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동 '추억의 숲길'은

한라산 해발 450~800m의 국유림 지대에 위치한

서홍동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자 역사의 현장이다.

과거 서홍동 주민들이 다녔던 한라산 옛길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면서

시민의 건강증진과 역사문화 학습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2012년도에 추억의 숲길을 조성하였다.

 

선조들의 멋과 추억이 서려 있는 추억의 숲길은

서홍동 숲길과 한라산 둘레길인 동백길의 편백나무숲을 거쳐

검은오름을 되돌아오는 총 11km구간이다.

서홍동 추억의 숲길은

1115번 도로 솔오름 전망대에서 대정 방면으로 약 2.3km 지점에

숲길 들머리가 보인다.

숲 속을 들어서자 연초록 나뭇잎으로 둘러싼 쉼터가 반겨준다.

이른 시간인데도 30도가 넘는 찜통더위는

숲이 주는 그늘이 더위를 잊게 해주며 기분좋은 아침을 열어준다.

나무마다 예쁜 이름표를 달고 있는 모습에 시선이 멈춘다.

 

완만한 경사의 숲길에는

참나무, 동백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자생하며 울창한 숲을 이루고

동물과 곤충 등도 같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옛 집터, 말방아, 통시(뒷간), 돌담, 사농바치(사냥꾼)터,

돌담을 네모 형태의 우리로 쌓아 만든 목축지 등 생활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우마를 관리했던 서홍동 마을의 공동목장 경계의 담으로

옛선인들의 숨결과 얼이 살아 있는 돌담은 자연스런 멋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관영목장의 울타리 돌담을 제주에서는 잣성이라 하는데

해발 350~450m 일대의 잣성을 '중잣성'이라 부른다.

우마(牛馬)의 목장을 경계하는 '잣담'이라 하기도 한다.

말방아는 곡식을 찧는데 사용하던 연자방아로 제주에서는 말방아라 부른다.

말이나 소를 이용하여 웃돌을 돌려가면서 곡물을 찧어 탈곡하거나 가루를 내었는데

사람이 직접 돌리기도 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 제주에서는 이런 말방아가 마을 곳곳에 있었다.
예전에 제주도에서는 몰고레, 몰고랑으로 불리었고

판판한 알돌과 둥근 웃돌로 만들었다.

통시는 제주에서 변소와 돼지막(돗통)이 함께 조성된 뒷간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주거문화의 요소 중 하나로

마당에서는 직접 보이지 않도록 전통가옥의 한 쪽 옆을 돌아 위치한다.

통시는 음식물 찌꺼기를 처리하고,

농사에 사용되는 유기질 퇴비인 '돗거름'을 생산하는 공간으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사농바치는 사냥꾼의 제주도 방언이다.

예전에 많은 사냥꾼들이 한라산 숲길을 오고 가면서

사냥을 하다가 잠시 쉬어가는 공동 쉼터이다.

오랜 세월 속에 원형은 변형되었지만

제주의 거센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남아있는 사농바치터에서

옛 선조들의 실용성적인 삶을 살았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네 갈래길이 나온다.

한라산 둘레길인 동백길로 이어지는 길과

삼나무군락지~편백나무 군락지~검은오름으로 이어지는 원형의 길(1.8km)이다.

삼나무군락지 방향으로 직진한다.

30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연일 계속되지만

숲 속은 짙은 녹음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간간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작은 바람,

그리고 옷을 적시는 끈적이는 땀방울까지도 기분좋게 한다.

 

이름모를 버섯들의 묘한 매력에 멈춰선다.

햇살이 들어오는 숲 속 낙엽 위로 살짝 얼굴을 내민 키 작은 숲 속 요정들~

마법의 성에 들어온 듯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한라산 계곡을 타고 내려온 물이 솟아나는 쳔연 용천수 생물도는

서홍동 주민들과 사냥꾼, 동물들에게도 식수로 사용되었다.

생물도 위쪽에는 제단이 있는데 한라산의 맑은 물을 바쳐

마을과 가정의 무사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된 수직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올라 숲 속을 찾는 이방인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준다.

피톤치드가 풍부한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짙은 나무향은

더위에 지친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맑은 공기와 삼림욕으로 심신의 안정을 취하며 잠시 쉬어간다.

편백나무는

측백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일본 원산이다.

노송나무라고도 불리는 편백나무는 40m까지 자라고, 마른땅에서도 잘 자란다.

비늘모양의 잎은 2장씩 마주보고 4장씩 모여 달리는데 잎 아래쪽에 Y자형 흰색 무늬가 있다.

4월 한 그루의 가지 끝에서 공처럼 생긴 암꽃과 타원형의 많은 수꽃이 핀다.

가구용 목재로 널리 사용되고 관상수로 심는다.

꽃말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다.

검은오름은 예전에 서홍동 주민들이 집이나 농사 현장에서

한라산을 바라보았을 때 검게 산봉우리처럼 솟았다 해서 '검은오름'이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세월 자연 침식작용으로 현재는 평탄해져 오름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다.

숲길을 빠져나오니 쉼터에서 보이는 바깥풍경이 끔찍하다.

지칠줄 모르는 찜통더위와 열대야~

그만 물러가면 안 될까?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숲 속은

수직의 숲을 만들어낸 삼나무와 편백나무의 맑고 짙은 향긋한 내음은

코 끝을 간지럽히며 마음에 안정을 보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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