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출발해 무려 16시간 만에

델리 '인디라간디 공항'에 도착했다.

불빛 속에 들어오는 하트모양의 풍성한 보리수,

공기 속에 배어있는 낯선 인도의 냄새가 내가 이방인임을 알려준다.

 

숙소까지 타고 갈 버스 안에는

우리를 반기는 메리골드(만수국)로 만든 꽃목걸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전초에서 나는 향이 싫어서 좋아하지 않았던 초화였는데

나의 꽃목걸이가 될 줄이야...

물을 머금은 꽃목걸이는 생각보다 향이 덜해서 숙소까지 목에 걸고 갔다.

인도를 떠나는 날까지 메리골드(만수국) 꽃목걸이는 

환영과 축복의 꽃인 듯 성지와 숙소에 장식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

광고에서 보았던

책에도 블로그에도 없는 진짜 인도를 만나러

인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생각의 땅' 인도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새벽부터 축복의 비가 내린다.

인도에서는 사람을 만나면 아침, 저녁으로 '나마스떼'라고 한다.

'당신을 존경합니다'라는 좋은 인사말이다.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님께 두손 모아

'나마스떼'

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나마스떼'

라고 화답을 해 주신다.

인도에서의 첫 출발지~

부처님의 성지 '녹야원'으로 가는 길은 너무 복잡하다.

길거리는 과일과 야채, 행인들로 어수선하고 북적이는 인파 속에

잠시 한눈을 팔아버리면 일행들은 눈에서 멀어진다.

쫓아다니며 돈 달라고 구걸하는 아이에게 10루피(한화 200원 정도)를 선뜻 내주면

어느새 다른 아이들이 벌떼같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 아이들은 어머니 뱃 속에서 부터 구걸을 배우며 태어난다.

너무나 자연스런 직업이 되어버린 구걸을 하는 일상이 계속되지만

초롱초롱 빛나는 눈은 부끄럽기보다는 당연한 것 처럼 여긴다.

'당신이 내게 보시를 할 수 있어서 복 짓는다'

라고 생각하면서...

버스 옆에 주저앉아 손 내미는 아이들을 따돌리는 것도 버겁다.

부처님 성지에서 가난한 이들의 생활 방식은 구걸이다.

남녀노소는 물론 젖먹이까지 안고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모습은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살며시 내 손을 잡으며 구걸하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면서 웃음이 나올 뿐이다.

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깨우치기는 많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무질서 속의 질서

거리 한복판에는 사람, 소, 자전거, 인력거, 마차, 사이클릭샤, 오토릭샤,

승용차, 버스, 트럭이 뒤엉켜 모두가 갈 길을 재촉한다.

그들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며 갈 길을 잘 찾아간다.

사방에서 울려대는 귀가 멍멍하도록 들려오는 경적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

마스크로 입을 막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며

사이클릭샤를 탄 나는 몇번이나 부딪힐 것 같은 조바심으로 입술이 바짝 탄다.

먼지를 뒤집어 쓴 거리는 정체되어 혼돈의 시간은 계속된다.

버스에서 갠지스강까지 왕복으로

거의 1시간 동안 안간힘을 쓰며 받는 1달러의 팁은 노동의 댓가로는 너무 빈약하다.

사이클릭샤를 타고 달리는 삐쩍 마른 젊은이의 눈에는 빛이 난다.

팁을 많이 주라고 애원하는 듯 자꾸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뒤를 돌아본다.

바라나시의 다른 이름 카시는

'영적인 빛으로 충만된 도시'

라는 의미로 힌두교에서는 가장 신성한 도시로 간주된다.

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힌두교 성지 중의 성지로

힌두교도들이 믿는 힌두신앙은 

강가의 성스러운 물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가 씻기고 죽은이의 재를 강가로 흘러보내면 

윤회로부터 해탈을 얻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한다.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방문하여 성스러운 갠지스강에서 

목욕재계를 하고 전생과 이생에 쌓은 업이 씻겨 내려가길 기원한다.

강가 여신에게 바치는 저녁제를 하는 모습이다.

해질 무렵이라 강가에서 몸을 씻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옆 화장터에서는 살이 타는 듯 냄새가 스며들고

시신이 금방 들어왔는지 하얀옷을 입은 가족들과 시신을 갠지스강에 담그며

나름대로 의식을 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강물은 매우 탁하고 지저분해 보이지만 평생 한 번이라도 몸을 강물에 담그거나

죽어서라도 몸을 적셔 이 곳에 뿌려지길 소원하는 사람들이다.

화장터에서 쓰는 나무가 모자라면 소똥까지 사용하지만

그마저도 형편이 되지 않으면 마을에서 장례의식을 행한다고 하니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이방인에게는 특별나게 보일 뿐이다.

갠지스강은 그 자체가 인도인에게는 신앙이다.

야자수 너머로 인도의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의 시작을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한 탓에

버스 안에서 경적소리와 함께 뿌연 아침을 맞이한다.

