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에 휩싸인 제주도. 이대로 가다가는 섬의 곳곳이 쓰레기로 채워질 판이다. 모두가 고심하지만 딱 맞는 답을 찾지 못하는 지금, 쓰레기 정책이 짚지 못 한 '제주도 쓰레기 대란의 근본 문제'를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에 도입한지 10년이 지난 클린하우스가 제 역할을 하던 때는 사실 오래전 지났다. 문전 쓰레기 배출-수거에서 ‘거점식 배출-수거’의 전환으로 2006년부터 시행된 클린하우스는 한때 다른 지자체서 앞 다퉈 벤치마킹 할 정도였다.

클린하우스 도입으로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드는 효과도 톡톡히 봤다. 환경부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제주도 쓰레기 발생량은 2005년까지 늘어나다 클린하우스가 도입된 이후 2010년까지 인구수 대비 줄어 들었다.

타 지자체가 제주의 클린하우스에 주목하던 때도 바로 2010년 전후. 그러나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도 쓰레기 발생량이 약 600t/1일이던 것이 2011년 764.7t/1일, 2012년 861.9t/1일, 2013년 984.2t/1일로 급격히 늘면서, 클린하우스의 전성시대도 막을 내렸다.

악취, 쓰레기 넘침 등 클린하우스 정책의 단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6년과 2016년. 제주는 10년 사이 크게 달라졌는데, 클린하우스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시행초기부터 지적된 '쓰레기 넘침'... 10년째 그대로.

클린하우스의 가장 큰 문제인 ‘쓰레기 넘침’은 시행 초기부터 불거진 문제다. 즉, 10년째 풀지 못한 과제인 것이다.

클린하우스에 대한 도민의견조사는 시행초기인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0년에 각각 이뤄졌는데, 공통점은 클린하우스 운영상 문제점으로 ‘쓰레기 넘침’을 꼽았다는 점이다. 2016년에 시행된 도민의견조사(제주발전연구원)에서도 ‘쓰레기 넘침’으로 주변 민관을 헤치고 있다는 답변이 60%를 차지했다.

때문에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종이박스 사용을 제한시켰지만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되면서 또 다른 ‘넘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종이나 플라스틱 등 배출량이 많은 요일에 쓰레기가 넘치는 ‘병목현상’이다. 인구와 관광객 증가, 건축-사업장 폐기물 증가 등 쓰레기 총량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제주도 클린하우스 설치현황*제주특별자치도(2015)

쓰레기 넘침은 수거함의 부족, 시민의식 결여, 수집운반 시간대의 불일치, 수집운반 횟수의 부족 등이 주요원인이다. 행정은, 일단 클린하우스 설치 개수 늘리기로 방책을 잡았다. 현재 제주도에 설치된 클린하우스는 2600여개소다. 2012년 한경면과 추자면, 우도면을 마지막으로 전지역 설치가 완료됐고 2013년 이후는 신규 택지개발 지구 또는 기존 지역에 추가로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악취 등 민원으로 설치 장소의 한계에 부딪혀 클린하우스 설치 개수 늘리기도 난관에 부딪혔다.

*행정효율은↑, 클린하우스 효율은↓

수집운반 시간과 수집운반 횟수의 적정한 조절이 필요하지만 이또한 박자를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수집운반 시간은 새벽시간대로 낮시간에는 클린하우스가 ‘쓰레기 하치장’의 역할을 하는 셈이 됐고, 수집운반 횟수도 행정의 효율성을 이유로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의 쓰레기 종량제 현황에 따르면 제주도의 청소재정자립도는 2005년 30%에서 2014년 47%로 늘었다. 즉, 행정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쓰레기 수집운반에 소요되는 비용이 낮게 유지됐다는 뜻이다.

행정은, 자립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청소-행정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차량유지비를 최소화 하게 된다. 때문에 클린하우스 수거인원은 2005년 470명이던 것이 2014년 39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1인당 수거량은 500t(2005년)에서 914t(2014년)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제주도 쓰레기 수거량, 1인당 수거량 추이(2005~2014)*제주발전연구원(2016)

클린하우스의 본래 목표인 '재활용률 높이기'를 위해선 늘어난 쓰레기량만큼 인력이 대거 투입돼야 하지만, 수거인원은 줄고 1인당 수거량이 대폭 늘면서 제대로 선별된 수거가 불가능해졌다. 행정의 효율성은 높아진 반면, 클린하우스의 효율성은 떨어진 셈이다.

*목표 수정이 필요한 때... ‘클린하우스 개선 필요’

클린하우스가 처음 시행되던 때 목표는 △재활용률 높이기 △문전배출에 의한 도시미관 저해 △행정효율성 높이기 등이었다. 행정효율성은 청소재정자립도의 상승으로 목표에 가까워졌을지 모르나 재활용, 도시미관은 오히려 클린하우스가 방해하고 있단 지적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 쓰레기 문제 공개제안서에서 “재사용 가능한 물품과 재활용품들이 수거함을 통해 모두 쏟아져 한데 뒤섞이면서 재활용자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되기 전 분리배출 시스템에선 수거차량이 혼합 수거하면서 결국 재활용품도 소각 매립된 사례가 적지 않다.

쓰레기량 줄이기, 도시미관 문제 해결을 위해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또한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종이나 페트병, 플라스틱 등 배출량이 많은 쓰레기들이 하루에 동시 클린하우스로 몰리면서 도시미관이 저해되는 현상은 여전하다. 클린하우스의 목표 수정, 구체적 개선점은 시행하지 않고 '요일별 배출제'를 우선 시행했기 때문이다.

요일별 배출제 시행으로 사실 클린하우스는 종전의 의미와 달라졌다. 더이상 품목별 분리함이 동시에 자리할 이유가 사라졌고, 매일 배출을 염두에 두고 설치된 수거함의 용량도 재계산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 단기적 정책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정책으로 클린하우스의 목표 수정부터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나눠 배출할 수 있는 형태의 클린하우스로 개선하고 수거와 운반도 품목별로 진행해야 한다.”며 “여기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보강이 시급하며 최종 처리시설도 품목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장한다면 거점수거방식인 클린하우스이 장점을 살리면서 재활용률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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