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6일 오전, 일본 NHK 방송국에는 백 건을 넘는 항의성 불만 전화가 걸려왔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원폭(원자폭탄)의 날> 평화기념식전을 TV로 생중계했는데 간 나오토 수상의 인사가 끝난 8시 38분 이후 중계를 끝내버렸다.

기념식전에는 처음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대사가 참가해서 획기적인 기념행사라고각 미디어들은 사설까지 쓰면서 높게 평가했다.  

간 나오도 수상의 인사 다음은 반기문 유앤 사무총장의 인사 차례여서 일본 국민들은 어떠한 메시지가 들어있는지 그 인사를 듣고 싶었는데 방송을 중지했기 때문에 빚어진 불만의 전화였다.

전국 중계는 하지 못했지만 히로시마를 중심으로 중국지방(한국의 영.호남지방처럼 지역성 명칭)에서는 마지막까지 중계를 했다.

한국 출신의 반기문 사무총장의 기념식전 참가의 결단력은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인한 전쟁 종결론에 민감하고 미묘한 견해 차이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양손을 들고 그의 리더십을 환영했다.

한편, 지난 10월 1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워싱턴 열린 미주한인위원회 주최 "전미한인 리더십 콘퍼런스" 특별 연설에서 자신의 좌우명이라면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인용했다고 한다.

2015년 8월 4일 오바마 대통령 생일 때 반 총장은 한자로 "상선약수"라고 쓴 휘호를 선물했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사자성어로서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겸손하여 다른 천연계와 다투지 않고 부드럽고 따뜻하여 방해하는 친구들도 포용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전미한인 리더십 콘퍼런스" 연설에서도 물은 부드러운 힘을 상징하고 생명이자 평화이며 인간의 존엄성이며 유엔에서도 이를 적용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일본에서도 처음과는 달리 중국 전승절 참가 등으로 낮아진 편이었지만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좌우명이다.  

반 총장 자신은 내년 대선의 출마 여부를 닦부러지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론 조사마다 대선 지지율 1위인 그의 출마설을 부정하는 한국인은 드물다.

"출마한다면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 나라의 품격을 위해서라도 출마하지 않는다고 본다."

9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견해였다.

품격 발언은 "1946년 유엔 창설 당시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사무총장은 각 정부의 비밀 상담역을 하기 때문에 퇴임 직후엔 어떤 정부 자리도 총장에게 제안해선 안 된다."

"본인도 그런 제안을 받으면 안 된다고 못박아져 있다면서 반 총장에게 대선 후보를 여당이 제안해서도 안 되고 반 총장이 그것을 받아도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월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유엔 한국 대표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꺼냈는데 오준 유엔대사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총회 결의는 권고적 성격이고 퇴임 직후라는 표현이나 결의안 취지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당사들이 판단할 문제이며 사무총장을 역임하고도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고 출마한 사람도 있다."

유엔 4대 사무총장 오스트리아 출신 쿠르트 발트하임은 198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되었고 5대 사무총장 페루 출신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는 1995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의 품격을 놓고 반 총장의 대선 출마 반대 표명에는 우국충정으로서 높게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담당 유엔대사까지 문제시 삼고 있지 않고 전례도 있는데 계속 집요하게 들추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대선 후보 제1순위로서 문재인 전 대표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대세론이 역전 된다고 해도 반기문 사무총장을 영입할 수 없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지지율 제1의 그의 대권 출마설은 위협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최대 업적중의 하나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배출이다. 당시 사무총장 후보의 지역 안배와 유엔 상임이사국의 이해 관계가 일치했다 하드라도 그 업적은 무시할 수 없다.

친노 세력이 더불어민주당 집행부의 주류를 차지한 상황 속에서 자신들이 정권을 잡은 참여정부 때 적극적으로 밀었던 반기문 사무총장이다.

이제 와서 국가 품격이라는 이상론을 들추면서 그의 대권 도전설을 집요하게 견제하는 것은 토사구팽이 아니라 위협을 느낀 끌어내리기이니 아이러니다. 

반 총장 대권 도전에는 여당 영입설이 지배적이지만 대권 잠룡이 야당보다 난무하는 여당의 정치가들은 자성해야 한다. 아니 여당만이 아니고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직업을 정치가로 삼는 그 많은 정치가들이 최고 권력의 대권에, 직업 외교관으로 일관해 온 반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율을 앞서지 못하는 정치 불신은 자업자득의 산물이다.

물론 반 총장에 대해서는 아직 정치가로서 검증되지 않는 후보자의 한 사람이라고 과소 평가할런지 모른다.

대권 후보자로서 공식적으로 나설 경우 그에 대한 검증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보다도 치열할 것이다.

검증을 빙자한 과장된 음해성으로 뜻하지 않는 선거 결과를 빚어낸 예들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는 회의적이었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세계적 지도자가 국내 선거에서 검증이라는 흠집 찾기에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만에 하나 휘말리게 되면 그 이미지 실추는 국가적인 손실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최악이라는 힐러리 클리턴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토론회에서 정책 실종 속에 서로간의 저질의 비난과 흠집내기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지금도 필자가 바라는 반 총장은 미국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과 같은 역할이다. 도덕정치와 인권 후진국의 인권을 위해 노력했던 현직 때보다 퇴임 후의 활약이 세계 평화에 큰 기여를 한 공로로 카터 전 대통령은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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