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큰노꼬메는

말굽형(북서쪽) 형태를 한 표고 833.8m, 비고 234m이다.

전형적인 이등변삼각형의 모습을 한 큰노꼬메의 위엄과

이웃한 다정다감한 족은노꼬메는 정답게 마주 앉아 있어서 '형제오름'이라고도 부르고

멀리서 보면 오름 모양새나 형체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모습이 하나의 오름으로 착각이 든다.

오름에 사슴이 살았음에 연유하여 녹고악(鹿古岳, 鹿高岳),

사슴과 개의 형국에 비유하여 녹구악(鹿狗岳)이라고도 한다.

커다란 몸집이나 위용으로 볼 때 서부 오름을 대표할 수 있는 오름이라 할 수 있다.

노꼬메오름은 큰노꼬메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찍이 '놉고메'로 부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노꼬메'라 불리운다.

뾰족하게 도드라진 오름이 큰노꼬메오름이고,

경사가 낮은 것이 족은노꼬메오름이다.

 

큰노꼬메오름까지는

소길리공동목장 입구 농로따라 1.5km를 가면 주차장이 보이고

정상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아침햇살이 숨어 있어 중산간의 아침은 제법 쌀쌀하다.

한가롭게 아침산책을 나온 말가족들이 평화로워보인다.

이방인의 방문에 다가오는 건장한 말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상쾌한 공기와 뺨에 닿는 작은 바람,

숨을 들이쉬면 구수한 말똥내음까지도 아침이 주는 기분좋은 풍경이다.

 

길가로 나온 가울들꽃들이 반겨준다.

거센 바람에 처참하게 부러진 소나무

태풍이 남기고 간 흔적은 이 곳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평지와 같은 오솔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가파른 계단이 연이은다.

숨이 차고 등줄기에는 땀이 흘러내릴 즈음 제1쉼터를 만났지만 잠시 숨만 고르고

다시 비탈길을 지나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벅참을 느낄 즈음

제2쉼터가 눈에 들어온다.

태풍의 흔적은

마른잎을 일찍 떨구어내고 앙상한 나무가지를 남겼다.

그래도 군데군데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살짝 보여

가을의 정취가 물씬 배어난다.

내 허리에 닿는 제주조릿대에 밀려나 가을꽃들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숲길을 벗어나고 소나무림을 지나 등성마루에 오르면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은빛억새의 춤사위,

부드러운 능선의 한라산과 대평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자연이 그려내는 혼이 담긴 예술품, 아름다움의 극치 

여기가 무릉도원인 듯 가던길을 멈춘다.

남쪽과 북쪽의 봉긋한 두개의 봉우리는 평평한 등성이로 이어지고

출렁이는 다리를 건너듯 등성마루의 가파른 경사와 억새는 환상의 길을 연출한다.

뺨에 닿는 가을바람, 숨 쉴때 마다 느껴지는 상쾌함,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아름다운 풍광은 한라산에 오른 듯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북서쪽으로 커다란 말굽형 굼부리 안에는

자연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접근이 어려워 보인다.

표지석에는 해발 833.8m라 씌여 있다.

선명한 날씨탓에 동서남북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바다쪽으로 희미하게 드러난 비양도와 가까이는 이웃한 바리메와 족은바리메의 다정한 모습

멀리 산방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부지역 오름군락의 파노라마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평원의 웅장함까지

짧은 시간동안 담기에는 너무 벅차 한참을 머무른다.

정상을 내려갈려니 조금은 아쉽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직각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을 내려 상잣질로 향한다.

조용한 숲 길은

걸을때 마다 사각거리는 낙엽소리,

하늘로 향한 삼나무 수직정원이 주는 피톤치드는 상쾌함이 전해진다.

편안하게 걷는 삼나무길에서 행복담은 웃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잣성은 조선시대에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중산간 해발 150~2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되는데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얼어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수암, 소길, 장전공동목장이 속해있는 5소장은

말굽형 모양인 노꼬메오름 주변으로 상잣성이 이루어져 있었지만 많이 무너져

오름~목장탐방로를 조성하여 아름다운 제주목장과 중산간의 목축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상잣질을 조성하였다.

는 안내글이 보인다.

숲길에는 양치식물들이 터를 잡았고

시간을 거꾸로 사는 여름들꽃과 가을들꽃들이 어울려 살아간다.

수크령으로 앙증맞은 고슴도치를 만들어내는 자연의 묘미도 있다.

'오랑캐가 죽은 홈'이라는 지명이 지금까지 구전으로 전해진다.

오름을 내려오니 바람을 가르는 말 탄 시원함이 돋보인다.

출렁거리는 은빛억새의 아름다움,

뺨에 닿는 기분좋은 가을바람, 삼나무 수직정원이 내뿜는 상쾌함,

정상에 서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대평원과 오름군락의 파노라마는

한라산 자락에 오른듯 벅찬 감동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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