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마치 완장을 차고 거들먹거리는 점령군 행세다.

대통령 탄핵 결정 후 조기대선 소용돌이 속에서 대세론에 올라탄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후보측의 행태를 보는 시각이 그렇다.

‘문제가 있는 문제인(問題人)’이라는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세론’은 사실상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하고 있는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세론은 견고하다. 문후보 자신도 ‘대세’라고 말할 정도로 대놓고 대세론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캠프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비가 될지 눈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캠프측은 표정관리를 하며 우쭐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만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사람이 몰리다 보니 브레이크 없는 말썽도 끊이질 않는다.

연이어 터지는 말썽의 이면에는 ‘대통령 권력을 다 잡은 듯한 교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많다.

최근 문후보 주변 인사들의 부박(浮薄)한 정치 논리는 대통령 병이 만들어낸 ‘오만한 착각’일 수도 있다.

지난 13일 한반도평화포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은 지금 즉시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각 부처 공무원들도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당부한다“고도 했다.

포럼 기획위원회의 긴급 논평을 통해서다.

포럼은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DJ·노무현 정부 외교안보 부서 고위직 출신들이 주축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문재인대통령 만들기 지원그룹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문재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대통령 탄핵 후 통일 외교 안보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이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고 겁박한 것이다.

이 무슨 망발인가.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민족과 국익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것이 공직자의 소명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북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안보를 위한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파렴치한 보복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극도의 정국혼란과 경제 위기도 합병증처럼 쓰리고 아프다.

위중하고 엄혹한 시기다. 그런데도 통일 외교 안보 등 공무원들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북한에 굴복하고 중국에 엎드려 빌라는 말인가.

대통령은 유고지만 국가를 경영할 국가 시스템은 엄연히 존재하고 돌아가고 있다.

포럼의 논평은 이러한 정상적인 국가시스템을 붕괴시키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공무원들에게 “더 이상 부역하지 말라“고 했다.

부역(附逆)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에 반역하는 일에 가담하거나 편드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들이 반역자라는 말인가. 오히려 포럼의 논평이 ‘반역적 언어’다.

그렇다면 북한에 부역하고 문재인 캠프에 부역해야 정상적인 공직자인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는 그들의 망발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마치 정권을 접수한 쿠데타 집단의 오만방자한 무소불위(無所不爲)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고 무섭기만 하다.

대표 취임 후 걸음걸이가 삐딱하게 달라졌다는 말을 듣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대통령탄핵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정부(박근혜정부)의 그릇된 외교안보 정책과 민생포기 정책을 즉시 동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국정 시스템의 정책 추진 동결은 무정부 상태를 독려하는 것이 아닌가.

차기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놔두라는 것이다. 민주당 정부가 정부를 접수할 때까지 ‘손을 묶고 열중 쉬어’라는 기막힌 얼차려다.

또 있다. 지난 15일 국회 외통위 현안질의에서다.

민주당 강창일의원은 ‘현 정부 외교정책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 차기정부 외교안보 TF팀을 만들라’는 식으로 외교부차관을 몰아 세웠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사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느낌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치 정권 인수팀의 갑질을 보는 듯 했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이나 폭압적 행태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당 더불어 민주당’을 기정사실화한 ‘오만한 대통령 병’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대세가 그렇더라도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는 냉소적 여론에 몹쓸 가시가 돋아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을 인정하는 쪽이든, ‘안티 문재인 그룹‘에서든 대세론에 대한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궂은 일도 많다는 호사다마(好事多魔)의 경구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에서도‘행운이 찾아 왔을 때 조심하라(Don't push your luck)'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세론에 오만하지 말고 자중자애(自重自愛) 하라”는 경고의 인용이다.

안티 문재인 그룹에서는 문재인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오락가락하는 말 바꾸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전략의 모호성(?)’으로 인한 신뢰성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안희정지사와의 ‘대연정 공방’에서 드러난 통합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시비도 그렇다.

차기 정부는 어느 정파나 누가 집권하든 여소야대 구조일 수밖에 없다.

누구와라도 손을 잡아야 안정적 국정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안희정 지사는 폭넓은 대연정으로 국정안정을 꾀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문재인후보는 적폐세력과는 손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안지사는 포용하고 아우르는 덧셈의 정치를 말했고 문후보는 특정세력을 내치고 배척하는 뺄셈의 정치를 말한 것이다.

문후보에 대한 통합의 리더십 부족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익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사양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반대와 비토그룹까지도 껴안고 함께하는 ‘적과의 동침’은 윈-윈 전략이기도하다.

옛 중국 오나라 왕 손권은 주변에 들러 쌓인 반대와 적대 세력을 포용하고 아우르면서 50여 년 간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자신을 비판하고 반대했던 사람을 각료로 임명하고 포용했던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적과의 동침’으로 성공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대통령은 따 놓은 당상(堂上)”이라며 반대자를 능멸하고 내치는 오만하고 용렬한 리더십으로는 제대로 나라를 경영할 수 없다.

여론은 아침저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언제 뒤집힐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떠도는 우스개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일지, ‘그대안(그래도 대통령은 안희정)’일지 역시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후보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후보들에 대한 지독하고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국정철학과 국정 수행능력 자질, 미래비전, 도덕성, 인간관계의 흠결을 비롯한 발톱에 낀 때에서 머리비듬까지 까발리는 전 방위의 입체적 수준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할 것이다.

그래야 불통과 독선, 친위대에 의한 패권 부패정치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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