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산간에는 강풍과 6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걱정반으로 새벽 6시에 눈을 떴지만 바깥은 아직까지도 어수선하다.

모든 일정은 취소되었다.

그런데....

벙개소식에 태풍이 남긴 엉또폭포가 궁금해진다.

서귀포휴양림으로 가는 1100도로는 바리게이트가 쳐졌고

아스팔트는 무너져 내리고 도로에 흙이 떠밀려 와 울퉁불퉁 비포장도로가 되어버렸다.

비바람에 못견뎌 나무가 쓰러지고 떨어진 나무가지와 열매들은 널브러져

도로 위 태풍이 남긴 흔적은 아수라장이다.

엉또폭포로 들어가는 입구는 자동차행렬로 주차장이다.

걸어가는 편을 택하고 도로 한쪽에 주차를 했지만

막상 엉또폭포까지 가는 길은 한산하다.

태풍은 분명 지나갔는데 파란하늘이 눈부시다.

도대체 가을은 어디로 갔는지 등과 이마에 땀이 맺힌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엉또폭포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앞서가는 분들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나도 덩달아 걸음이 빨라진다.

초록의 싱그러움, 파란 하늘과 하얀 폭포수가 그려내는 환상의 3중주

폭포가 뿜어내는 굉음과 웅장함, 계곡이 만들어내는 초록의 청량감까지

언제 멈출지 모르는 폭포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보일듯 말듯 계곡의 숲 속에 숨어있다가 폭우와 함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엉또폭포가 갖고 있는 숨은 매력이다.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하얀 폭포는 소를 만들어내고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물방울을 만들어낸다.

셔터누르는 소리도, 길동무의 말소리도 폭포의 굉음에 숨어버렸다.

눈으로 담아보고, 귀로 듣지만

폭포의 웅장함과 굉음을 놓칠까봐 손놀림은 빨라진다.

 

다시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엉또'는 '엉'의 입구라고 하여 불려진 이름으로

'엉'은 작은 바위그늘집보다 작은 굴, '도'는 입구를 표현하는 제주어이다.

높이 50m에 이르는 폭포는 주변의 기암절벽과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폭포주변의 계곡에는 천연난대림이 넓은 지역에 걸쳐 형성되어 있어

사시사철 상록의 풍치가 남국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보일 듯 말 듯 숲속에 숨어 지내다 한바탕 비가 쏟아질 때면

위용스러운 자태를 드러내는 폭포이다.

평소에는 건천으로 물이 없지만

산간지역에 70mm이상 비가 온 후 웅장한 폭포를 볼 수 있다.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하고

삼각대를 좋은 위치에 놓으려고 벌써 자리다툼이 시작된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고

두번째 폭포를 만나기 위해 잰걸음으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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