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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제주대 왕벚꽃 길 ‘누가 만들었지?’이종석 교수의 남다른 고집....새로운 봄철 관광 명소로 부상
김태윤 발행인 | 승인 2017.03.28 09:26

4월의 제주는 온통 꽃들의 물결로 출렁인다.

과거엔 노란 유채꽃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연한 홍색의 왕벚꽃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10일 동안 도내 곳곳에서 화려한 왕벚꽃과 함께 새봄의 향연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린다.

제주시 전농로로 이어지는 거리를 비롯해 연삼로 거리, 제주대 진입로, 광령리 무수천에서 유수암리 항몽유적지 사이의 거리 등 도내 어디서나 아름다운 왕벚꽃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제주대 벚꽃길 만개 모습

이 중에 제주대 진입로 왕벚꽃 길이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은 명소가 됐다. 특히 벚꽃이 절정이 이루는 4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많은 관광객과 연인, 가족 등이 찾아와 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이들은 누가 어떤 이유로 여기에 왕벚나무를 심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필자가 궁금증을 풀기위해 수소문한 끝에 제주대 진입로에 왕벚나무를 심은 분을 알아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명예교수인 이종석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종석 박사(지난 1977년부터 13년간 제주대 교수로 재직)

이 박사는 제주한란뿐만 아니라 국내 자생 식물 연구 및 신품종 개량 등을 주도했으며 한국 원예 발전의 선두주자로서 한국원예학회 회장을 지냈고 지난 2011년에는 ‘올해의 조경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박사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7년, 당시 LH공사에서 유일한 조경설계 담당으로 근무하다가 제주대학(당시 변시민 학장)이 아라동 캠퍼스 조성계획을 세우면서 조경담당교수로 스카우트되는 바람에 오게 됐다.

제주대 원예학과에서 화훼와 조경을 담당하던 이 교수는 지금의 아라동 캠퍼스를 조성하면서 조경수 대부분은 서귀포 농수산학부 캠퍼스에 있던 노거수와 농장에서 키우고 있던 나무들을 옮겨다 심었고 일부는 용담동 캠퍼스(현재 사대부고 자리)의 노거수도 식재했다고 한다.

아라동 캠퍼스 조경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던 1983년 대학 진입로에 어떤 수종의 가로수를 심는 것이 좋을지 논란이 됐다.

당시 현평효 총장은 제주특산 구상나무를 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왕벚나무 식재를 반대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캠퍼스와 가까운 봉개동에 있고 주변경관이 소나무와 한라산으로 인하여 어둡기 때문에 밝은 분홍색 꽃이 피는 왕벚나무가 적합하다고 고집하여 결국 지금의 왕벚나무로 수종을 정해 심게 된 것이다.

제주대 진입로 벚꽃 길은 5.16도로에서 정문까지의 거리는 약 1.2km인데 나무 간 간격 7∼8m으로 도로 양측에 심어서 꽃 터널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했다.

당시 도내에는 왕벚나무 묘목을 육성해 놓은 것이 없어서 육지에서 선박으로 운반해 왔다고 한다. 높이 3.5m에 근원 직경 6cm짜리 묘목을 식재한 후 관리는 대학 사무처 조경담당자인 제주대 식물과(생물과 전신) 출신인 고익만씨가 맡아서 했다.

그 이후 제주대 왕벚꽃 길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널리 알려지고 벤치마케팅 대상이 되면서 도내 여러 지역에 왕벚나무가로수길이 생겨난 것이다.

이 교수의 나무와 꽃에 대한 집념은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지난 1977년부터 1988년까지 13년 동안 제주대학교에 재직하다가 서울여자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이 교수는 제주도의 고유 조원 양식을 발굴하고 정립하였으며 제주도의 자생식물인 한란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까지 땄다. 낯선 제주도의 상록수목과 한라산의 식물들은 그에게 흥미로운 대상으로 다가왔고, 끈기 있는 연구를 통해 결국 제주도의 유망 화훼자원식물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전문가가 된 것이다. 어떤 상황에 놓여도 식물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았고 항상 부단한 연구로 이어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왕벚꽃 자태

벚꽃은 일본의 국화(國花)로 알려져 있지만,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제주시 봉개동, 전남 해남 구림리 대둔산의 왕벚나무가 각각 천연기념물 159호, 156호, 173호로 지정된 우리 고유의 특산종이다. 왕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 교목으로 4월쯤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색은 희거나 연한 홍색을 띤다.

왕벚나무가 한반도에서 자생하기 시작한 시기는 옛 문헌이 없어 살펴보기 어렵지만, 프랑스인 에밀 조셉 다케 신부가 1908년 4월 14일 제주도 한라산 북쪽 해발 약 600m 지점의 숲 속에서 표본(표본번호 4638)을 처음으로 채집한 것이 이후 1912년 독일 베를린 대학의 쾨네 박사를 통해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최초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왕벚나무의 잎은 어긋난 타원형이거나 계란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1909년 창경궁 춘당지에 왕벚나무를 조경수로 심었고, 이듬해에는 일본 정부의 주도로 경남 진해시 도로변에 왕벚나무 2만여 그루를 심었다. 제주에는 1935년 당시 서귀면장이었던 김찬익이 일본산 왕벚나무를 일주도로에 대량으로 심어 널리 분포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공원이나 학교 등에 왕벚나무를 많이 심어 왜색 시비가 일자 우리 정부는 1960년대 초 자생지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서 제주와 해남 특산종을 64년과 66년에 잇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왕벚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그 수가 매우 적은 희귀종이므로 생물학적 가치가 높고 식물지리학적 연구가치가 크다는 게 문화재로 지정한 이유다.

잘 썩지 않고 재질이 치밀하며 결이 고운 벚나무는 예로부터 조각, 칠기, 가구, 공예, 인쇄용 등으로 사용됐고 우리 국궁(國弓)의 활과 시위는 재질이 단단한 벚나무와 탄력 좋은 뽕나무가 만나 조화를 이뤘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려팔만대장경도 벚나무 목재로 다듬었고 ‘악학궤범’에는 벚나무 껍질로 풀피리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벚꽃은 개화시기가 짧아서 조금만 지나면 일본 영화 ‘사월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만개를 앞둔 제주대 벚꽃길 모습 (27일 오후)

얼마 없으면 제주대 벚꽃길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길을 걸으면서 30여 년 전에 아무런 대가없이 묘목을 직접 심고 관리했던 이종석 교수와 조경담당자의 노고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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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발행인  kty09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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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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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잘했군요 2017-04-15 11:10:28

    이종석박사님의 업적을 모르고 살았군요.
    훌륭한 일을 하였습니다.
    발행인님의 칼럼 잘 읽었습니다.   삭제

    • 제주사랑 2017-04-05 23:07:57

      벚꽃길 조성을 위한 노력 덕분에 오늘날 아름다운 벚꽃길을 볼 수가 있게 되었군요.
      활짝 필때도 아름답지만 바람에 눈꽃처럼 꽃잎이 휘날릴 때는 환상적입니다.
      아름다움은 관찰자의 눈속에 있다는 그리스 속담이 떠오르는 칼럼입니다.   삭제

      • 고운 2017-03-30 11:07:17

        이종석 박사의 혜안이 만든 제주대 왕벚꽃길!
        제주주민과 학생들에겐 아름답고 쾌적한 친환경적인 캠퍼스 개방공간을 제공하고
        여행객에겐 아름다운 볼거리와 휴양공간을 제공하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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