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도 움직인 홍석현 회장의 대권출마설

최근 중앙일보·JTBC 회장인 홍석현 회장의 대권 출마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홍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있은 직후 JTBC 뉴스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도 화제다. 그는 “지난 주말부터,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다”면서 “가장 가슴 아픈 건 저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저희의 진심이 오해 또는 폄훼되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눈길을 끈 것은 마지막 말이었다.

<사진 출처=중앙미디어네트워크 홈페이지>


홍 회장 범 삼성계 일원, 고별사 "대한민국 미래 바꾸고파" 

손석희 앵커는 "나는 비록 능력은 충분히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의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홍석현 회장의 대권 출마설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중 한 명인 손석희 앵커가 저널리즘의 본령을 다시 이야기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먼저 홍 회장의 이력을 보자. 홍 회장은 1949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후 세계은행(IBRD) 경제개발연구소 경제조사역, 재무부 장관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보좌관, 삼성코닝 부사장 등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사장으로 취임했다. 홍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범삼성계의 일원이다.

홍 회장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고별사 내용 홍 회장이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는데. 고별사 내용은 이렇다.

1.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평생을 바쳐왔던 중앙미디어 그룹을 떠나면서 저 홍석현이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할 일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라는 문장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지금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정국이다.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내세울만한 후보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바른 정당의 남경필, 유승민 후보 지지율 그렇게 높지 않다. 정당 지지율 10% 내외인 자유한국당에서 대선 후보로 나선 사람만 11명이다. 이대로 보수 세력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보수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미묘한 시국에 갑자기 홍석현 회장이 사퇴를 했다. 그런데 사퇴 첫 일성이 대한민국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것이다. 홍 회장이 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음 내용을 보자.

2. 광화문광장의 꺼지지 않는 촛불과 서울광장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공정하고 투명한 나라, 법치를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사회, 다양한 가치와 시선이 공존하는 환경, 활기차면서 평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우리는 바란다.

문구만 보면 마치 정치인의 발언과 다르지 않다. 홍 회장이 이번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과연 홍 회장 대권에 도전할까. 지금으로서는 홍 회장이 선수로 직접 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홍 회장이 대중적 인지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벌 그룹 출신의 대권 주자를 국민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과연 어느 정당에서 대권 후보로 선뜻 추대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에서 추대를 하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미 당내에서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이 있다. 홍 회장을 영입하면 사실상 추대 형식이 되어야 하는데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홍 회장으로서도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에 선뜻 들어갈리 없다. 이미 이번 대선 정권 교체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는 싸움에 들어가 흙탕물 묻힐 이유가 전혀 없다.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은 낮아‥

그렇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는가. 직접 대권 후보로 나서기 보다는 일종의 킹 메이커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홍 회장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주미 대사에 임명된 일이 있다. 물론 삼성X 파일 사건이 불거지면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당시 홍 회장의 주미대사 기용, 차기 UN 사무총장 도전을 염두에 둔 참여정부의 전략적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만큼 홍 회장과 정치는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었다. 홍 회장의 급작스러운 사퇴가 정치적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홍 회장이 사임사에는 “오랜 고민”, “결심” 등의 단어가 있다. 사임 결정에 그만큼 신중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임 이후의 어떤 길을 걸을지 이미 판단이 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19일 홍 회장 중앙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대권도전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회장은 자신의 역할을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 대한민국이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나라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대권 출마설이 나오는 것 같다고도 했다.

대권 도전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대한민국에게 필요한 시대적 과제에 대한 해답을 찾겠다고 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구체적 실천의 형태로 그는 명망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재단과 포럼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는 조직에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광재 전지사와 함께 참여한 '여시재' 재단 주목 필요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함께 봐야 하는 뉴스가 있다.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한 연구기관 여시재의 출범이다. 여시재는 ‘시대와 함께 하는 집’이라는 뜻의 연구재단이다. 일단 참석자 면면을 보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광재 전 강원지사,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현종 전 UN 대사 등이 이 연구재단에 참여하고 있다.

홍 회장이 사퇴를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대한민국을 바꿀 시대적 과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 형태는 재단과 포럼이라면 바로 여시재가 홍 회장이 말하는 구체적 실천의 장이된다. 그런데 이 재단 참가자들 중에서 유심히 봐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이광재 전 강원지사다. 이광재 전 지사. 노무현 정부 시절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면서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의원시절 친삼성적 행보 보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 홍 회장과 함께 참여

그가 17대 국회의원 시절 386출신 정치인들과 함께 의정연구회를 조직했던 적이 있다. 당시 의정연구회의 첫 작품은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세미나를 여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광재 전 지사는 대권에 도전하는 안희정 지사와는 오랜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이광재 전 지사는 국회시절 삼성과의 관계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2010년 김용철 변호사의<삼성을 말한다>는 책을 펴내면서 삼성의 기업경영에 대한 도덕성이 논란이 되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윤석규 전 열린우리당 원내기획실장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이광재 전 지사와 삼성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윤 실장은 당시 에피소드 중 하나인 기업도시법을 예로 들었다. 참여정부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한 법안이다. 내용은 특정 지역에 기업도시를 만들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토지를 수용할 권한을 주는 것이었다. 윤 실장은 당시 일을 회상하면서 위헌소지도 있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광재 의원이 청와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법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때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하고, UN사무총장으로 세우려 했던 핵심 인물 중 하나가 당시 이광재 의원이라는 말들이 퍼지기도 했다.

전격 사퇴 뒤에는 킹메이커 역할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참여정부 시절 인연을 맺었던 이광재 전 지사, 그리고 홍석현 회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홍 회장은 미디어 그룹 회장직을 내던지면서 대한민국을 바꾸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힘을 보태고 싶다는 구체적 조직에 이광재 전 지사가 있다. 그리고 이광재 전 지사는 대권에 도전하는 안희정 충남 지사와 오랜 정치적 동지이다. 홍 회장의 느닷없는 사임이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리고 안희정 지사는 대권 도전의 일성으로 ‘대연정’을 내세웠다. 자유한국당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해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광재 전 지사, 홍석현 전 회장, 그리고 안희정 지사의 여집합이 과연 이번 대권판을 흔들 수 있을까. 치열하게 열리는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문재인 대세론을 뒤엎는 거센 파도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칠 것인가. 홍석현과 안희정. 두 사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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