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면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까. 지역별로 다른 체계의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나눔과 배려라는 공통의 목적을 두고 있는 이들. 자원봉사의 현실과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누구보다 열정을 품고 고민을 함께 하는 이들이 제주로 모여 한 자리에 앉았다.

지난 29일과 30일, 제주시 오리엔탈 호텔에서 전국 40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전문가들이 한 데 모였다. 한국 자원봉사의 해를 맞아 마련된 ‘지속가능한 미래, 행복한 공동체’의 전국 자원봉사 컨퍼런스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의 강연과 주제별 자원봉사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채워진 컨퍼런스에서는 자원봉사의 미래를 위한 여러 제언이 쏟아졌다.

컨퍼런스는 전문가들의 강연과 자원봉사자, 관계자들의 주제별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자원봉사가 정의로운 사회의 밑바탕을 채우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위축된 자원봉사를 활성화하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고 의견을 함께 했다.

손봉호 석좌교수(고신대)는 ‘자원봉사와 정의로운 사회’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자발적인 봉사와 기부는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와 국민전체의 행복을 증진, 더 나아가 경제적인 이익도 가져올 수 있다.”고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성수 교수(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는 ‘자원봉사 생태계 진단’의 주제발제에서, 우리나라 자원봉사 참여가 위축되는 요인들을 여러 사회적 환경으로 풀이하고 “자원봉사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시민문화를 정착하고, 정부의 민간지원을 늘리며 공급과 수요처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원봉사자들과 관계자들은 좀 더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시민자원봉사교육 △자원봉사기금 △자원봉사정책 제언 등 주제별로 라운드테이블 방식의 토론을 진행한 자원봉사자들은 자원봉사 기본법 개정이 시급하고 좀 더 현실적인 자원봉사 정책과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자원봉사 기금을 주제로 토론한 한 조는 종합발표에서 “자원봉사 기금은 제도권 내 지원을 벗어나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에서 출연하지만 독립성을 갖춰야 하고, 이를 중간에서 관리할 수 있는 중간지도, 또는 지원기관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자원봉사 기금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본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봉사를 위한 교육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전문가들은 강사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 강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자격증 과정이 필요하다며 강사의 자질과 조건을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자원봉사교육 토론에서 한 조는 “지속가능한 봉사시스템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지만 인력풀도 부족하고, 대상별 전문 교육자도 부족하다.”고 짚고 “청소년과 사회복지, 자원봉사, NGO 등 강사인력풀을 공유하고 기관별 통합 네트워크를 갖췄으면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다른 조는 같은 주제 토론에서 “행사 같은 교육이 많은 게 현실, 그 효과가 과연 있을까 싶다.”면서 “자원봉사 교육은 이제는 시민교육으로 가야 한다. 이해중심의 교육으로 보다 효과적인 교육체계를 잡아야 한다.”고 일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자원봉사교육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토론을 통해 자원봉사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데도 사회적 관심이 모여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초중고 자원봉사활동 평가를 두고 “자원봉사를 평가의 도구로 활용하는 정책은 폐지 또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 “활동기반을 만들어주는 정책에 초점을 두고, 자원봉사의 순수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과 관심이 모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이슈해결을 위한 자원봉사 역할을 주제로 △청소년자원봉사를 통한 교육혁신 방안 모색 △안전사회를 위한 자원봉사자의 새로운 관점-회복적 정의 △빈곤해결 패러다임 전환 등의 각 세션별 토론이 진행됐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컨퍼런스는 계속 이어지는 강연과 토론으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참여자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자원봉사의 미래를 바꾸는 기초 자리라는 데 공감하고, 한 가지 아이디어라도 더 공유하고 제안하는 데 집중했다.

서울에서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제주에서의 자원봉사 컨퍼런스는 특별한 경험이 됐다. 무엇보다 ‘자원봉사’라는 공통된 영역안에서 지역별 활동가들과 만나는 자리여서 특별했다.”면서 “자원봉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도 됐지만, 좀 더 세분화 된 주제 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여러 의견이 공유 됐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견들을 들으며 아이디어도 많이 얻고 간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의 자원봉사 관계자는 “여러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한 데 모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면서 “자원봉사란, 함께 움직이는 것. 함께 의견을 나누고, 토론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의 자원봉사 활동 내용을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앞으로 자원봉사 체계를 잡는 데 큰 바탕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배용 원장(한국학중앙연구원)은 ‘나눔의 리더, 거상 김만덕!’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서 “제주의 김만덕 여사가 남긴 건 자아실현의 의지, 실용정신, 나눔의 합리성 등이다.”면서 “제주에 베어 있는 김만덕의 마음을 가지고 세계화 시대를 연다면 그것이 바로 한류. 그 실천이 영원히 변하지 않길 바란다.”며 전국자원봉사컨퍼런스가 제주에서 열린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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