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김희민 언론인] “아 옛날이여!”  대권 재수에 나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라는 브랜드로 엄청난 국민적 신드롬을 낳았던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차기 지지율과 당 지지율 정체 현상을 전혀 타개하지 못하고 있다. 차기 경쟁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밀려 군소후보로 전락했다. 당 지지율 역시 만신창이로 전락한 새누리당에도 못 미친다.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을 주도한 촛불시위 국면에서도 전혀 정치적 이익을 보지 못한 셈이다. 

- 여당 분당·반기문 대선 출마 변수 정치권 지각변동
- 국민의당, 반기문 총장·비박신당과 연대 가능성

20대 총선 이후와 비교하면 더 극명하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4월 4주(4월 26∼28일) 주간조사(표본오차 95% 신뢰도에 ±3.1%p)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21%로 1위였다. 이어 문재인 17%, 오세훈 7%, 박원순 6% 등 여야의 유력 차기주자들을 모두 밀어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23%로 새누리당 30%, 민주당 24%과 경쟁 가능한 구도였다.

불과 8개월 만에 모든 게 달라졌다. 이대로 가면 대선필패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새누리당 분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여파로 차기 구도의 유동성이 커진 것은 다행이다.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승부수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따라 차기 대선은 내년 4월 전후로 열린다. 더 이상 늦출 수도 없다. 과연 여의도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안철수·반기문 연대론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위기의 안철수는 반기문 총장에게 손을 내밀까?

안철수 지지율 초비상 촛불·탄핵 반사효과 無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말 그대로 초비상이다. 10월말 이후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이 본격화되면서 야권 우위의 지형이 유도됐지만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외치며 촛불 민심과 함께 거리를 누볐지만 지지율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차기 지지율은 ‘사이다 발언’으로 야권 지지층을 열광시킨 이재명 성남시장의 몫이었다.

이 시장은 촛불 민심과 탄핵 국면에서 지지율이 5%, 10%, 15%로 수직 상승하면서 차기 빅3 후보에 포함되는 정치적 거물로 성장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당이 40%의 고지에 육박하면서 정치적 실리를 모두 챙겼다.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지지율 40%를 기록한 것은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으로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 어렵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른바 빅3후보에서 탈락했다. 여야의 차기구도는 20대 총선 이후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파전이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대 중후반을 기록하면서 빅3 구도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후 차기 구도가 문재인 vs 반기문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재명 시장이 빅3후보군에 진입한 이후로는 10% 미만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한 마디로 군소후보로 전락한 상황이다. 더구나 야권의 최대 지역기반인 호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호남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도는 ▲ 10월 통합기준 36% vs 24% ▲ 11월 29% vs 31% ▲ 12월 49% vs 20%로 각각 나타났다. 국민의당 우위 구도가 정반대로 바뀐 것. 전국 평균 역시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당 지지율보다 3배 정도 높은 상황이다. 차기 지지율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호남에서마저 이재명 시장에 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기문 대선 출마, 정치권 지각변동 예고

위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기회다.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승부수는 현재의 판을 뒤흔드는 것.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과 민주당 지지율 40%로 상징되는 구조를 깨는 것이 필수적이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때까지 차기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안 전 대표로서는 대권의 꿈이 더 멀어지게 되기 때문.

역설적으로 새누리당 분당 사태와 반기문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선언은 국민의당에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집단탈당과 관련, “안철수 의원과 비박 간의 이념적 거리가 멀어보이지도 않는다”며 “안철수와 비박의 단일화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론도 꿈틀거리고 있다. 현 정치구도를 종합하면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여야 차기 주자들이 개헌에 우호적이다. 새누리당과 비박계 보수신당은 물론 민주당 비문 개헌파, 손학규·김종인 등 제3지대 주도 인사 등이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개헌론에 다소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던 안철수 전 대표마저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함께 투표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방안”이라고 표명했다. 국민의당은 23일 의원총회에서 개헌 당론을 확정했다. 변수는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총장의 입장이다.

반 총장마저 개헌에 동의할 경우 여의도 정치권에서 개헌은 더욱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로서는 이 경우 개헌을 매개로 이뤄지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른바 반기문 총장과의 연대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호남 기반의 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워낙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 다만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실제 반기문 총장의 향후 정치적 둥지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비주류 탈팡파와의 연대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비박계가 이런 참혹한 현실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비박계의 진솔한 사과를 전제했다는 점에서 뒤집어보면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 전 대표의 신중한 반응과는 달리 국민의당 유력 정치인들은 매우 적극적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총장을 향해 연일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에 입당해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것을 촉구할 정도다. 이는 민주당 유력인사들이 “기회주의자”라고 혹평한 것과 정반대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반기문 총장이나 정운찬 총리와 같은 분들은 국정 경험이 풍부해서 그런 경험들을 국가를 위해 활용하겠다는 데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특히 반 총장이 박 대통령 리더십을 비판한 것과 관련, “한국정치를 제대로 진단하고 있다고 본다. 그 정도라면 우리와 같이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최근 반 총장 측근으로부터 국민의당에 굉장한 흥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반기문 총장이 우리당에서 안철수, 천정배, 손학규, 정운찬 등 이런 분들과 강한 경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상당히 좋은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희민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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