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 있어온 언어는 수 만개로 추정되지만 문자로 쓰인 문학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106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아이누어(일본)는 현재 말하는 사람이 불과 5명뿐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제주언어도 5천명에서 1만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어 사라져가는 언어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한국어 사용자는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어 그 수효가 굉장합니다. 또 민족어가 압박받고 금지되는 암울한 시기에도 민족어의 조직과 세련에 기여한 다수 문학인과 문화 실천자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말은 더욱 정련되고 정치해지는 든든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조직위원장 유종호 문학평론가의 인사말로 시작된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사회 김홍신 작가. 전 국회의원) 다음은 대회장 작가 이상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의 인사말로 이어졌다.

"이곳 경주 지진의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갖고 이 대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작년에 이어 이 대회를 여는데는 한글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실질적인 방안 모색과 그 방안을 헌실로 바꿔나가는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회에 참여하신 세계 18개 나라에서 오신 여러분을 비롯하여 50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과 함께 또한 그 밖의 많은 많은 사람들의 힘을 빌어 나라의 영토를 개척하듯 우리는 해나갈 것입니다."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동국대학교 100주년 기념회관"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사단법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주최로 열린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이렇게 "경주 지진의 어려움" 속에 시작되었다.

9월 12일 밤 아홉시, 일본 NHK 텔레비 종합뉴스는 속보라면서 한국 경주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일어났다면서 한국 현지의 생방송을 중계했다. 이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사상 가장 큰 지진이었다.

여진의 진도 5,2 다음에 약 40분 후에 본진 5,8이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본진 다음 여진이 오는데 일본에서도 쿠마모토 지진이 여진 다음에 본진이 와서 그 개념이 바뀌었는데 경주에서도 이 현상이 일어났다.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도 진도 5,8이면 보통 이상의 지진으로 분리된다. 그러나 지진과 더불어 공존하는 일본에서는 지진 대응에 익숙하여 또 다른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다. 진도 5,8의 충격도 컸지만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신화의 붕괴로 앞으로는 진도 5,8 이상의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의 확산이었다. 연일 매스컴은 톱뉴스로 보도했다.

다음 날, 필자는 <세계한글문학작가대회> 사무국에 일본의 예를 들면서 격려의 이메일을 보냈다. 격려해 줘서 고맙다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회답이 와서 감동했으며 마음 놓였다.

신변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 지진 지역을 떠나도록 하거나 지역 내에서도 안전 장소로 피난하도록 행정 당국과 메스컴이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권유가 지나칠 때에는 그 지역의 모든 생활을 위축 시켜버릴 수도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모두가 불안해서 경원하고 피하는 재해 지역을 안전성에 유의하면서 격려차 앞장서서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 지역 주민에게는 그 이상의 위안이 없다. 이번 <세계한글작가대회>가 바로 그랬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정대로 실시한 그 결단력과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여진 속에 성공리에 끝내면서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경주선언문" 체택도 신선하고 돋보였다. 선언문은 5개 항목이었다.

"경주 시민들은 지난 12일 한반도에서 좀처럼 겪기 힘든 지진을 접하고 이후 행사 기간까지 지속된 크고 작은 여진에도 차분하게 손님맞이를 해 참여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글작가들은 얼마간 과장된 피해 보도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약속된 시간에 대회장으로 몰려왔다. 건강 문제로 귀국을 포기했던 한 해외동포 문인은 경주의 지진 소식을 접하고 다시 참가 신청을 하고 마지막 날까지 함께해 동료 문인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나, 우리는 재난의 위험에 처한 시민과 동포와 세계인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구원하는데 이바지하는 실천적인 문학인이 될 것이다."

"하나, 우리는 나라 안팎의 불합리한 제도와 가치관을 개선할 수 있게 지켜보고 기록하는 시대적 사관으로서의 문학인이 될 것이다."

"하나, 우리는 한민족 문화유산의 보고인 경주를 비롯해 세계 인류문화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문학인이 될 것이다." 

"하나, 우리는 재난에 대비하고 이를 극복하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창출하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게 창조성과 상상력을 무한 제공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한국과 세계의 각 영역에서 우리의 뜻을 함께 펼칠 수 있게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연대할 것이다."

이상의 선언문 발췌문이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 속에서 치뤄진 행사라면 대회 내용을 소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싶었지만 행동하는 문학인으로서 지진과의 연관성이 더 중요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큰 지진과 여진 속에서도 경주 시민들의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상과 차분함은 천년 고도의 품위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으며 역사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대회에는 러시아의 고려인 3세 아나톨리 김 작가, 중국의 예자오엔 작가 등 해외 문인을 포함한 18개국 한글작가 84명이 연사로 나섰고 그 밖에 5백여 전국 문인, 3천여 시민들이 참가했다. 

여는 시는 김후란 시인의 "미래의 종소리 크게 울려라" 축시에는 신경림 시인의 "세계한글작가의 날에-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유안진 시인의 "기역 니은 디귿 리을, 한글문학 세계문학"이 있었다.  

토론 주제는 <세계 속의 한글문단> <한글로 문학하기> <한글문단이 나아갈 길> <통일을 준비하는 문학인의 자세> <외국인을 위한 한글과 한국문화교육> <한글문학의 세계화: 외국인이 본 한국문학> 모두 6개 주제였다.

필자는 좌장 장영우 동국대교수의 <한글로 문학하기> 세션이었는데 문학의 언어에도 신토불이가 필요하다면서 어느 민족이든 그 민족이 갖고 있는 고유 언어에는 그 민족의 혼이 서려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발표했다.

동주제 발표에는 명계웅 평론가(미국 동부), 김송희 시인(미국 동부), 서정희 시인(독일), 이승희 시인(미국 서부), 임혜기 작가(미국 동부)가 발표했고, 토론자로 박언휘 시인, 박판식 시인, 김개영 작가가 참석했는데 참가자 중에서 젊은 세대여서 눈길을 끌었다.

23일 밤,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경주시민과 함께하는 한글문학축제(한글문학, 세계로 가다)"에서는 10명의 국내 시인 시낭송이 있었는데, <세계한글작가대회>이므로 명실공히 외국에서 온 문인들에게도 시낭송의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행사 후 밤 나들이는 경주 문인들의 단골집인 서부동 명사마을 앞 선술집 <막걸리농장>에 두번 갔는데 경주의 토속적인 서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박덕규 단국대교수, 이승하 중앙대교수, 성민의 수필가(미국), 호주 미인수필가(명함 못 받아서 이름 잊음:죄송), 이지명 <국제PEN망명북한PEN센터> 이사장, 이정 작가, 경주 문인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김일호 시인, 김광희 시인 등과 짧은 만남이었지만 즐거운 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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