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기도를 하던 중 중국인에게 살해당한 故 김성현(루시아)씨의 손자가 할머니의 운구에 손을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누구보다 애틋하게 가족들에게 사랑을 주며 평범한 어머니의 삶을 살았을 그녀의 삶은 왜 황망한 사건을 겪게 됐는가. @변상희 기자

그러니까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황망한 사건은 우리에게 큰 질문을 던졌다. 지난 17일 중국인에게 영문도 모른 채 살해된 평범한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할머니였던 그녀는, 왜 오늘의 평범한 삶을 더 잇지 못하게 됐을까.

냉정히 말하자면, 우리는 또 같은 사건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분노하고, 충분히 고민하고 ‘마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말이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방향을 가늠치 ‘않고’ 달리는 제주도는, 이제 기로에 섰지만 그마저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사건이 발생한 뒤 행정은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도민들의 목소리 앞에선 ‘주판’을 두들기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9일 외국인 범죄 대책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도민과 관광객의 생명이 보장되지 않는데 다른 가치가 우선될 수 없다"면서도 ‘무사증을 폐지하라’는 여론에 대해서는 “무사증 제도에 손을 대는 것은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인 관광객들과 ‘큰 손’의 투자들은 이미 제주도 ‘살림’의 절대적 위치에 섰다. 불과 몇 년 사이다. 기폭제엔 2002년 도입된 ‘무사증’과 2010년 도입된 ‘투자이민제’가 한 몫 했다. 2005년 중국인 관광객은 11만5000명이었으나 2015년에는 223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그 사이 1000만 관광객을 목표로 하던 제주도는 어느새 연간 1500만명 시대를 바라고 있다.

꿈같은 ‘숫자’ 달성을 이뤄준 누군가의 ‘정책’, 누군가의 ‘방문’에 그래서 제주도민들은 얼마나 반가워하고 있는가. 그 ‘숫자’는 누구의 잔치에 쓰이고 있는가.

제주도에서 발생한 외국인 범죄의 피의자는 2012년 164명이던 것이 2015년 기준 393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중 대다수가 중국인 범죄다. 범죄의 성질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져 폭행, 뺑소니 급기야 ‘살인’까지 다다랐다. 평범한 동네의 한 ‘성당’에서 발생한 중국인 살인사건은 우리의 안전이 어디까지 침해받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래서 나오는 행정의 대책은 좀 더 ‘강화된’ 출입국 심사와 인력 보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강화된’ 출입국 심사란, 현재 양쪽 검지 손가락 지문을 받던 것을 ‘열 손가락 지문’으로 늘리는 것을 말한다. 범죄 발생 시 용의자를 신속히 검거하기 위한 방안이다. 즉, 예방이 아닌 사후 대책인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한 손가락의 지문을 열 손가락의 지문으로 늘리는 단순한 ‘정책’에 있지 않다. 고만한 정책을 ‘특단의 대책’으로 포장하기엔 행정이 봐도 부족하지 않은가. 외교, 관광, 경제까지 주물거리게 된 ‘특혜의 정책’은 왜 건들어 보지도 못하는가. 무엇이 두려운 걸까. 고작, 10년 전 제주로 회귀하자는 목소리에 말이다.

관(官)이 두려워 하는 것은, 모처럼 해마다 빛나는 거창한 ‘숫자들’을 잃을까봐서는 아닐까. 그 숫자가 해치는 도민의 행복할 권리, 평범한 삶을 어제와 다르지 않게 오늘도 이어갈 권리를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그 ‘숫자’를 두려워하는 사이, 도민들은 언제 어디서 황망하고 허망하게 삶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자, 그래서 묻게 된다.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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