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두동은 말 그대로 섬의 관문인 머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994년 3월부터 가동돼 벌써 22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제주하수처리장 악취 때문에 최근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하수처리장에는 제주시 19개동 36만6700여명의 하수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고 1일 처리능력은 13만t으로 도내 운영 중인 8개 하수처리장 전체 시설용량 23만1500t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계절적인 영향과 바람 방향에 따라 간혹 악취가 심해 주민들의 불만을 사왔다. 그런데 최근 사상 유래없는 여름철 고온의 날씨 때문에 제주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은 전과 다른 심한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하수처리장 인근 주민은 "최근에 악취가 너무 심해져 생활이 어렵다"면서 "악취 때문에 새벽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하민철 위원장을 비롯해 안창남, 고정식, 강연호 의원 등 4명. 상하수도본부에서는 김영진 본부장과 양병우 하수도부장이 30일 제주시 도두동을 찾아 주민들의 민원을 청취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들에게 그동안 악취 때문에 시달려 왔다고 “제발 살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제주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하수처리 문제는 예산이 얼마가 들어가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전기요금 등 실질적인 보상에서부터 악취 저감을 위한 단기 대책을 빨리 수립해 최대한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7월과 8월 사이 제주하수처리장에 들어온 민원은 7월 72건, 8월 98건으로 하루 평균 2~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심한 날은 하루 7~8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처럼 악취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악취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악취측정은 제주하수처리장이 보건환경연구원측에 의뢰해 하수처리장 부지 경계에서 실시된다. 하지만 작년 12월 이후 제대로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원이 제기될 때 마다 제주하수처리장 관계자는 "최근 두 달 사이 냄새가 심해진 것은 무더운 여름 날씨 때문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문제 원인을 날씨 탓으로 돌렸다.

이날 현장을 찾은 상하수도 본부장은 “악취 저감을 위한 단기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충원도 건의해 놓은 상황이다”라고 주민들에게 해명했다.

제주 속담에 ‘물들어야 보말 잡는다’라는 얘기처럼 요즘 행정은 민원이 붉어져야만 그때 답을 찾으려고 움직이고 있다. 타이밍을 자주 놓치고 있다. 사전에 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제주하수처리장은 이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자주 지나치는 곳이다. 심한 악취에 대한 민원과 불편은 비단 이번 여름철 문제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새겨듣는 행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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