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두고 제주 산간에 내린 폭설은

한라산 입산이 통제되고 중산간은 물론 시내 도로까지 쌓인 눈으로

제주는 온통 새하얀 섬으로 겨울왕국을 만들었다.

눈세상이 만들어낸 아침 풍경은

발을 꽁꽁 묶어버렸다.

2월 중순...

아직은 잔설이 남아있는 곳으로

일찍 봄소식을 전해주는 봄의 전령사들을 찾아 나섰다.

변화무쌍한 제주의 2월이지만 봄은 소리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와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난 봄의 전령사들이 봄의 왈츠가 한창이다.

봄의 왈츠는 얼음새꽃 '세복수초'에서 시작된다.

숲 속 낙엽수림대 아래에는

눈이 녹으면서 언땅을 뚫고 노란 얼굴을 내민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첫인사를 한다.

복수초(福壽草)라는 한글 이름과 달리

노란색꽃이 부와 영광, 행복을 상징하는 황금색이라 '복수초'라 불리는데

세복수초(細福壽草) 잎은 새의 깃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지고

꽃과 잎이 동시에 나와 꽃이 먼저 피는 복수초와 비교된다.

숨겨두었던 내 보물창고~

앙상한 나무 그늘 낙엽 위로, 차가운 돌 틈 사이로

또 하나의 봄의 전령사가 기지개를 편다.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는 변산아씨 '변산바람꽃'

하늘에서 내려와 차가운 바닥을 하얗게 수놓을 '변산바람꽃'은

아직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며 서서히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변산바람꽃과 세복수초에 밀려난 진초록 잎이 아름다운 '산쪽풀'~

이 아이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눈 위로 무거운 꽃봉오리를 치켜 세운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누군가 기억해 주길 바라며 조용히 꽃을 피우며

한 겨울에도 눈 속에 파묻혀 파란 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며 조용히 숲 속을 지키는 진정한 봄의 전령사이다.

앙상한 가지 위로 파란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보송보송 하얀솜털을 달고 봄나들이 나온 봄의 전령사

앙증맞은 모습의 '새끼노루귀'..

새끼노루귀라는 이름은

전체 모습이 보송보송한 긴 털로 덮힌 잎이 새끼노루귀의 귀를 닮아서 붙여졌다.

제주의 거센바람을 이겨내며 가냘프고 아름다운 모습의 묘한 매력은

모두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다.

 

마지막 봄의 전령사

털복숭이처럼 줄기와 잎 뒷면이 흰털로 감싸여 있어서 '흰(털)괭이눈'

보면 볼수록 앙증맞고 예쁘기만 한 이름도 별난 황금색을 자랑하는 '흰(털)괭이눈'

샛노란 가루에 싸여 작은 여러 개의 꽃송이와 살짝 보이는 수술이

어둠 속 고양이의 빛나는 눈을 닮았다고 해서 '괭이눈'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제주에는 흰(털)괭이눈,

털이 거의 없는 선괭이눈, 낮은 지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산괭이눈이 있는데

흰(털)괭이눈은  숲 속 계곡이나 일정한 습도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앙증맞은 모습이 꽃말처럼 골짜기의 황금과 잘 어울리는 흰(털)괭이눈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만날 수 있는 아주 멋있고 재밌는 친구다.

숲속의 나무들이 초록잎을 만들기 전에

차가운 땅 위에는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봄의 전령사들

바람도 멈춘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은 문을 활짝 열어준다.

아름다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봄꽃들은

감동과 희망을 불어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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