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만 해도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이라는 것이 사람이 경험해야 하는 고통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듣던 바에 의하면 요즘은 군대생활도 예전에 비해 훨씬 편해졌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에 의해 무통분만도 가능하게 되었다. 문명의 진보는 이렇게 하나하나씩 사람의 괴로움을 덜어 주고 있다.

어느 날 독자라는 여성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실연의 고통에서 빨리 헤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실연이라는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괴로운 체험을 왜 그렇게 빨리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되는가.

실연은 치통이나 두통, 신경통과는 다른 무엇이다. 실연이라든가 이혼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는 그렇게 빨리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괴로워함으로써 다음 인생의 비료로 그 사람의 인간성을 살찌게 하는 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실연의 괴로움에서 빨리 헤어나는 법을 배우는 일은 빨리 손쉽게 연애하는 방법을 배우는 생활태도와 연결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괴로움으로부터 빨리 헤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바람이다.

정신의 괴로움을 손쉽게 빨리 해결하는 데도 약간의 의문은 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이 좋은 일이다.

다만 마음의 얼룩이 없이 밋밋한 행복을 과연 진짜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젊은 여성을 위한 잡지에는 여러가지 특이(?)한 기사를 싣고 있다. 예를 들어 유머가 있는 대화법이라든가, 효율적인 첫고백의 타이밍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이런 것들이 과연 즐겨 읽는 내용의 기사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유머 있는 대화법을 익혀서 데이트를 할 때 상대방에게 그것이 먹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유머를 익히는 그 자체가 오히려 우스워진다. 뿐만 아니라 슬프기까지 한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인생 공부의 기초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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