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양호 신드롬(邊陽浩 syndrome)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변양호 신드롬은 공무원이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만한 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공직사회의 책임회피 또는 보신주의를 뜻한다.

이 말의 어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사건에서 시작된 말이다. 변 국장은 약 4년간에 이르는 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기간 동안 그의 명예는 많이 실추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는 '논란이 있는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확산 됐다.

(좌) 고 변시민 전 제주대 학장 (우) 변양호 전 국장

변 국장은 서귀포시 서홍동이 고향인 고 변시민 국립 제주대 4대 학장(재임 1976년~1979년)의 3남 1녀 중 차남으로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제19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후 여러 곳의 경제 부서를 거친 촉망받는 엘리트 경제 관료였다.

변양호 시드롬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오는 23일부터 삼일간 서별관회의를 국회 심판대에 올린 '조선·해운 청문회' 때문이다.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내건 청문회를 두고 경제부처 한 고위 관료는 "소방대원들을 화재 진압 도중에 불러모으는 꼴입니다. 더구나 '왜 물을 잘못 뿌려 유리창을 깼느냐'는 추궁을 당하면 소방대원들은 아예 물을 뿌리지 않게 됩니다. 괜히 나섰다가 곤욕을 치를 수 있으니까요. 그럼 불은 누가 어떻게 꺼야 할까요"라고 반문한다.

국회에 불려갈 가능성이 높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고위공무원들은 "구조조정 와중에 청문회에 불려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구조조정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공무원들을 무기력증으로 내모는 핵심 세력으로는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이 '1순위'로 꼽힌다. 표심에 급급한 정치권이 포퓰리즘 논리로 관료들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으면 공무원은 하던 일도 손 놓게 된다.

이렇듯 국가 공무원들에게 퍼지는 변양호 신드롬은 지금 남의 일만이 아니다.

제주지역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다. 실무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커졌지만 아직도 보신주의가 팽배하다.

건설업을 하고 있는 김모(45세)씨는 “건설현장에서 파생하는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중재로 해결해야 하는데 업자가 직접 주민과 해결하고 오라고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제주에 2년 전에 이주한 이모(57세)씨는 “아직도 지역 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고 새롭게 창의적인 일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을 꺼냈다.

실제로 도 출자 공기업의 직원들과 일선 공무원들은 "뭔가 열심히 일을 벌이면 도의회와 도감사위에 불려나가는 빌미가 될 수 있다면서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공직사회 분위기도 전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 공직사회도 전 보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도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낮다.

제주출신 변양호 국장의 사건으로 파생된 ‘변양호 신드롬’을 요즘 제주지역 공직사회의 분위기와 함께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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