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남조로 서쪽에 위치한다.

생태탐방코스와 건강산책코스로 나누어 맞춤형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자연의 향기와 멋

울창한 삼나무와 소나무림, 천연림 등

뚜렷한 사계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숲 속 휴양림이다.

 

주차료(2,000원)와 입장료(1,000원)를 지불하고

말찻오름까지 이어지는 상잣성 숲길로 향한다.

잣성은

조선시대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돌담으로 쌓은 경계를 '작' 또는 '잣성'이라 하는데

잣성은 해발 150~3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600m 일대에 상잣성이

환상으로 위치하여 중산간 지역을 3등분 하였다.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얼어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잣성은 돌무지가 아닌 선인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석성이며

조선시대 중산간지역의 대표적인

토지이용형태인 목축활동을 입증하는 유물경관이다.

상잣성 전망대에서는

물찻오름~말찻오름~물장오리오름으로 이어지는

오름 능선이 다정한 이웃처럼 편안해 보인다.

광활한 푸른 초원 위로

아침산책을 나온 노루 한쌍이 뛰어 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입가에 작은 웃음이 번진다.

하늘을 치솟는 수직의 정원

소나무와 삼나무림을 빠져나오니 빛바랜 연못 수면 위로

붉은오름과 소나무 반영에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황홀함을 연출한다.

 

여름날~

넓은 잔디광장과 초록의 나뭇잎들은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 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상잣성 숲길의 절반을 왔지만

나머지 절반은 잠시 내려놓고 말찻오름 해맞이길 방향으로 다시 출발한다.

1)상잣성 숲길(3.2km 1시간 소요)은

소나무와 삼나무림이 조성되어 있고

상잣성과 제주조랑말, 노루가 뛰어노는 것을 볼 수 있다.

2)해맞이 숲길(6.7km 2시간 소요)은

말찻오름 정상과 이어져 있어 정상에서는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으며

낙엽활엽수와 삼나무숲이 조성되어 있다.

3)붉은오름 정상등반길(2.7km 90분 소요)은

오름 정상에 오르면 광활한 대지와 분화구,

제주마가 뛰어노는 목장과 한라산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해맞이 숲길로 들어서자

맷돌로 포장된 수직의 정원 삼나무림이 기다린다.

울창한 숲에서 뿜어나오는 맑은 공기와 상쾌함은 힘들었던 뜨거운 땀에 대한  

보상을 하는 듯 몸과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주며 내 등산화는 신이 났다.

멧돌길을 지나니 아늑하고 조용한 야자매트길이 길게 이어진다.

그 많던 양하는 어디로 숨어 버렸을까?

넓은 초록잎 사이로 숨어

'메롱'하던 깜찍한 양하의 모습이 생각나 잠시 설렌다.

돌담은 목초지에 목장 경계용으로

말을 안심하게 방목하기 위해서 잣성을 쌓았던 흔적이다.

조선시대에 이 일대는 거의 다 목장지대로 활용되었다.

갈림길에 들어서자 상산나무의 상쾌한 향이 코를 자극했었는데...

겨울여행을 떠난 상산나무의 흔적만이 자리를 지켜준다.

갈림길에 유난히 많은 상산나무들이 있어 붙여진 상산 삼거리에서는 세 갈래길이 있다.

해맞이 숲길은  말찻오름 정상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길로

삼림욕을 하며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다.

널브러진 색바랜 낙엽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기분좋은 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지만

푹신한 카펫 위를 걷는 느낌은 그대로 전해준다.

 

상록과 낙엽활엽수가 빽빽한 밀림 깊숙한 곳에 서 있는 듯

숲은 자연에 순응하며 자신를 지키려는 몸부림

때죽나무를 사이에 두고 새덕이와 까마귀베개는 한몸이 되어가고

죽은 나무를 분해하는 분해자 버섯까지

자연의 신비로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돌틈을 비집고 터를 잡은 세복수초의 화려한 외출

언땅을 뚫고 나와 봄의 전령사가 되어야 진짜 너의 모습인데...

이 아이는 관심을 끌고 싶었나 보다.

벌어지는 황금빛 꽃잎을 지나가는 등산화에 밟힐까 은근 걱정된다.

말찻오름으로 들어가는 관문일까?

오름으로 이어지는 해맞이 숲길에는

여러 빛깔 낙엽활엽수들의 우아한 자태는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원시림의 한 부분에 서 있는 듯 자연의 극치를 보여준다.

 

**말찻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오름으로

표고 635.3m, 비고 103m로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산정부는 비교적 평평하고 동사면으로 이어지면서 우묵하게 패여 있고

서남쪽에 물찻오름 등성이와 맞닿아 이웃해 있다.

 

한자로 언성악(言城岳) 또는 마을성악(馬乙城岳)이라고도 하고

말찻에 '찻'은 잣(성, 城)이라는 의미로

말찻오름은 말의 방목장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오름 주변으로 밭담보다는 조금 높게 쌓았던 잣성을 의미하는데

말을 방목하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전사면은 자연림의 낙엽수림대를 이루고 있고,

탐방로에는 삼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날씨가 선명한 탓에

말찻오름 전망대에서는 오름군락들이 한 눈에 들어오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위태한 바위의 위압감에 그냥 지나쳐 버린다.

바로 앞에는 물찻오름 능선이 보인다.

정상은 사방이 막혀 정상이라는 표시가 있을 뿐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말찻오름 정상 카페에서 마시는 향 좋은 커피와 간식거리는

잠시 쉬어가는 눈과 입의 즐거움이 되어준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홀로 앉아 있는 까마귀의 아우성이 들린다.

간식을 나눠 달라고...

아픈 상처의 흔적

혹 달린 것도 서러운데 지나가는 님들은 그냥 놔두질 않는다.

차가운 비와 매서운 바람,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수십년을 지켜온 너의 운명도 참 애처롭구나~

미리 떠나보는 해맞이 숲길~

울창했던 자연림은 앙상한 나뭇가지와 색바랜 낙엽의 흔적을 남겨 두었고

하늘을 찌르는 소나무와 수직의 정원 삼나무림은 상쾌하고 편안한 길로 이어달리기 한다.

아낌없이 하루를 빌려 준 자연이 주는 배려

흙과 나무, 햇빛과 바람, 숲이 주는 상쾌함과 편안함은

행복한 산책으로 입가에 행복한 주름을 만든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