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숨이 막힌다. 호흡이 가쁘다. 병증이 심각하다.

수용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외형 부풀리기에만 매달려온 개발지상주의 도정 추진이 원인이다.

지난 2013년 8월 13일, 제주도청에는 ‘인구 60만 명 시대 개막’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기념행사를 진행했었다.

당시 도지사는 “전문가들이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인구 60만 명 시대 개막이 7년 이상 앞당겨졌다”고 환호작약했다.

그러면서 “인구 60만 명 시대는 인구 증가의 의미를 넘어 제주의 경제사회적 규모가 커지고 자립경제의 바탕이 되면서 제주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면서 ‘인구 70만 명 시대’도 앞당겨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인구증가를 제주발전의 최고 가치로 삼은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인구 증가와 사회경제적 규모 확대는 상호보완 관계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인구증가에 따른 인프라 구축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위험해 질 수 밖에 없다.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인구 증가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수용능력 부족의 인구 증가정책에 대한 경고음이다.

현재 제주도가 겪고 있는 쓰레기처리 문제의 한계, 하수처리능력 위험수위에 따른 악취 진동, 도심 교통지옥 현상, 부동산 가격 폭등, 외국인 범죄증가 등등의 총체적 난맥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인구는 이미 65만 명을 넘어섰다. 2013년 인구 60만 명 시대 개막 3년 만에 5만 명이 더 늘었다.

이 추세라면 인구 70만 명 시대 도래도 눈앞이다.

그렇다면 인구 60만 명 시대 이후 제주는 어떻게 변했는가.

자립경제의 바탕이 확보돼 경제 성장의 기틀이 다져졌는가.

도민의 삶의 질은 향상 되었는가.

아니다.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작용이 한 둘이 아니다.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우선 집값 등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 왔다.

‘미친 부동산 바람’이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의 왜곡 현상은 심각해졌다.

2016년 전국 표준 공시지가 상승률은 서귀포시가 19.63%, 제주시가 19.15%로 전국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3년과 2014년에 대비하면 6배에서 9배 이상 뛰었다.

차이나머니의 부동산 개입과 인구 유입증가가 만들어 놓은 부작용이다.

있는 사람이야 투전판에서처럼 부동산 투기에 재미를 붙이겠지만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상실감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특히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인구 증가 급증은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 체증의 원인도 되고 있다.

2016년 6월 현재 제주도 등록차량은 45만3778대다. 인구 대비 차량 보유율이 전국 최고다.

2011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제주도 자동차 등록대수의 연평균 증가율(11.9%)은 전국 평균(3.2%)의 4배에 가까울 정도로 자동차 증가 속도가 폭발적이다.

당연히 제주지역 교통 인프라가 자동차 증가세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 6월 기준, 제주공항을 연결하는 도로나 주요 도심 도로의 퇴근 시간대 통행속도는 시속 13.6km다. 서울 도심권역 통행속도보다도 더 느렸다.

“교통 체증이 지나쳐 도심 차도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거나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는 이용자들의 불평과 불만이 거세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 8월 발표 자료에서 2015년 제주지역 교통 혼잡 비용은 4370억 원이라 했다. 4년 전 보다 74% 증가 했다는 것이다.

심각한 교통 체증이 제주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또 있다. 넘쳐나는 쓰레기 처리 난과 감당하기 힘든 하수처리장 과부화로 야기되는 심한 악취와 해양오염 심화는 ‘청정 제주 이미지’를 여지없이 뭉개버리고 있다.

여기에다 중산 간 허리를 잘라내고 짓 이기는 대형 개발공사로 제주의 자연은 누더기가 되었다.

자연파괴와 경관훼손은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 미래비전 가치를 난도질 해버렸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제주가 왜 이 지경이 되어버렸을까.

그동안 양적 성장에만 몰두해 실적위주의 과속 질주를 해온 역대 도정 책임 석들의 뒷감당 없는 한탕주의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쓰레기, 하수, 교통, 주거환경, 사회안전망 등 절대적 민생 인프라 구축 보다는 성과주의에 매몰돼 과욕을 부렸던 정책 책임 석들의 무능과 무소신 무책임이 낳은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병이 깊어가는 제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놔 둘 것인가.

숨고르기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곪은 부위는 고름을 짜 내고 살을 발리고 뼈를 깎는 혁명 수준의 처방전이 필요한 것이다.

말만이 아니라 몸을 던져 실천하는 과감한 ‘제주도 대혁신 프로젝트’가 요구되는 것이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몸을 던져야 될 것’이라는 도민 적 주문이 그렇다.

개혁성향의 원희룡 도정의 젊은 리더십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7일 제주도를 상대로 한 국회 국토위 국정 감사에서도 ‘현재 겪고 있는 제주의 총체적 난국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쏟아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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