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야 고치글라'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6일 막을 내렸다. 총 누적 인원 3000명이 함께 한 5박 6일간의 일정은 한 여름의 땡볕보다 뜨거웠다. 제주 둘레로 동진 110.2KM, 서진 98.3KM의 총 200km를 행진하며 그들은 '평화의 장막'을 만들었다. @제주투데이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6일 탑동광장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 1일 제주해군기지 정문에서 출발한 행진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총 200KM의 걸음을 채웠다. 땡볕과 장대비, 아스팔트 도로의 흙먼지를 몸으로 맞으며 디딘 그 걸음들은 어떤 의미일까. 대행진에 참여한 총 누적 인원 3000명. 그들은 "왜" 걸었나.

6일 오후 탑동에서 펼쳐진 ‘범국민 문화제’에서 그들을 만나 물음을 던졌다.

오일화 이사(교육나눔 단체 꿈두레). 꿈두레는 지역아동센터가 모인 단체로, 경기도 성남이 주관해 시흥, 군포, 송파, 부천 등 경기도 5개 지역이 함께 하고 있다. 각 지역아동센터의 중1~3학년 학생들 80명과 이사진 등 교사 40명이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지난 5일과 6일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변상희 기자

-지역아동센터 학생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이유는?

그동안 행진에 지역별 센터에서 참여해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꿈드레 제주청소년 캠프’라는 이름으로 여러 단체들이 함께 모여 참여했다. 테마로 ‘내 인생의 첫 “날다”’를 잡고 아이들이 자유와 평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봤다. 함께 참여한 학생들이 주로 중1~3학생들인데, 개인의 성장도 필요한 때지만 ‘평화’가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화란, 수많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일. 행진이 아이들에게 고되고 힘들었겠지만, 그 기억 안에 아이들만의 방식으로 ‘평화’의 의미가 새겨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희철(중1, 시흥), 김진성(중2, 시흥). 지역아동센터 교육나눔 단체 '꿈두레'에서 마련한 평화를 배우는 캠프로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행진에 참여한 학생들은 '평화'가 무엇인지, 피부로 느꼈다. @변상희 기자

-행진에 직접 참여한 소감은?

말도 안 되게 힘들었다. 근육통이 올 정도로. 4일 늦게 도착해 행진은 5일과 6일 이틀 참여했지만 이런 행진 참여는 처음이라 힘들었다. 그런데 걷고 나니 상쾌하다. 행진에 참여하며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듣고, 다른 지역의 어려운 점들도 듣게 됐는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큰일이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강정의 문제는 10년이나 이어졌다는데, 그동안 몰랐던 일을 알게 되면서 ‘이런 일도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친구들에게도 이번 행진에 대해 이야길 전할 것 같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오늘(6일) 동진과 서진 팀이 제주시에 하나로 만나는 장면이었다. 감동이었고,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정줄리아(아씨씨의 프란치스코 정교 수녀회, 서울). 프란치스칸 정의 평화 창조 보존 질서 위원회(JPIC)로 여러 수도회와 연합해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총 참여인원은 신자와 수녀, 수사 등 56명. 이중 최고령으로 70세 신자도 행진에 함께 했다. @변상희 기자

-5박 6일의 일정을 모두 채웠다던데, 힘들지 않았나?

발병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럼에도 참여하고 일정을 채운 것은 시국이 시국인만큼 ‘연대’를 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러 수도회에서 연합해 수사들, 신자들이 총 56명이 참여했다. 70세 신자분도 계셨다. 이렇게 함께 참여해 같이 걷고 보고 나눈 이유는, 강정의 문제는 우리 다음 세대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문제라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가 걷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힘이 없는 존재지만,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평화를 기억하고 새롭게 일어나고 다시 앞으로 갈 힘을 낸다는 것이다. 지속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위해 걸었다.

강봉수 교수 (제주대학교 윤리교육학과).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의 5박 6일 일정을 모두 완주한 그는 이번이 5번째 참여다. 그는 강정문제는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대행진이 평화의 구심점으로 의미가 널리 퍼지길 바랐다. @변상희 기자

-이번이 5번째 대행진 참여다. 매번 함께 걷는 이유는?

강정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 해군기지는 지어졌지만, 기지 건설에서 있었던 절차의 부당성, 비민주적 행태에 항거하고 강정을 평화의 마을로 만들기 위한 과제가 남아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적극적인 ‘평화의 의미’다. 해군기지가 있든 없든, 평화의 문화 그리고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행진이 앞으로도 계속 됐으면 한다. 평화 문화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행진은, 삶을 돌아보는 일정도 됐다. 다수의 참여자들도 그럴 것이다. 사회의 문제를 얘기하고 구호도 외치며 평화의 의미를 새기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일. 대행진이 평화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박신열 전 대표(부산 얼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 회원과 가족 등 10여명과 강정대행진에 함께 한 그는 "강정은 혼자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연대하고 있다는 걸 '저항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변상희 기자

-부산에서 제주까지 와서 땡볕 아래를 걷는 고행. 왜 걸었나?

개인적으로는 5번째 참여다. 부산의 ‘민들레’와 강정은 인연이 깊다. 부산서 강정 후원 주점을 열기도 했었고 계속 관심을 갖고 연대해 왔다. 왜 걷느냐 묻는다면, 우리는 힘은 없지만 저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을이 해결하기엔 너무 큰 문제. 강정만 감당해서는 안 된다. 함께 하는 힘이 이렇게 있다고 보여줘야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분명 이같은 연대와 평화를 얘기하는 문화는 우리 사회에 반향을 줄 것이다. 강정이 해군기지 문제로 10년을 버텨내며 싸워온 것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준다. 어찌보면 ‘기둥’인 것이다. 대행진은, 비록 내가 걷는 하나의 작은 발로 채워지지만 우리 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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