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제주도민 노모씨 SNS

지난 12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한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대합실 모습이 SNS을 타고 공개되자 모든 언론은 중국관광객들의 행태에 비난을 퍼부었다.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제주가 안고 가야 할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렇듯 제주관광은 이제 구조적으로 중국관광객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에 희비가 엇갈리는 관계로 고착됐다. 그만큼 제주관광에 중국인들의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다는 반증이다.

‘많이 들어오면 많이 오는 데로 성가시고, 안 들어오면 안 오는 데로 불안하고’ 제주의 관광정책도 뚜렷한 입장을 갖지 못한 채 우왕좌왕이다.

이처럼 유커들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되면서 싼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커(遊客)는 주요 관광지마다 깃발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중년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말하고 이에 비해 개별 관광을 즐기는 이삼십대의 중국 관광객은 싼커(散客)라 부른다.

최근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6명이 싼커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젊은 관광객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의 특징으로 '취향 소비' (남들이 다 가는 여행지, 다 먹는 음식이 아니라 본인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가 식사하고 쇼핑)를 들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중국내 왕훙이 운영하는 유력 블로그와 SNS로 정보를 얻는다.

싼커는 1980·90년대 생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린 세대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에는 씀씀이를 아끼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싼커들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가이드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여행 정보를 얻는다. 장소를 찾아다닐 때에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유커·싼커 관련 키워드는 어떨까?

국내 SNS에서 유커의 언급량은 2015년에는 8,400건, 2016년에는 2만 건 정도였다. 2.6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에 비해 싼커 언급량은 2015년에는 전혀 없다가 2016년에는 20배 가까이 늘었다. 언급량을 통해서만 봐도 유커에 대한 관심보다 싼커에 대한 관심이 월등히 더 높아지고 있다.

'유커', '싼커'와 관련된 언급 키워드는 '관광', '쇼핑', '면세점' 등이다. 최 이사는 "한국이 관광 매출을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여기서 볼 수 있다"며 "춘절 기간 특수를 누렸던 유통과 상권의 반응을 봐도 큰손 싼커들 덕분에 면세점 매출이 급증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150% 이상 늘었다는 것은 유커보다 싼커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 관광객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최 이사는 SNS상에서 유커와 싼커에 대한 감성반응을 분석했다. 긍정 감성 18%, 부정 감성 57%, 중립 감성 22%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높았다. 단체 관광객이다 보니 몰려다니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싼커와 관련해서는 긍정 감성이 39%, 부정 감성도 39%로 긍정, 부정반응 수치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긍정 반응 키워드로는 '기대한다', '변한다', '즐긴다.' 등의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응들을 보였다.

중국인들의 관광 형태가 많이 달라지고 있듯이 제주관광도 새롭게 변해야 한다.

제주관광공사는 올해를 'FIT(개별 관광객) 원년의 해'로 정하고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에서 개별관광객 대상 설명회를 열고 젊은 층을 위한 체험·자연 상품을 개발해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 싼커들이 머무는 곳은 서울의 한복판 또는 강남일대에 집중되고 있다. 그들의 소비취향을 충족 시켜주는 다양한 관광 상품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도내 한 여행사는 "제주에 싼커들이 들어와도 쇼핑할 수 있는 곳이 고작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남산타워 같은 관광 자원이나 상품이 드라마 등을 통해 잘 알려진 것과 달리 제주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싼커들을 위한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면 아무리 홍보를 해도 그들의 관심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제주도는 올해를 ‘제주관광, 질적 성장의 원년’이라고 외치고 있다. '질적 성장'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맞이 할 인프라를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