잔뜩 먼지를 뒤집어 쓴 길가의 가로수들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 옆으로 나무를 의지한 채 집과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풍요로운 초록바다 사이로 야자수들의 우아한 자태는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가로수로 심어진 콩과식물인 아카시아나무, 자귀나무, 아쇼카나무, 반얀나무,

님나무, 보리수, 망고나무, 바나나, 병솔나무, 대나무, 황호접, 피마자, 그리고 이름모를 거목들은

밀림 깊숙한 곳에 서 있는 듯 신이 내린 인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나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는 듯 그냥 지나간다.

 

님나무 가지와 껍질을 질겅질겅 씹고 뱉는 광경이 자주 보인다.

치솔 대신 님나무 나뭇가지로 이를 닦는 것이다.

님나무는 잎, 가지, 껍질, 뿌리, 꽃, 열매, 씨앗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축복받은 나무'이다.

생장속도가 빠른 교목(키 큰 나무)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 멀구슬나무와 비슷한 모양으로 노랗게 익은 열매는 구충제로 쓰이고

님나무 껍질은 건강을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잇몸병이나 치과질환에 놀라운 효과가 있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농촌풍경은 풍요로워 보인다.

손에 물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보는 사람,

내 땅만 아니면 길 위는 전부 내 화장실이다.

버스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지만 우리 역시 길 위에서 짜릿함을 느낄 것을...

간혹 아스팔트길도 나오지만 대부분 흙먼지 날리는 울퉁불퉁한 흙길을 7~9시간 달리다보면

생리현상을 어찌할 수도 없고 1~2시간 마다 차를 세우고

노상방뇨를 할 수 밖에 없다.

한 번이 어렵지 하다보면 오히려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줄서서 기다리기 보다는

가려진 길 위나 숲 속에서 노상방뇨하길 원하는 내가 우스워진다.

그렇게 자연화장실에 금방 적응이 되어간다.

누군가 살다가 비우고 간 벽돌집이다.

인도사람들은 얼마나 여유로운지 집을 짓다가 돈이 없으면 방치해 두었다가

돈이 생기면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활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여건에 적응해가는

나름 욕심이 없어서라는 나님의 생각이다.

소와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

인도 사람들은 80% 이상이 소를 숭상하는 힌두교를 믿는다.

그래서 소고기는 절대 먹지 않고 엄격한 채식을 한다.

사람이 다니는 거리에 소가 있으면 소를 비껴가고

차도에 소가 누워 있으면 소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도 보인다.

울타리 안에서 소와 어울려 살아가며 소를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우유와 기름을 주고, 소똥은 말려서 연료로, 재는 설겆이할 때 사용하고

소가 죽고 나서도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소를 숭상한다.

나이가 어려보이지만 애를 안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기엄마다.

성지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초코렛과 사탕 하나에 수줍어하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

한껏 멋을 낸 미소년이 내게 보여주는 멋진 포즈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자기 모습에 환한 미소를 짓는 천진난만한 모습은

진짜 인도의 속내를 들여보는 것 같다.

성지를 벗어나니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제법 보인다.

손에는 물병을 들고 등에는 큰 가방를 짊어지고

스쿨버스가 오기를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에서 인도의 미래가 보인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인도사람들은 식수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한다.

지하수가 부족해 집집마다 펌프를 설치해 학교갈 때

각자의 물병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인도에도 초등교육(5년)은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학교는 아직까지도 인도의 아이들에겐 멀고도 먼 길인 듯 하다.

인도의 오랜 전통은 힌두교의 영향으로

오른손을 신성시 하고 왼손은 천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오른손은 고귀한 일, 왼손은 천하고 낮은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손이라 한다.

 

버스기사들은 숙소에 들어갈 수 없고

여행하는 내내 조수와 함께 잠자리와 식사를 같이 한다.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기사님의 식사 모습을 양해를 얻고 담았다.

인도의 아침식사는 정말로 간단하다.

한화 2000원 정도면 하루 세끼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쁘라타'와 '짜이'라는 음료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쁘라타'는 밀반죽에 감자, 양파, 후추 등을 넣어서 기름에 구워낸 것이고

'짜이'는 홍차(영국사람들이 마시고 난 홍차 찌꺼기를 다시 우려냈다.),

우유와 생강, 향신료와 설탕을 넣어 끓인 음료인데 맛이 달달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인도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지 짜이를 즐겨 마신다.

일행의 권유로 4명이 짜이를 원샷했는데....

아뿔사~

30분 쯤이 지나자 배가 부글부글 거리면서 소식이 온다.

달리는 버스를 세우고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고통의 시간은 모두에게 웃음을 준다.

여행 중 인도의 음식이나 물은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배웠다.

인도의 주식과 간식, 모든 음식에는 향신료를 넣는데

향이 강해서 나의 입맛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행 중 현지 요리사가 만들어준 한국 음식이 있었기에

인도에서의 식사는 만찬 중의 만찬이었다.

