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세번째 4월의 봄이 찾아왔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부푼 마음으로 오고 싶어했던 제주에도 다시금 유채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지만, 이번 4월 16일만큼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꽃이 되었다.

16일 오후 제주시청 광장에서 시작해 탑동광장에서 이어진 이번 '사월꽃 기억 문화제'는 약 500명의 도민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귀일중학교 학생들의 추모합창@제주투데이
제주시청에서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시민프로그램이 펼쳐졌다.@제주투데이

제주시청에서는 도민들이 모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히 귀일중학교 학생들의 합창은 지나가는 도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풍물패의 연주에 맞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깃발과 대형현수막을 든 도민들이 탑동광장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 노란 안경과 노란 바람개비, 노란 리본, 노란 깃발 등 제주시는 노란색 물결을 이루며 탑동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풍물패를 필두로 도민들은 세월호 추모를 위한 거리행진을 펼쳤다.@제주투데이
풍물패를 필두로 도민들은 세월호 추모를 위한 거리행진을 펼쳤다.@제주투데이
제주탑동광장에서 열린 추모식 현장@제주투데이

오후 6시부터 열린 추모식에서는 청소년교양악단의 연주가 시작의 문을 열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세월호 희생자 이민우군의 아버지 이종철씨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교육감, 임문철 신부, 조정래 소설가와 김훈 작가 등이 참석했다.

추모사에서 이종철씨의 담담하면서도 허탈한 듯 말하는 목소리에 참가자들은 눈물을 짓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민우아빠 이종철씨@제주투데이

이종철씨는 "여러분은 피해가 3년간 살려달라고 , 알려달라고 하소연하는 세상을 맞아하지 않길 바란다"며 "국민이 말하면 알아먹을 대통령을 뽑아서 여러분만큼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문철 신부는 강우일 주교의 추모사를 대신 전하면서 "국가 시스템의 위아래가 모두 무질서하고 무책임으로 뒤엉켜 있었다"며 "2014년 4월 16일의 '세월'을 잊지 말고 우리 기억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국제대학교 학생들도 나와 "오늘 이 자리는 잊지 않기 위함이며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려는 것"이라며 "다시 당신들을 기억하고 사랑합니다"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조정래 작가도 추모사에서 "세월호의 망령들이 국가는 국민의 것이며 국가는 숨김없이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책무를 물을 것"이라며 "4.19와 5.18을 기억하듯 다시는 국가가 벌인 유치하고 저열한 배신행위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고 밝혔다.

또 원희룡 지사도 추모사를 하면서 "희생자분들이 수습되고 세월호와 연계된 진실도 끌어내서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크게 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모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사회가 되도록 제주도도 다른 사람들의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춤예술원의 세월호 추모공연@제주투데이
제주청소년교향악단의 추모공연@제주투데이

한편, 이번 추모식에서는 김수열 시인이 헌시 '참척'을 낭독했으며, 제주춤예술원과 제주청소년교향악단의 추모공연이 연달아 이어졌다.

생각할 수록 눈물이 나고 분노가 치미는 비극이지만, 추모제는 더이상 오열과 침통함만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모두 눈물과 침통함을 거두고 웃으며 진심을 다해 영령들의 명복을 비는 자리였다.

마음의 아픔은 춤과 노래로, 웃음으로 승화하고 미래를 위해 모두 공동체를 이루는 시간.

세월호를 기리는 4월의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참가자들은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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