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오늘은 그의 이야기다. 하필이면 왜 그인가.

지칠 줄 모르는 치열한 삶, 제주사랑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예사롭지가 않아서다.

동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들에게 신선한 삶의 자극제(劑)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그는 1942년 생이다. 우리나이로 일흔 다섯이다. 황혼녘의 노년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나이는 세상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이는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그의 삶의 궤적이기도 하다.

녹슬지 않은 꿈과 이상, 샘솟는 미래 비전은 아직도 싱싱한 젊음 못지않다.

최근 그는 법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도지사 선거 도전에서 실패한 후다.

지난 1984년 수강하다가 쉬었던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재입학하고 올 2월 졸업, 학사학위를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방송통신대 대학원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원 1학기 학점은 ‘올 A플러스’, 과 수석이었다.

20~30대 젊은 학생 40여명과 겨뤄 ‘75세 신구범’이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래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젊은이들도 혀를 내 두를 정도의 뉴스 메이커다.

그의 학문과 일에 대한 도전정신과 열정과 치열함이 어느 정도인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늦깎이에 법공부인가. 목적은 뚜렷했다.

‘침뜸 법제화’를 위해, ‘침뜸의 제도 의술 진입’을 위해, 법제투쟁에 나서기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그는 요즘 ‘침뜸’에 미쳐 있다. 지난 2년간 세계적 침뜸 시술의 대가 102살의 구당(灸堂) 김남수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 침뜸 시술 공부를 했다.

그리고 구당 선생이 인정하는 ‘침뜸사 자격’도 취득했다.

그래서 건물을 빌어 강의실을 열고 침뜸에 관심 있는 이들을 상대로 이론과 실기 등을 교육 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는 ‘구당 카페’를 개설하여 침뜸 무료 시술 봉사도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침뜸은 서양의학의 해독제’라 했다.

의료 과잉 등 현대 의학에 중독된 사람들을 해독 시킬 수 있는 대안이 침뜸이라는 논리다.

침뜸은 나라 전래의 전통적 정통 민족 의술이다. 수 천 년을 내려 민중의 삶속에 녹아있다.

그런데도 제도권 의료 영역 진입이 봉쇄되고 있다.

소위 현행 의료법을 방어 기제로 삼는 의사·한의사의 완고한 기득권 유지와 탐욕이 침뜸 의학을 배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 세대에 대한 의료 문제가 심각한 국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국가나 가정 경제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침뜸은 이러한 노인 문제나 의료비 급증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다. 비싼 현대의학의 대체의학인 셈이다.

돈을 안들이고 건강을 유지하고 치료 할 수 있는 대안 의료가 침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도 의료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방어벽에 부딪쳐 전통 민족 의술이 제도권에서 내쳐지고 있는 것이다.

의사·한의사의 독점적 수익 구조로 인술(仁術)은 무너지고 돈만 아는 이술(利術)만 견고하게 탐욕의 성을 쌓고 있다는 소리도 있다.

유독 한국의 의료 체계만 그렇다.

중국은 침뜸의학의 메카다. 거의 모든 중의학 대학에 침구학과가 개설돼 있다.

5년에서 7년의 침구과정이 끝나면 자격증을 부여하고 질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침뜸 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본 내 43개 대학에서 침뜸 관련 학과가 개설되고 있다. 국가자격 시험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국가 의료비 부담 해소 방안으로 침뜸의학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신구범 전 지사의 늦깎이 법률 공부는 이러한 침뜸의학의 효능과 실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논문 등을 통해 법제화 운동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당의 침뜸의학은 개인의 건강권 수호를 위한 인권운동과 의료소비자의 의료 주권 회복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차원에서의 침뜸의학은 제주의 무한한 발전 잠재력과 연동돼 있다고 했다.

한 해 수 백 만 명씩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는 침뜸 의료인을 꿈꾸는 전국적 또는 세계적 인재들이 몰려 들 것이고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약초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는 한라산의 생약초와 결합한 ‘침뜸과 한라산 생약 한방’은 제주의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우뚝 설 수도 있다.

신전지사의 구상도 이러한 ‘침뜸과 생약’의 제주한방 클러스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당장 전국적으로 침뜸 의료 행위가 성사 될 수 없다면 우선 제주만이라도 특별법을 개정하여 실시하면 된다고 했다.

제주에 한해  ‘의료법 특례규정(예외규정)'을 두어 침뜸사 자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침뜸의학과 관련한 이러한 열정과 치열함은 제주에 대한 무한 사랑의 표현으로 읽혀질 수 있다.

신전지사의 정책 아이디어나 추진력은 이미 그의 도지사 재임 4년6개월간의 치적에서도 읽을 수 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을 빗대어 ‘제주 지하수를 팔아먹는 신선달이 되겠다’며 추진한 제주지하수(삼다수) 상품화는 빼어난 그의 제주사랑 작품이다.

또 있다. 도민주에 의한 컨벤션센터 건립, 관광복권 발행, 세계섬문화축제, 풍력발전개발, 감귤생산조정제, 노무라 증권 발행(일화 200억엔)으로 인한 20~30년 장기미집행 도로 사업 해결 등등은 빛나는 아이디어와 미래 비전과 밀어붙이는 뚝심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이러한 추진력은 그에게 ‘독선과 오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회고록을 통해 ‘그동안 도민 앞에 범했던 과오와 독선 뿐 아니라 비난·거부·오해·냉소 까지도 녹여낸 고향 제주를 향한 열정과 집념이 여전히 왕성하게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고향 제주에 대한 무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침뜸 사랑도 이와 무관치 않을 터이다. 그는 제주발전을 위한 일에 ‘아직도 목이 마르다’고 했다. 제주사랑의 갈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뜸사랑’과 ‘제주사랑’은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침뜸 법제화’의 꿈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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