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제주 1990년 1월, 6월호로 보는 ‘원칙’을 외쳤던 제주도.

-범도민운동으로 번졌던 탑동불법매립 개발이익 환수운동

-행정과 독점자본간 ‘물밑 협상’ 논란 ‘도지사 해임’ 사태까지.

-“원칙에 충실하자” 90년대 제주도 울린 구호. 2017년 지금은?

탑동불법매립 개발이익 환수운동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된 이후 제주지역에선 주민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91년 탑동 매립을 둘러싼 위법성 여부가 언론에 드러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들이 적극 참여한 가운데 불법매립에 따른 개발이익환수운동으로 비화됐다. 사진은 남문로 시민회관입구에서 행진에 나서고 있는 시민단체 학생들의 시위장면으로 ‘탑동불법개발이익 쟁취하자’는 플래카드의 구호가 선명하다 (김기삼 사진)@1900~2006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제주특별자치도 2009

1990년 탑동 매립을 둘러싼 각종 위법성이 드러나면서 제주도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혀 졌다. 행정과 독점자본간 물밑 협상이 논란으로 떠올랐고, 그에 따른 협상 과정에서 지켜지지 못한 ‘원칙’을 놓고 비판이 쏟아졌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으로 제주의 주민운동이 활발하던 때, 거대 자본이 투입된 탑동불법매립 개발이익 환수운동에서 오늘의 제주를 발견할 수 있다.

“행정당국이 탑동매립이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는 걸 확신한다면 즉각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개적인 토론회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병문천 복개 문제 역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과학적인 타당성 검토를 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당시 탑동문제범도민회진상소위 간사였던 양시경씨(현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는 월간제주 ‘할 말 있다’(1990년 월간제주 6월, 통권 143호)에 기고문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각종 의혹에 도민 여론이 거세져도 행정이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개적인 ‘토론회’를 가질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군보 제주지사 전격 해임. "탑동 매립물의 책임으로 정부가 이군보 제주도지사 전격 해임후 홍영기 내무부기획관리실장을 임명키로 내정했다. 이군보 제주도지사는 제주시 탑동매립사건 수습문제를 둘러싼 물의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 1989년 12월 12일자 1면에 기사가 실렸다.@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DB

정부의 제주도지사 해임(이군보 전 도지사)으로까지 문제가 불거졌던 탑동불법매립 사태는 행정과 자본, 정부간 ‘특혜성 개발’로 도민을 반발케 했다. 1987년 이후 불거진 문제는 3년간 도민을 공분케 했고 의혹 규명을 위해 이어진 국정감사를 통해 “제주시 탑동공유수면 매립은 5공화국의 정치권력이 재벌에 의해 불법 부당하게 계획돼 매립면허는 취소돼야 하고 이에 관련된 이규호 전 건설부장관 등 관련자는 고발문책 돼야 한다.”(89년 9월, 국회내무위 제주도 국정감사)고 결론을 얻기에 이른다.

하지만 한 달 후 열린 국회 건설위 국정감사는 “제주도와 범양건영(주)(당시 탑동매립 건설사)가 협의해 문제를 매듭지으라”고 결과를 뒤집으면서 탑동문제는 혼탁해지기 시작한다. 90년 탑동도민회 협상대표 5인과 범양건영(주) 박희택 회장, 전창수 제주시장의 3자간 잠정합의안에 반발을 샀던 병문천복개사업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1970년대 병문천@1900~2006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제주특별자치도 2009

매립허가 취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탑동매립지 환수 주장을 했던 도민 여론에 행정과 범양건영이 이익 환수를 병문천 복개로 한다는 밀실 합의를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도민의 의견을 무시한 ‘굴욕적인 협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행정은 시민의견 수렴 과정, 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채 병문천복개를 추진했다.

1993년 병문천 복개공사 착공식.제주도지사와 범양건영 회장간 탑동개발 이익 환수는 병문천 복개로 한다는 밀실합의가 발표돼 탑동문제는 병문천 복개를 하느냐 마느냐의 주민 갈등으로 변질, 공사는 미뤄지다가 1993년 6월 첫 삽을 뜨게 됐다. 범양건영은 탑동공유수면 16만5000㎡를 매립해 생긴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병문천 복개공사를 제주시와 협약했다. @제주시 DB

양시경씨는 당시 기고문을 통해 “병문천 복개에 따른 자연재난, 환경오염, 생태계파괴, 도심과밀화현상은 고려치 않은 채 단순히 일부 지역에 국한된 도심교통문제에만 염두를 두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불씨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월 월간제주 양영흠 출판국장은 시론(時論)으로 ‘원칙에 충실하는 한해이기를’를 제목으로 이 같은 사태를 꼬집는다.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융통성을 갖고 합리적 추진방안을 찾는 것이 대화이고 타협, 무분별하게 원칙을 변질시키면서 일의 처리에 급급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대화도 타협도 아니”

양 국장은 “탑동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매립이익 환수의 명분이 무엇인지를 망각함은 물론 도민 의사의 수렴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칙에 바탕을 두지 않는 ‘대화와 타협’은 ‘야합’일 뿐이다.”며 “원칙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융통성을 갖고 합리적 추진방안을 찾는 것이 대화이고 타협, 무분별하게 원칙을 변질시키면서 일의 처리에 급급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대화도 타협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탑동 매립 전의 제주시내. 오른쪽 위 탑동의 해안선이 눈에 띈다. @1900~2006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제주특별자치도 2009

양시경씨는 당시 탑동불법매립 사태와 근래 제주의 난개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비교하며 <제주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절차를 위장한 사업자 특혜주기로 당시 탑동과 현재의 오라단지 논란이 비슷하다.”며 “당시 공유수면 매립법의 특혜성을 놓고 국회가 법의 내용을 바꾸기 일주일 전 행정이 사업자에 인허가를 내주면서 탑동매립땅 80%가 도민에게 환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와 달리 이제는 지방자치시대인데도 옛날과 다르지 않은 행정과 자본의 추진방식은 문제”라며 “오라단지는 당시 탑동불법매립 사태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 것, 한번 무너지면 중산간은 다 무너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JCC(주)는 오라단지의 공동목장 등을 5만원대에 매입, 사업지역으로 특혜를 갖는다면 해당 지역은 평당 1천만원으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생태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자영업 비중이 높은 제주의 자영업은 결국 무너질지도 모른다. 5만원 땅에 호텔짓고 장사하는 것과 시내 높은 임대료 부담을 갖고 자영업하는 게 비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탑동에서 바라본 사라봉@1900~2006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제주특별자치도 2009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