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이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

한해 외국인 400만명을 포함한 140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에 몰려오고 있다.

제주는 지난 1980년대 부터 본격적인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신혼여행, 수학여행지로 각광을 받아왔고 외국인으론 일본관광객이 주류였다.

그후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중국관광객이 한 해 300만명이나 들어오고 있고 국내관광객들도 다양한 형태로 탈바꿈됐다.

그러면 오늘날 제주관광을 총체적 난국으로 만든 원인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관광이 제주의 가장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준비하고 대비하는 인프라는 거의 없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30년 전 제주관광 토론회의 주제가 ‘제주관광, 무엇이 문제인가?’였다면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관광,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이 토론의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얼마 전 제주관광의 미래를 묻는 토론회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제주에선 나름대로 관광의 최고 전문가라고 하는 교수, 도의원, 관광관련 업체 CEO, 관광업계 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하루 반나절을 열심히 제주관광의 현재 상황과 문제들을 갑론을박했다. 그러나 제주관광의 미래를 서로 열심히 토론했지만 답은 찾지 못했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사회자가 정리했다. 지금까지 토론회에서 나온 여러 가지 얘기를 토대로 권위있는 외부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겨 제주관광의 미래를 찾자는 것이 결론이었다.

지금 제주관광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제주관광이 이처럼 애물단지가 되고 있을까?

이에 대한 책임은 그동안 관광정책을 이끌어온 제주도가 가장 크고 다음으론 학계, 업계, 그리고 언론도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제주도민 모두가 공동책임일 수 있다.

얼마 전 중국관광객이 저지른 몇 가지 불미스런 일로 도민들이 제주관광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관광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제주남이섬에서 각국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속가능한 관광, 지속가능한 제주섬'을 주제로 제주 관광의 현 실태와 외국의 유사 사례, 그리고 지속가능한 관광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제주다움과 제주관광'(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관광과 자원 한계(강성일 관광학 박사), 제주도 생태문화를 융복합한 마을여행(강영식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 원장), 제주 농촌관광 문제와 대안(안봉수 제주마을만들기지원센터장) 등 대안을 제시하는 발표도 잇따랐다.

이처럼 제주에는 과거엔 몇 사람이 관광전문가였다면 요즘엔 제주관광에 대한 문제를 나열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자칭 전문가 그룹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언론을 통해 문제점만 계속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늦은 감이 있지만 제주관광의 틀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일례로 대기업인 삼성과 LG등은 살아남기 위해 많은 비용과 인력으로 자체 경제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미래를 찾고 있다.

최근 제주도가 궁여지책으로 제주관광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요우커(중국인관광객) 숫자불리기로 전락한 저가 패키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토지잠식, 대규모 카지노 영업에 따른 도박의 섬 우려 등 제주관광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쟁점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가 관광·투자에서 양적보다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항상 입버릇처럼 해온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이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동안 무수히 나온 제주관광의 문제점과 대안들은 제대로 꿰지 못해 모두 버려진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제주도는 제주관광의 대안을 제대로 꿰어갈 획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스템이란 제주관광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내는 ‘전문연구기관’을 만드는 일이다.

여기에 예산과 도내 전문 인력을 포함한 국내·외 인력도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제주관광에 대한 정확한 문제를 찾아내고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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