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복 제주신광교회 전도사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딜레마가 있는 질문을 준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언제나 불의한가?"

이런 질문은 딜레마 상황과 함께 주어져서 토론을 일으킨다. 그 딜레마 상황의 예가 이스라엘 역사와 성경의 출애굽기에 있다.

16 "히브리 여자들이 아기 낳는 것을 도와 주다가 분만대 위에서 잘 살펴보고 만약 아기가 딸이면, 그 아기를 살려 주고 아들이면 죽여 버려라!"

17 하지만 그 산파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산파들은 왕이 명령한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남자 아이들도 다 살려 주었습니다.

18 그러자 이집트 왕이 산파들을 불러서 말했습니다. "왜 이렇게 하였느냐? 어찌하여 남자 아이들을 살려 두었느냐?"

19 산파들이 파라오에게 말했습니다. "히브리 여자들은 이집트 여자들보다도 훨씬 튼튼합니다. 그래서 히브리 여자들은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아기를 낳아 버립니다."

20 하나님께서는 산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계속해서 수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더 강해졌습니다.

21 하나님께서는 산파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였으므로, 그들에게도 자손을 많이 주셨습니다.

(출1:16-21, 쉬운성경)

딜레마 상황 없이 단순 질문을 받았을 때 학생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거짓말은 언제나 불의합니다. 정직한 것이 진실이고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이 언제나 불의한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토론을 거친 후에 나는 거짓말이 요구되는 딜레마 상황들을 말해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더 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산파들이 처한 상황도 더 중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왕권 앞에서 자신의 안일을 위해 정직을 선택할 것인가?'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할 것인가?'

학생들 중 논리적인 아이가 생각을 가다듬고 이렇게 말한다.

"파라오의 명령을 받은 산파들의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의롭습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이미 거짓된 왕권 앞에서는 '정직'이라는 가치가 의미가 없습니다. 파라오가 먼저 악한 명령을 했기 때문에 산파들을 부정직하다고 심판할 권위를 잃었습니다.

둘째로, 생명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므로 개인의 정직성보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이 정의로운 것입니다."

토론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에 나는 성경 읽기의 가치를 실감했다. 위와 같이 생각하는 정도까지는 보통 학생들도 해내지만 성경을 읽고 믿는 학생들은 다음 생각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권보다 높은 것은 하나님의 주권이므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정의롭습니다. 산파들의 경우 생명을 살리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에 속합니다."

성경을 모르면 거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일이 요즘 세상에는 종종 있다. 동성애, 낙태, 등의 이슈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더욱 복잡하고 혼란해져만 간다. 보편적 가치의 바탕이 비교적 든든했던 과거에 비하면 실리, 이기심, 쾌락주의의 강력한 흐름이 인간 영혼들을 잠식해버린게 아닌가 하는 근심이 드는 세태이다.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아는 것, 이것만이 궁극적으로는 가치관의 혼란 상황 속에서도 옳은 것을 선택하게 하고 참된 의미에서 복되게 한다.

하나님은 거짓말을 사용해서라도 절대적 주권자 편에 선 산파들에게 복을 주셨다. 율법주의에 얽매이지 않는 정직한 영혼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한다. 율법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이 역사를 움직이는 절대적 주권자이시기 때문이다. 율법주의는 딜레마 상황을 무시하지만 율법의 정신은 역사를 움직여가시는 하나님의 마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태22:37-40)

이처럼 말씀하신 예수님은 율법주의자들 앞에서 보란듯이 안식일에 병자와 장애인을 고치시는 행위를 여러 차례 보여 주셨다. 딜레마 상황에서 율법을 어김으로써 율법의 참된 정신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 주신 것이다. 사도 바울도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라고 말했다.

인간이 타락한 이후 역사 속에서는 얼마든지 딜레마 상황들이 많이 있게 되었다. 정의를 추구하는 자들은 더 귀한 가치와 더 중한 명령에 순복할 일이다.

그리고 깊은 감동을 주는 부분은 산파들의 각오 수준이다. 아기들을 무조건 죽이라고 명령할 정도의 왕이니 어명을 거역한 산파들을 죽일 수도 있다. 산파들도 그것을 생각지 못할 리가 없는데도 산파들이 감히 거짓말을 한 것은 생명을 거는 선택이었다.

주여,

혼란한 세상일수록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것이 가장 올바른 판단인 줄 믿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도록 늘 깨우쳐 주소서.

세상이 아무리 거대하게 움직여도 역사는 하나님이 주관하고 계시오니, 하나님 편에 서는 용기와 지혜를 함께 허락해 주소서.

생명을 위해서 내 생명을 희생하려는 십자가 정신을 영혼 가운데 새겨 주시고 평안 가운데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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