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91년부터 고교팀 맡아 지도자 생활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체력,
포기하지 않는 끈기,
골에 대한 집념, 늘 강조


삐∼익, 심판의 휘쓸. 거친 숨소리가 녹색 그라운드를 뒤흔든다. 투혼의 90분. 부딪치고 넘어지고, 그때마다 땀방울이 솟구친다. “슛 골인!” 그 속에 승리가 있고 패배도 있고 한숨 섞인 좌절도 있다. 이어지는 새삼스런 깨달음, 공은 둥굴다!

제주제일고 축구부 김희천 감독(48)은 제주출신의 첫 국가대표 골키퍼다. 40대 이상이면 '김희천'이름 석자를 모두 기억한다. 70년대에 한국축구가 아시아의 호랑이로 주가를 한창 높일 때 차범근·허정무·조광래·김진국 등과 함께 그의 활약상이 축구팬 뇌리에 각인돼 있다.

김 감독은 축구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 축구로 끝날 정도로 30여년 동안 오직 둥근 공만 생각했다.

김 감독은 1991년 제주제일고 축구부 감독을 맡고 그 해 가을 제35회 청룡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1993년 제1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 4강, 1998년 제6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도내 고교 축구팀가운데 단일 팀으로서는 처음으로 전국 정상에 올라 제주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골문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는 침착함과 순발력, 공격수의 움직임을 간파하는 한 박자 빠른 판단력이 요구된다. 골을 넣는 일은 공격수가 할 일이지만 골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 든든한 힘이 된다.

골키퍼는 그러나 상대방 공격수들의 퍼붓는 슛을 막아내면서도 빛을 발하기 보다 한번의 실수로 실점을 하게되면 비난이 쏟아지기 일쑤다.

또 공격수는 여러 차례 슛을 날리다 단 한 골을 뽑아 영광을 차지하겠지만 골키퍼는 한번의 실책으로 공든 탑이 무너지게 되고 각종 대회서도 개인 수상자에서 제외되는 게 다반사다.

김 감독은 한국축구 수문장으로서 느꼈던 골키퍼의 설움을 알고 후배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도내에서 개최되는 백록기 축구대회를 통해 우수 골키퍼를 선정, 지난 1994년부터 매년 상패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김 감독은 한경면 고산리 출신이다. 김 감독은 제북교 6학년 때 처음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부모 몰래 축구를 했기 때문에 유니폼을 장독대 뒤에 숨기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큰 키 덕분에 골피퍼를 맡았고 오현중을 거쳐 오현고 1학년 때 축구명문 동북고로 전학한다.

고교 졸업 후 김 감독은 한양대와 공군, 기업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특히 대학 재학중인 75년 국가대표 골키퍼로 발탁돼 6년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었다.

1978년에는 제8회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 공동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표팀은 예선 C조에 편성돼 바레인, 쿠웨이트, 일본을 차례로 격파, 조 1위로 준결승 조리그에 오른 뒤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을 누른 후 결승에 진출했다. 북한과는 연장전까지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끝내 0-0무승부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83년 현역에서 은퇴, 일본체육대학원에서 3년여동안 축구수업을 쌓은 뒤 19986년부터 지도자로 변신해 1987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청소년 대표 코치와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 코치를 역임했고, 동북고·보인상고를 맡다 지난 1991년부터 고향으로 내려와 제주제일고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제주체전 때는 제주고교선발팀을 맡아 준우승을 이끌어냈다. 당초 제주선발의목표는 결승 진출. 목표는 이뤘으나 내심 결승에서 수원공고를 이겨 금메달을 기대했다. 김 감독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경기였었는데, 선수들이 평소 갖고 있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그가 제주제일고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그동안 배출해낸 K-리그 선수들도 많다. 윤재훈(울산 현대)와 박상인·허제정(포항 스틸러스), 강준호(안양 LG), 고범수(성남 일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 이 가운데 박상인과 허제정, 고범수는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체력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 골에 대한 집념을 늘 강조한다. 결과는 땀 흘린 만큼 나온다는 것이다.

프로필

-생년월일=1955년 10월19일
-학력=제주북교-오현중-동북고-한양대
-경력
·제8회 방콕아시안게임 축구 우승(1998)
·제주도축구협회 이사(1998∼)
·제주도축구협회 경기이사(1998)
·제주제일고 축구부 감독(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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