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단체별 자원봉사만큼이나 자원봉사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게 바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다. 기업이 가진 재능을 적재적소에 ‘자원봉사’의 형태로 공헌하는 일. 기업의 입장에선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 좋은 ‘홍보’가 되고, 지역의 입장에선 부족한 자원봉사 자원을 적절히 ‘공급’받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의 자원봉사, 즉 사회공헌활동은 매해 다양한 형태로, 번지고 있다.

제주지역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적 영역이 미치지 못한, 그러나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 기업의 도움이 전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5일 도내 13개 기업과 ‘자원봉사 인증기업 사회공헌활동 공동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참여한 기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국민건강보험제주지사, 국민연금제주지사, 한국공항공사제주지역본부, 농협중앙회제주지역본부, (주)제주은행, (주)대경엔지니어링, (주)호텔신라제주면세점, 렛츠런파크제주지역본부, (주)냉동물류, 제주관광공사, 이니스프리, 더케이제주호텔(주) 등이다.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5일 자원봉사인증기업 13개 기업과 '사회공헌활동 공동협약식'을 가졌다. @도자원봉사센터

제주도가 자원봉사 인증기업을 발굴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첫 해 9개 기업을 인증한 것에 이어 올해까지 13개 기업을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으로 인증했다. 기업봉사단의 사회공헌활동을 ‘네트워크화’해 전문적인 자원봉사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다. 인증기업 선정 기준은 자원봉사 수공기간이 3년 이상으로 지속적인 봉사와 자원을 해온 기업이다.

제주도자원봉사센터는 이들 기업과 공동업무 협약을 맺고 △기업전문자원봉사 인력은행 운영 상설화 △기업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 네트워크 체계 구축 △참여 기업 분기별 실무자 정기 간담회 추진 △재난-재해시 전문봉사자를 파견할 수 있는 운영기구 상설화 △도내 환경-사회복지 수요처 및 기관, 시설 연계 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창덕 국장(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은 이날 협약식에서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본적인 목표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적극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제주도내 많은 기업들도 다양해진 재능 나눔과 기부를 통해, 기업의 전문인력을 활용,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기업들의 자원봉사는 어떤 모습?

기업의 자원봉사는 나날이 그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초창기 ‘착한일’에 머물던 봉사가 ‘적합한 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돕는 서비스에서, 이제는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자원봉사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활동의 일환’이라는 인식에서, 자원봉사의 ‘한 영역’으로 그 중요성도 따라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지역 기업들의 자원봉사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지부의 누리地 봉사단이 지난달 5일 별도봉 일제동굴진지를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지부

지난 9월 5일, 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지역본부는 별도봉 일제동굴진지를 찾아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 본부의 직원들로 구성된 누리地 봉사단은 이날 별도봉 산책로 주변 쓰레기 줍기와 일제동굴진지 주변 수풀정리를 했다.

같은 달 25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사는 제주시 대정읍 일과리를 찾아 경운기와 예취기 등 각종 농기계 무료 수리와 노후 가옥 보수 등 회원들의 재능을 기부했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숙련기술인인 제주도 기능선수회원들과 한전한마음봉사단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매해 2차례 숙련기술봉사활동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부와 제주도 기능선수회원들이 제주시 대정읍 일과리를 찾아 재능 기부를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주지부

이어 27일에는 호텔신라가 태풍 ‘차바’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 중 하나인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2리를 찾아 ‘맛있는 밥상’ 나눔 봉사활동을 가졌다. 지난 2014년 호텔신라가 사회공헌활동으로 시작한 ‘맛있는 제주만들기’로 재기에 성공한 식당주인들이 봉사모임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돕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 노인회관 등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드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호텔신라가 태풍 차바 피해를 입은 서귀포 신례2리를 찾아 '맛있는 제주만들기'로 재기에 성공한 식당주인들과 '맛있는 밥상' 나눔 봉사활동을 가졌다. @호텔 신라

이외에도 제주에 소재한 여러 기업들이 도움이 필요한 기관과 ‘1사 1촌’을 맺고, 정기적인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왕이면 그들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이왕이면 수요자가 ‘꼭 필요한’ 일에 힘을 부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회공헌’이 더는 순수치 못하다는 시선을 벗어나 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살리는 사회의 ‘소셜 임팩트’가 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수눌음, 지역 자원봉사의 든든한 밑거름 되기

전문가들은 기업의 수눌음이 지역 자원봉사 자원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 위해선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다고 평가한다. 꾸준히 자원봉사를 이어오는 기업을 ‘인증’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 것도 몇 해 되지 않고, 또 기업과 수요층을 이어주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투자에 비해 사회적 지지나 공감도가 약한 것도 문제다. 2013 제일기획 조사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71.2%나 되지만, 응답자 중 28%만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 공헌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지역은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이 그 빛을 제대로 집중받지 못 하는 형편이다. 기업이 적기도 하고, 그 규모가 두드러지지 않아 그들의 사회공헌이 도민의 인식에 영향을 주기가 사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각 분야별 자원봉사를 이어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생색내기용 활동이라 치부하기 전,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체계를 마련할 때 자원봉사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는 이유다.

윤순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규모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변화로 “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와 “서로 윈윈(win-win)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솔직히 공유하고 협력 포인트를 찾아가는 파트너십이 강화돼야 한다.”(조선일보 10.25, 기업자원봉사 분석 특별좌담회)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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