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삶의 터전인가, 투기의 대상인가’.

지금 이런 논의는 의미가 없다.

이미 투기 대상으로, 가진 자들의 축재 수단이 되어 버린 지가 오래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으로써 땅값이 안정되어 인간적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집 없고 가난한 서민들의 애타는 염원은 말 그대로 공염불(空念佛)이 되어버렸다.

투기 대상 또는 투기 수단으로서의 ‘땅’은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사회양극화 주범이며 경제정의 실현의 왜곡을 불러왔다.

땅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일반적이다. 누구나 체감하고 있다.  공감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투기대상으로서의 ‘땅’이 국경을 허물어 경제적 침탈 수단이 되어버리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거대 중국 자본의 게걸스러운 제주부동산 잠식이 제주경제의 중국 예속화를 불러오고 결국 제주도는 중국의 부동산 식민지, 경제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속과 식민지는 종속과 수탈의 다른 이름이다.

제주도 또는 제주도민이 주인이면서도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 표현이다.

노예로 살거나 종살이 신세를 말하는 것이다.

‘종으로 살 것인가, 주인으로 살 것인가’,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대한 공론 적 자각이 일어서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친 확대 해석이거나 ‘비극적 상황의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코웃음쳐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행되는 현실은 뒷짐 지고 입이나 다시는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제주부동산에 대한 차이나머니의 파상공습이 전 방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융단폭격이라 할만하다.

지난 2008년 기준 중국자본에 팔려간 제주부동산은 2만 평방미터였다. 5년 후인 2014년도에는 이의 300백배가까이 급증한 592만 평방미터다.

휴양체류시설 등에 일정금액(5억원)이상 투자하면 국내거주비자 또는 영주권을 허용하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실시 이후 중국자본의 제주부동산 잠식이나 공습은 더욱 가파르고 거침이 없다.

대상도 해수욕장을 비롯 호텔, 리조트, 상가, 임야, 잡종지는 물론, 변칙적 농지매입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매물이 나오면 부르는 게 값이다. 하마의 식욕을 능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부동산 시장이 경험하지 못했던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당장 부작용과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부동산 값 폭등은 정상적 부동산 시장의 왜곡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아주  사소하고 미시적 예를 든다면 상가를 손에 넣은 중국 자본은 임대상인들에게 ‘돈을 더 낼래?’ 아니면 ‘나갈래?’ 등으로 겁박해 몇 배의 임대료나 전세금을 인상하고 있다.

이것이 제주도가 말하는 ‘양질의 중국 자본’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

제주도 당국은 거대 중국자본 유치와 관련해서 지방세수 확충, 제주관광산업발전, 일자리 창출 등 고용증대 효과, 소득증대를 통한 제주지역 경제 발전과 지역개발 촉진 등을 자랑해 왔다.

일정 부분 긍정한다고 해도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연간 300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숫자만으로는 제주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고 성장 동력으로 볼 수도 있다. 외형상 그렇다.

그렇지만 이들 중국인 관광객 상당수는 제주에 산재해 있는 중국인 소유 관광시설 손님일 뿐이다.

중국자본 소유(대만계 포함) 여행사는 47개소다. 제주전체 여행사 290여개의 16.2%다.

그러나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들 여행사들이 조종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여행사들은 이들 중국자본 여행사들이 감당하고 남은 관광객을 상대로 피 터지는 고객유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자본이 소유한 관광시설은 호텔12개소 일반 숙박시설 14개소, 음식점 49개소, 쇼핑센터 11개소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의 관광시설은 이들 중국자본이 소화하고 남은 부스러기를 줍는 정도다. 그것도 중국자본 여행사에 줄을 대고 모객 수수료 등을 주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 신세다.

중국자본이 제주에서 돈을 벌고 그 돈이 중국으로 되돌아 가는 구조다.

제주에 유치한 중국자본이 제주지역 경제 발전과 제주관광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 중국 자본의 제주투자액은 3조350억원 규모다.

대단위 관광단지 위주의 리조트 등 숙박시설이 주류다.

이들이 모두 오픈 할 경우 제주의 중소관광업체나 영세 관광시설 등이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거대 중국자본 유치가 제주 중소관광업체의 연쇄 도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냥 해보는 엄살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등 고용효과 문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몇 만명의 고용창출 효과(?). 청소부나 관리용역직 일용직 임시직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나마도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로 채워진다면 순수 제주도민 고용효과는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자본(돈)의 생리는 이윤추구에 있다. 욕망의 화신이 자본인 것이다.

욕망을 채우지 못할 경우 가차 없이 노동자를 버리고 지역을 버릴 수 있다. 중국내 경제 사정이 나빠질 경우 제주는 찬밥신세일 수밖에 없다.

“어서 옵쇼”, “쎼 쎼”(중국말로 감사하다는 인사)로 머리 조아리며 중국자본에 아양 떨기 전에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은 경청할 부분이다.

중국자본에 대규모 제주 토지를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임대 조건으로 하여 제주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심상히 넘길 일은 아니다.

종노릇보다는 최소한 주인 행세라도 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상실감이 덜할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 2015년 2월 25일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제주 땅을 말아먹는 거대 중국자본 유치에 대한 경고로 읽혀졌다.

‘중국인을 환영하고 나서 경계하는 한국의 섬(South korean island grows wary after welcoming the chines)'제하의 기사였다.

여기서 ‘중국 자본의 제주공습은 새로운 침략’, ‘중국인의 식민지가 되는 것 아니냐’, ‘강대국의 착취에 대한 공포심’, ‘중국관광객들이 한국을 약소국가로 업신여겨 공중도덕 무시‘,등등 지역주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전달했다.

무력을 통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자본을 통한 중국의 자본식민지 공습을 빗대어 중국 자본의 제주부동산 잠식의 문제를 짚었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 중국 자본의 제주부동산 잠식과 무사증제도, 부동산 이민제의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도민사회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제주도민이 중국자본의 종살이로 전락할 것인지, 주인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대한 도 정책 당국의 ‘대 중국자본 유치 제도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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