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6일 오후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극우단체의 강연에 참석, 제주4.3을 폄훼한 서경석 목사를 기자들에게 소개하며 '인연이 많은 분' '강연을 왜곡마라'고 말하고 있다. @변상희 기자

제주항일기념관에서 6일 열린 극우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 강연자로 나선 신구범 제주도 전지사가 “여기(항일기념관 소재지 조천읍)는 내 고향이기도 하다. 편견 가지고 왜곡 마라”며 날을 세웠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신 전 지사는 이날 강연 이전 서경석 목사와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언론이 편견을 갖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서 목사를 향한 기자들의 질문을 차단하기도 했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사진 우측 뒷모습)가 6일 오후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극우단체의 강연에 참석하며 이를 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말도 못하냐, 편견마라"고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변상희 기자

신 전 지사는 제주4.3 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서경석 목사에 대해 “서 목사는 DJ때 정부와의 사이를 중재해줬던, 개인적인 인연이 많은 분”이라며 “제주에 오신다 하길래 기회를 살려 강연을 마련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는 서 목사에게 강연의 목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가로막아 차단하며 “여기는 내 고향이다. 제주항일기념관 세우기 전 제주도민을 뭘 했느냐”며 오히려 따져 물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도 못하냐. 편견들이 문제다.”고 취재를 위해 몰린 기자들과 기념관 앞에서 서 목사의 강연을 항의한 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신 전 지사는 4.3유족회와 노무현재단,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회, (사)제주문화예술총공동체 등의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행사에 참석, ‘탄핵 반대’ ‘종북세력 몰아내자’를 구호로 한 시민들과 자리에 앉아 강연에 참석했다. 그는 강연 이전 사전공연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함께 노래를 제창하기도 했다.

신 전 지사가 6일 오후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극우단체의 강연에 참석,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변상희 기자

한편 양윤경 제주4.3 유족회장은 이날 강연에 앞서 항일기념관을 찾아 “4.3을 왜곡한 서 목사의 강연이 이곳에서 이뤄진다는 게 문제다.”면서 “이곳이 어떤 곳이냐. 탄핵 반대를 외칠 장소가 되겠느냐”고 항의했다. 이재부 항일기념관 관장은 그러나 여러 차례의 항의에도 아무 말 없이 행사를 진행했다.

제주항일기념관은 당초 행사의 목적을 확인하지 않은 채 정치적 목적의 강연을 그대로 접수시켜 물의를 빚었다. 이후에도 별도의 취소를 하지 않겠다 밝혔지만 6일 오전 행사를 주최한 신백훈 소장(하모니십연구소)에게 △시국강연 및 도민사회 정서에 반하는 강연내용 일체 금지 △항일운동 정신에 반하는 강연내용 일체 금지 △미준수시 행사일정을 취소를 통보했지만 강연을 그대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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