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4.3유물 설명에 "도민 80%, 공산주의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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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4.3유물 설명에 "도민 80%, 공산주의 감염"
  • 변상희 기자
  • 승인 2017.03.3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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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방부 산하 전쟁기념관 사료 설명에 4.3 왜곡
'공산주의 사상, 감염된 상태' 기술
'수정절차' 까다로워 즉각 조치 어렵다 해명

국방부 산하기관인 전쟁기념관의 제주4.3보도기사 보존자료인 동아일보 기사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연계된 e뮤지엄에 공개돼 있다. 해당 사료에 대한 부연 설명에 기사 원문에 없는 "도민의 80%가 공산주의 사상에 감염돼 있다." 등 기술돼 있어 정부기관의 4.3역사왜곡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포털 네이버 e뮤지엄 갈무리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전쟁에 대한 역사 자료를 보관, 전시하고 있는 전쟁기념관이 일부 4.3 관련 유물에 대한 부연 설명에 “도민의 80%가 공산주의 사상에 감염된 상태였다.”고 풀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해당 자료에 대한 설명이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고 있는 ‘e뮤지엄’에 그대로 등록돼 누구에게나 노출될 수 있는데도 중간 절차를 이유로 즉각 수정을 하지 않아 제주4.3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뮤지엄’은 전국 박물관의 소장품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로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연계돼 있으며 소장품에 대한 사진자료와 설명은 박물관 자료가 일괄로 해당 사이트로 넘어가 노출되는 시스템이다.

전쟁기념관은 ‘제주도4.3사건보도기사’로 해당 사료인 동아일보 <제주도폭동사건 인명사상 53명>을 1948년 4월 29일자로 사료 ‘정의’에 소개했지만 취재 후 해당 기사는 동아일보 1948년 4월 7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쟁기념관의 해명과 달리 해당 기사에는 "도민의 80%가 공산주의 사상에 감염된 상태였다." 등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동아일보 1948년 4월 7일자 갈무리

문제가 된 자료는 동아일보 1948년 4월 7일자 2면에 실린 <제주도폭동사건 인명사상 53명>이다. 당시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에 4.3사건을 '폭동사건'이라 설명했고 “총선거를 방해하려고 공산주의자들의 집단인 각 단체와 개인이 제주도 전역에 걸쳐 폭동을 봉기, 총선거등록실시의 사무를 정돈상태에 빠지게 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전쟁기념관은 ‘제주도4.3사건보도기사’로 해당 사료인 동아일보 <제주도폭동사건 인명사상 53명>을 1948년 4월 29일자로 사료 ‘정의’에 소개했지만 취재 후 해당 기사는 동아일보 1948년 4월 7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사료를 ‘정의’ ‘발달과정/역사’로 나눠 부연 설명한 전쟁기념관은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어 치안력이 취약한 점을 기화로 남노당은 일찍부터 제주도에 지하조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도민의 80%가 공산주의 사상에 감염된 상태였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전쟁기념관의 담당 학예사는 “사료에 대한 ‘발달과정/역사’를 기술한 내용은 해당 기사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발췌하거나 기사의 내용을 토대로 서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동아일보의 해당 기사에는 ‘도민의 80%가 공산주의 사상에 감염된 상태였다’ 등 관련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문제가 된 사료 설명의 작성 시점과 작성자에 대해서는 “해당 사료는 원본이 아닌 복사물로 전쟁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사료에 대한 부연 설명이 전쟁기념관에서 작성했는지 아니면 원본 소장처에서 작성했는지 여부는 현재 확인할 수가 없다.”고 담당 학예사는 답했다.

또 해당 사료의 부연 설명에 대해 ‘4.3에 대해 부정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부연 설명이)최초 작성된 시점이 4.3사건 규명 이전으로 당시 4.3에 대한 시대 인식과 유물의 내용이 바탕이 돼 기술됐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기념관은 1994년 개관했지만 1990년 기공식 이후 약 4년간의 공사와 전시물 수집과정을 거쳤다. 만약 당시 해당 사료가 수집돼 전쟁기념관의 설명이 덧붙여졌다면 기술 시점은 1990년대 초반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해당 내용이 수정되지 않은 데 대해 담당 학예사는 “e뮤지엄으로 넘어간 박물관 자료는 전쟁기념관 자체 수정이 어렵고 연계된 포털사이트 네이버 측과 협의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수정이 필요한 자료에 대해선 ‘일괄 수정’을 위한 작업과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간차원이 아닌 정부 관련 기록물에 4.3을 왜곡하는 내용을 여전히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4.3진상조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잘못된 내용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4.3유족 청년회 한 관계자도 "극우단체들에 이어 온라인상에서도 4.3을 왜곡하고 빨갱이로 몰아가는 내용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독일 나치 옹호자 처벌법 처럼 4.3을 왜곡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1994년 개관한 전쟁기념관은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개관 당시 2만8000여점의 전쟁 관련 각종 자료를 소장품으로 뒀으며 9000여점이 전시됐다. 이중 4.3관련 자료는 전쟁 직전 시대상황을 알기 위한 사료로서 유물 또는 보관자료로 전쟁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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