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하면 바로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를 연상케 한다. 그만큼 바오젠 거리에는 최근까지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바오젠 거리는 지난 2010년 제주시 연동에 차 없는 거리로 조성했다가 그 이듬해 9월에 중국 건강용품업체 바오젠그룹 직원 1만 1000명의 제주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거리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바오젠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遊客)이 많이 찾아 ‘제주 속의 중국’으로 불리어 왔다. 주변에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그리고 많은 호텔들이 연결돼 있어 제주지역 최고 요지의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와 불법행위는 사회문제로 비화됐고 중국 자본의 지역 상권 잠식이라든지 지역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제주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박탈감을 가져오게 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한국에 관광 점면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바오젠 거리의 분위기도 180도 바뀌고 있다.

4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는 한산함 그 자체였다. 떼를 지어 몰려다녔던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간혹 중국인 개별관광객 몇몇만이 보일 뿐이다.

당장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장사하는 상인들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 상대로 거래하는 화장품 가게와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아 아예 문을 닫는 가게들도 늘고 있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몇 년 동안 그 많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이렇게 매상이 떨어지다 보니까 지난 메르스나 세월호 때보다 더 불안하다”며 “앞으로 계속 장사를 지속해야 할 지 답답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면세점인 경우는 조금 달랐다. 신라면세점인 경우 2〜3개월 전에 이미 예약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루에 평균 2〜3천명이 찾고 있어 아직은 본격적인 타격을 입지 않고 있지만 오는 15일 이후 한국관광이 전면 통제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50%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는 달리 사드 부지를 제공한 이후 끊임없이 중국의 협박과 보복성 규제에 시달리면서 분위기는 신라면세점 보다 안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처럼 오는 15일부터 제주에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제주관광은 사상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해당 조치를 내린 중국의 국가 기관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으나, 대표적인 SNS인 웨이보 등을 통해 '개별여행을 포함한 한국 관광 업무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관련한 비자 업무를 일체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급속도로 유포되고 현지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주도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가동했으나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고 있다. 6일 오전 9시 제주도청 삼다홀에서 원희룡 지사가 주재하는 긴급대책회의가 다시 열린다.

사드문제가 한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인 문제여서 중국인 관광객 한국방문 전면 금지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번 위기 상황을 그저 불가항력적인 사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질적 관광’을 외치는 제주도의 새로운 관광정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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