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휴가를 떠났던 원희룡 지사가 16일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작심하듯 여러 가지 속내를 털어놨다.

원 지사의 트위터에서 캡쳐

지난 주 원 지사는 휴가를 떠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휴가입니다. 독서, 구상 그런거 안하고^^ 게으름 피우면서 푹 쉬고 놀다가 복귀하겠습니다. 셀카놀이중.”이라고 편안하게 적어 놨다. 그리고 자신이 어릴 적에 가끔 갔던 서귀포 시내 솜반천에 수박과 참외 그리고 꽁치김밥(이 꽁치김밥이 서귀포올레시장의 4대 먹거리인 건 아시죠?)을 사들고 그 곳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서귀포시 솜반천에서 휴가 즐기는 원 지사

“서귀포시 도심을 흐르는 하천… 바로 ‘솜반천’이랍니다. 제 어릴적에는 ‘솜반내’라고 불렀었죠. 그때는 서귀포오일장도 바로 옆이었습니다. 하루종일 귀를 찌르는 매미소리와 함께, 동네아이들과 다이빙 시합하고 물장구치면서 살갗이 익어가던 곳. 서귀포는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 맑은 생태하천이 흐르는 곳입니다~^^”

원 지사의 블로그에서 캡쳐

16일 오전 원 지사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최근 기획부동산의 '토지 쪼개기'를 통한 투기 및 난개발 등의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과 관련해, 건축 인허가 등의 공직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휴가를 떠나 게으름 피우면서 쉬겠다던’ 원 지사가 최근 여러 가지 현안으로 휴가 중에도 심기가 편치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주간정책회의 주재하는 원 지사

원 지사는 16일 오전에 주간정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공무원의 업무미숙 또는 편법, 탈법에 편승하는 업무관행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원 지사는 "민선6기 도정에서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그 동안에 잘못된 뿌리 깊은 관행을 뿌리 뽑음으로서 미래의 제2도약을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하는 개혁의 기조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임야와 택지에 대한 쪼개기라든지, 건축 인허가 등에서 있어 당연히 분리 심의돼야 할 것들이 합쳐져서 가는 과정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간부공무원들과 담당자들이 제대로 지적하고 고치려는 치열한 노력이 없었다는 것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특히 "업무미숙 또는 편법, 탈법에 편승하는 업무관행 그리고 공사 구분이 흐려져 있는 유착관계 부분에 대해서는 무관용으로 뿌리 뽑힐 때까지 지도감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 지사는 업무미숙과 관련해 "아무리 우리가 임용된지 몇 달 되지 않고 1,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직업공무원이 업무가 미숙한다는 것은 결코 그건 사유가 될 수가 없다. 프로에게는 업무미숙이라는 변명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라며 "업무미숙 때문에 몇 가지 일들이 벌어졌는데 그런 경우에 몰라서 그랬다 그것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16일 오후엔 도, 행정시 과장급 이상 간부공무원 및 읍면동장 대상으로 제주도민 중심 정책추진을 위한 간부공무원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원 지사는 간부공무원들에게 도정 전반에 몸과 영혼을 던져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원 도정을 집중포화하고 있는 모 일간지를 의식해서 "도정이 이해관계를 갖고 다른 의도로 물어뜯기고, 폄훼당하고, 집단논리에 의해 엉뚱하게 휩쓸리고 있는 데 일부 간부공무원들이 남의 일로 여기고 있다"라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원 도정의 인사정책에 대해서도 "지사가 바뀌었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찍히고, 어떤 사람은 특별하게 우대하기도 하지만 다 비슷하다"며 "과반수는 능력이 있고 책임을 질 줄 아는 공무원이 간부로 중용되고, 나머지는 지사의 색깔에 맞춰 기용된다"라고 최근 언론의 비판을 해명했다.

16일 오전과 오후에 이어진 원 지사의 발언으로 도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모 일간지의 최근 도정 비판 보도에 원 지사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것 같다"라고 하면서 향후 공직사회 대응에 관심을 보였다.

제주지역 여론은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언론과의 민감한 대응보다는 묵묵히 도민을 위한 도정으로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귀포시 솜반천에서 즐겁게 휴가를 보낸 원 지사의 현명한 판단과 정책 추진을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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