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을 일컬어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이라고 했었다. 적어도 20세기 전반까지는 그랬다.

‘현실 도피적’이라는 원래의 부정적 의미를 걷어내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이라 불러 왔던 것도 물욕과 현실적 이해를 떠나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세계에 대한 경외감(敬畏感)의 표현일 터였다.

정말 그런가. 대학이 그렇게 고고한 진리탐구의 전당인가.

그렇다고 똑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대학은 변질되었다.

더 이상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고 사유하고 실천하는 진리탐구의 전당이 아니다.

오늘날 대학의 위기를 지적하는 학자들의 논리에 의지 한다면 그렇다.

이미 돈맛에 길들여져 버렸다고 했다. 기업의 입맛에 맞는 주문 형 인력 양성소로 전락한지 오래라고도 했다.

대학이 계층상승의 통로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과정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은 돈을 받고 학생들에게 지식을 팔고, 학생들은 돈 주고 취업에 필요한 지식을 사는 ‘지식 거래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진리 탐구와 학문 연구’는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자본이 대학을 포획하고 굴종시켜 버렸다.

오늘날 대학의 위기와 부패는 이렇게 돈의 노예가 돼 버린 데 있다. 그래서 더욱 거칠어지고 더욱 문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제주사회를 구역질나게 하는 ‘제주한라대학교’의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의혹도 돈맛에 취한 족벌운영체제에서 비롯됐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와 언론보도, 학생·교수·노조 등 대학 내 구성원들이 제기한 일련의 비리 의혹에 근거한다면 ‘비리 백화점’이나 ‘부정부패 종합세트’라는 험한 말을 들을 만하다.

교비 횡령 및 배임, 농지 편법 취득 등 부동산 실명제 법 및 농지법 위한, 국고 부당 사용, 부정입학, 특별전형 위반, 산업체 위탁생 편법 모집, 학교발전기금 편법 사용, 등 등 등, ‘줄줄이 감자 줄기’같은 재단운영 비리가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족벌체제 재단운영의 횡포, 총장의 독선적 학교 운영과 갑질 논란, 대학 구성원간의 갈등과 분열 조장 등 대학 운영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죽 해야 교수 협의회가 “총장이 교수 업적 평가에서 평소 자신에게 비협조 적인 교수들에게 고의적으로 0점 가까운 점수를 줬다”며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교수 줄 세우기에 항의하는 총장 규탄 성명까지 발표했었겠는가.

이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제주한라대학교와 스위스호텔학교(SSTH·Swiss school of tourism and hospitality)의 공동학위 커리큘럼과 관련해 한라대 졸업생 42명이 등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주지법에 제기하기도 했다.

복수학위라는 SSTH학위는 스위스 정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학위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관련학위가 스위스 정부의 공인을 받지 못하는 학위라면 한라대학은 관련 학위 이수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욕을 들을 수밖에 없다.

또 있다. 지난 1995년과 2004년 애월읍 소길리 소재 47만 평방미터 규모의 토지를 교육용 재산으로 매입했다가 최근 이를 수익용 기본 재산으로 용도변경하려다가 법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교육용 재산을 부동산 투기용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학이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아냥거림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공신력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각종 비리나 부정부패 구조는 한라대학이 더 이상 대학으로서 살아남기를 포기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한라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기보다 온갖 나쁜 일을 꾸미는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대학이나 운영주체는 물론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라대학의 건학이념은 ‘훈회보국(訓誨報國) 인술광시(仁術廣施)’다.

‘가르치고 일깨워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 인류의 발전과 복지를 향한 기술적 공헌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학훈은 ‘지성 창조 봉사’라 했다.

작금의 한라대학 행태와 ‘거창한 건학이념과 고상한 학훈’은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거나 야누스의 두 얼굴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이 같은 냉소적 시각은 한라대학교가 더 이상 일반의 손가락질이나 조롱에서 벗어나 건학이념과 학훈에 걸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의 다른 표현이나 다름없다.

‘비리 또는 부패의 종합 세트’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걷어내고 대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충고인 것이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족벌운영 체제의 해체 등 제살과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살이 돋고 뼈가 바로 설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리 의혹과 부정부패의 중심에 서있는 ‘총장 사퇴‘가 첫걸음 일 수 있다.

적어도 그래야 변화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도민사회에서는 변화를 통해 한라대학이 새로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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