뭄바이로 가기 전 푸짐한 한식을 만들어준 요리사는 동인도까지

꼬박 2박3일 동안 열차를 타고 가야한다는 가이드의 말에 

얼마나 서운했던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커다란 밥통을 안고 떠나는 요리사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버스를 세우는 주유소나 휴게소에는 목욕시설이 되어 있어서

기사님은 물론 직원들이 몸을 씻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끌어올린 지하수를 궁금해서 만져보았더니 물이 따뜻했다.

 

인도는 농업국가로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쌀과 밀은 2모작을 하고

북인도는 사탕수수, 감자, 양파, 고구마, 토마토, 사과, 석류, 귤 등이 많이 보이고

남인도로 내려 갈수록 망고, 바나나, 목화, 옥수수 등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엉겅퀴 잎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 모양이 전혀 다르다.

맑은 눈의 인도인이 내가 담았던 꽃을 꺾어준다.

줄기에서는 노란즙이 나왔는데 손에서 금방 지워지지 않았다.

유난히 돋보였던 석류...

새빨간 큼직막한 석류는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한다.

인도에서 재배하는 석류인 줄 알았는데 이란에서 수입해 온 석류라고 한다.

인도 석류는 우리나라 석류처럼 크기가 작았다.

여행하는 동안 1년치 석류를 다 먹은 듯 하다.

도로 주변에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야채시장, 영화관, 이발소, 약국, 옷가게, 그릇가게 등이 즐비하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남자들, 가게에는 주인도 점원도 남자들만 보인다.

여자들은 집안일을 하거나 농사일을 하는 것이 관례인 듯

물건을 고르거나 흥정을 하는 모습만 보인다.

갠지스강은 아직도 공사중~

다리를 건너가는 트럭과 버스들의 행렬이 위태해 보인다.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직의 다리 난간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찔하다.

다리는 트럭과 버스들의 무게를 버텨낼지...

제발 무사히 건너갈 수 있게 도와주라고 눈을 찔끔 감았다.

버스가 땅에 닿는 순간 안도의 숨을 몰아쉰다.

국민의 안전 차원에서

이런 상황이면 바로 차단하고 부실공사로 뉴스 한 장면을 장식할텐데...

공사는 시작했지만 언제 마무리를 할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한다.

10년 후의 모습도 이런 모습일까?

우리나라보다 30년 정도는 뒤떨어져 있다는 설명이 실감이 난다.

달랑 바리게이트 하나가 위로 올라가 있는게 전부다.

너무나 허스름한 사무실..

인도에서 네팔로 가는 국경의 모습은 빈약하기 그지 없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도사람들과 비교된다.

인도 사람들에 비해 뭔지 모르겠지만 깔끔한 느낌이 든다.

네팔로 가기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트럭 행렬 또한 이색적이다.

 

인도에서 절반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먼지와 부족한 수면, 장시간의 이동, 시끄러운 경적소리,  

아침, 저녁으로 심한 기온 차이는 기침과 콧물을 동반한 감기에 시달리게 한다.

1월 인도여행에 지사제와 감기약을 준비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서 버스에서 양말을 말렸는데

오전 중에 양말은 바싹 말랐다.

델리에서 땅끝 남인도까지 2박3일 동안 타고 가는 열차다.

우리 일행은 보팔까지 7시간을 탔는데

아침에 열차를 탔기 때문에 생각보다 열차는 춥지 않았다.

열차 한 칸에는 6사람이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2층 침대가 배치되어 있고

열차 안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팔기도 한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여행 일정표에 시간을 적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30분 연착은 기본이고 오랜 시간 연착하기도 한다.

우리가 탈 기차는 1시간 연착되었다.

가장 현대적이면서 인도의 역사를 주도해 온 도시 뭄바이

인도의 마지막 밤을 레몬트리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기 전 도시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도심 한복판은 교통체중으로 교통위반은 물론 경적소리는 여전하고 공해로 탁하기만 하다.

뭄바이는 최고의 여행지로

뭄바이 최고의 건축물 철도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위대한 혼'이라 불리는 간디기념관 '마니바반'

180년 동안 이어진 집단빨래터 '도비가트'

도시 한쪽에는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어 빈부의 격차가 심하게 느껴진다.

버스 차창 너머로 들어오는

뭄바이만의 거리 야자수 그늘에는 연인들의 데이트가 한창이고

화려한 길거리 옷시장인 짝퉁시장은 활개를 친다.

성지 아이들의 순박하고 맑은 눈의 여유로움은

도시 학생들의 세련되고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생활 수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도시 뭄바이의 모습은 과거 영국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베란다에는 화분으로 작은 정원을 만들었고

도심 속으로 들어갈 수록 열대식물들이 화려한 외출은 발길을 멈추게 한다.

포에 싸인 나팔모습의 종이꽃 '부겐베리아'가 유혹한다.

새벽 2시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뭄바이여 안녕~

 

인도를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다는 광고 속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번 다녀왔으니 인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꿈꿔본다.

제주 도착 후 하얀 쌀밥에 김장김치의 환상적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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