 늘어나는 추세다. 매초마다 1대가 대여된다.

벨리브 바람 덕에 2007~2011년 자전거 이용자는 55% 증가했다고 리베라시옹은 통계를 전했다. 파리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 중 벨리브 이용자 비율은 38%에 달한다. 반면 자동차 교통량은 4분의 1쯤 줄었다. 석유에너지에 기반한 교통수단이 아닌 자신의 몸 속에 축적된(!) 지방을 근육운동으로 태워 이동하는 자전거는 도시의 대기를 맑게 하고 지구환경에 부담을 덜면서 기후변화를 막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공용자전거 서비스를 운영 중인 지자체는 34곳으로 늘어났다.

런던의 임대자전거

일본의 자건거 주차장 운영사례는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바가 있다.

일본의 자전거 주차타워

다음으로 보행자 중심의 도로에 대해서 살펴보자. 어느 순간부터 보행도시, 보행자 친화도시, 걷기 좋은 도시 등의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차량이 지배했던 도시 공간을 다시금 보행자가 되찾기 시작하고 있다는 증거다. 

보행도시는 보행이 중심이 된 도시다. 도심으로 진입할수록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도로의 차선뿐만 아니라 폭까지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도심 내 진입하는 차량은 줄어들고 관련 교통시설도 줄어든다. 그리고 그만큼 보행자를 위한 보행자 전용 공간과 시설이 늘어난다.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변화만이 전부는 아니다. 

베를린의 대표적인 보행자 전용 거리 빌머스도르프 거리 (Wilmersdorf Str.)

독일의 도로에서는 교통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그리고 교차로나 T자형 교차로 등 보행자 건널목이 당연히 있는 장소에서는 정해진 장소로 건너야 하지만, 그 외에는 적절한 주의를 기울인 채 도로를 횡단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물론 몇 가지 조건들이 더 존재한다. 차량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횡단보도가 30m 이내에 있을 땐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하다. 벨기에 역시 30m 이내에 횡단보도가 없다면, 도로 횡단이 허용된다. 프랑스는 50m 이내이다. 폴란드와 세르비아는 100m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는 법이 아니기에, 그만큼 각 나라의 기준에 따라 도로 횡단 시설을 적절한 간격으로 설치할 기준이 되거나 보행자가 100, 200m 무의미하게 횡단보도를 찾아서 우회해야 하는 불편을 감소할 법적 근거가 된다. 참고로 유럽의 영국, 웨일스, 스코틀랜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는 자동차 전용도로 등을 제외한 모든 도로에서 횡단이 허용된다.

베를린의 횡단보도 보통 얼룩말 무늬가 없이 횡단보도 구역을 표시하는 점선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장 주변 도로를 막고 사람들이 걸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보행 체험 행사이다. 고가 도로를 폐쇄하고 공원을 만드는 것은 보차분리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차량과 보행자를 서로 격리하는 것은 아주 소극적인 방식의 보행 환경 개선에 불과하다.건전한 보행 도시의 미래는 차량을 아예 배제하거나 차량과 사람의 동선을 아예 분리해버리는 보차분리가 아닌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한 공존이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도시 전역에서 보행자가 우선이 되고, 보행자가 안심할 수 있게 된다.현재 차량 중심의 도시와 차량 운전자 우선의 도로 이용 관습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너무나 불편해 보일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이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경제생활을 할 수 없다.결국 보행도시가 된다는 것은 단순 도시 교통 시스템의 개혁을 넘어서 도시의 사회, 문화, 경제적 활동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걸어다닐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 거리의 횡단 보조 시설 4차선 이상의 도심 도로에는 중간에 보행자를 위한 섬이 있는 경우가 많고, 상하행 차선의 흐름에 맞춰 안전하게 도로를 횡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2015년 1월 한 달간 서울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38명이었고, 그중 보행 사망자는 26명이었다. 2014년 한해 베를린의 교통사고 사망자 52명이었고, 그중 보행 사망자는 21명이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놀랍게도 2013년에 비해 15명 늘어난 걱정스러운 수치였다. 물론 베를린은 서울에 비해 인구가 적다. 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많은 약 350만 명의 시민이 사는 가장 큰 대도시이고, 인구당 교통사고 건수는 독일 내 최소를 자랑하는 보행자에게 안전한 도시이다.

또한, 베를린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주요 장소를 유심히 보면, 카를 리프크네히트 거리(Karl-Liebknecht-Straße), 에른스트 로이터 광장(Ernst-Reuter-Platz), 프린첸 거리(Prinzenstraße), 제 거리(Seestraße), 거대한 별(Großer Stern) 등 차량 운행이 지배적인 장소들이 대부분이다.교통사고는 개인의 부주의 문제도 크지만, 그 부주의함을 보완해주는 것이 사회 시스템이고 도시 환경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8차선 도로를 건널 생각도 하지 않고, 하더라도 부주의하게 건너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네의 골목 그리고 평범한 도시 내 2~4차선 도로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건 부주의한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뿐만 아니라 해당 도로와 주변 환경 디자인 등 도시의 교통 계획의 책임도 존재한다.

보행도시는 결코 자동차를 배척하는 배타적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도시 환경에서 가장 약자인 보행자를 우선으로 하는 도시여야 한다. 지금 보행도시, 보행자 친화도시, 걷기 좋은 도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세계 수많은 도시의 도전이자 유행이다.우리는 대부분은 자동차 그리고 대중교통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된다. 그리고 좋은 도시는 한정된 자원을 현명하게 나눠 쓰며 공존하는 도시였다. 보행자와 차량이 서로를 배려하며 공존하는 좀 더 건전한 도시로 나아갈지, 아니면 서로 적으로 오인한 채 한정된 도시 공간을 두고 싸우며, 서로가 분리된 도시에서 살아갈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원 도정이 내건 제주교통 혁신계획에도 이러한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교통환경에 대한 문제인식이 조금은 비쳐진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 이면도로 일방통행 확대나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등이 그 것이다. 공중보행로 설치와 같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정책도 있기는 하지만.

제주교통 혁신계획에서도 도민 교통문화의식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있는데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편리와 편의만 찾기 보다는 서로가 함께 만들고 공유해나가는 교통문화가 필요하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차량 이용을 자제하고 가급적 보행이나 자전거 등 개인이동수단을 이용함으로써 교통체증과 주차난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가능케하는 대중교통체계의 구축은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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