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이하고 독특한 공연이었다. "제주민요의 제전"이라는 제목처럼 제주민요만을 중심으로한 "제주민요의 밤"이 9월 26일 오사카부 네야가와시(寝屋川市)의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모두 16곡 중에 2곡(금관의 예수. 새야 새야 파랑새야)만을 제외하고는 전부 제주민요와 "목 마르다"라는 4.3진혼곡이었다. 어느 지방이나 지역의 민요만을 중심으로 외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아니 거의 없다.

그렇다고 그 지방, 지역의 행정을 관할하는 도나 지역을 대표하는 제단체, 아니면 어느 기업의 후원으로 열린 제주민요 공연도 아니었다.

제주민요를 사랑하는 순수한 음악가 개인의 정열적인 노력에 의해서,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사카 밤하늘에 불꽃처럼 제주민요가 퍼져나갔다.

더욱 특이한 것은 사회자를 두지 않았고 공연 전이나 공연 후의 세리머니 하나도 없었으며 노래와 반주 이외의 말 한마디 없었다. 오직 멜로디와 노래만이 흐르고 어우러질 뿐이었다.

제주민요만을 공연하는 사연, 민요의 배경 설명도 없었고 입장 때 나눠 준 팜플렛이 전부였다. 너무나 깔끔한 공연으로 신선했고 그것이 이채로워서 돋보였다.

외국에서 한 나라의 전통민요만을 엮어서 공연하는 예는 많다. 이럴 경우에는 주최, 그 나라 정부기관의 후원 제단체들이 줄줄이 팜플렛 등에 나열되어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날의 공연은 그러한 후원 단체는 하나도 없었으며 주최는 "제주민요의 제전 실행위원회"뿐이었으며, 진심으로 고향 제주의 향토민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공연은 제2부로 나눠져서 1부에서는 "한라산 백록담의 노래(노래 소프라노 이민정, 테너 김신규)" "한라산(노래 바스 최대현)" "산천초목(노래 이민정)" "애기구덕 흥그리는 소리(노래 소프라노 김미리, 소프라노 한금옥)" "망건 짜는 소리(노래 알토 강석자, 한금옥)" "사랑가(노래 수프라노 이명옥)" "너영나영(앙상블, 솔로 이명옥, 테너 고원수)" "오돌또기(노래 바스 박근표)였다.

2부는 제주4.3추도곡 "목마르다(피아노 독주 한가야)" "금관의 예수(앙상블, 솔로 테너 전원호)" "이어도(노래 한금옥)" "해녀의 노래(사중창. 이민정, 강석자, 김신규, 박근표)" "진서우제소리(노래 바스 문춘일, 강석자, 전원호)" "이야홍타령(노래 알토 손천희, 전원호)" "법성포노래(노래 최대현, 김신규)" "새야 새야 파랑새야(노래 이명옥)"였다.

출연 성악가 중, 바스 박근표씨와 테너 김신규씨는 현재 제주에서, 소프라노 이민정씨는 유럽에서 활동 중이다. 다른 성악가 한금옥, 강석자, 이명옥, 손천희, 김미리, 김일련, 최대현, 전원호, 문춘일, 고원수씨는 모두 재일동포이며 거의 오사카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공연 이외에 마지막으로 10대 소녀의 열기 넘치는 깜찍한 북춤은 장내까지 열기로 몰아넣었는데 팜플렛에 출연자로서 게재되지 않았었고 또 무대에서도 소개가 없어서 관람자들이 어리둥절했었다.

필자가 그후에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제주민요의 제전"을 지휘하고 총감독을 맡은 제주 조천읍 출신, 음악가 한재숙(83) 선생께 북춤의 소녀에 대해 전화 문의를 했다.

공연 후, 제주 갔다가 태풍 "차바"가 불었던 5일 날 돌아온 한재숙 선생이 북춤의 소녀는, 손녀 한애나(韓愛奈. 18)라고 해서 필자는 놀랬다.

현재 독일에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데 지난 해 연말에는 문화공로자로 독일에서 윤병세 외무부장관으로부터 표창장 받았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한가야 피아니스트인데 일본 도호음대를 졸업하여 독일 후라이부르크음대 유학, 유럽의 각종 음악콩클에서 입상을 하고 현재 독일 카를수루음대 교수이다.

한가야씨는 일본 각지에서 독주회도 열고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전곡의 피아노반주를 맡았고 4.3의 진혼곡 "목 마르다"를 피아노 독주했다. 

"제주민요의 제전" 지휘와 총감독을 맡은 음악가 한재숙씨는 (조천읍 출신) 한가야씨의 부친으로 오사카음악학교(현 오사카음악대학)성악과를 거쳐서 "오사카방송교향악단"의 "춘희"에서 제르몽역으로 데뷰했다.

그후 많은 오페라에 출연했고, 2010년에는 "심청전" 등을 편곡 공연. 토쿄필하모닉, 칸사이필하모닉의 "아리랑의 밤"을 지휘. 현재 "재일민족음악연구회"를 주재하며 다수의 작곡이 있고 부인 현정자씨는 제주 화북이 본적인 화가이다.

"제주민요의 제전"에서 공연한 곡은 "금관의 예수" "새야 새야 파랑새"를 제외한 13곡은 팜플렛에 대역판으로 일본어 번역이 게재되었는데, 김시종 원로시인의 시적인 번역이어서 또 하나의 시집을 연상케 한다. 

공연 관람을 마친 귀로에 필자는 저널리스트 카와세 �지씨, 송우혜의 "윤동주평전" 일본어 번역, 시인 아이자와 카쿠씨, 시인 정 장씨, 주택건설회사 "세키스이하우스"에 본명 취직으로 소송을 걸어서 재일인권문제에 문제제기를 했던 서문평씨들과 이자카야(선술집)에서 마자막 전차 시간까지 공연 감상들과 재일문화론을 꽃피웠다.

작년 8월 한가야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을 제주투데이에 게재했었는데 참고로 첨부한다.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89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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