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최다헌혈자인 진성협씨가 지난 15일 제주시 중앙로 헌혈의집에서 581번째 헌혈 봉사를 하고 있다. "헌혈은 사랑"이라고 전하는 진 씨는, 헌혈이야말로 고귀한 생명의 나눔이라고 강조한다. @제주투데이

지난 15일 제주시 중앙로 헌혈의집, 진성협씨는 이 날도 어김없이 헌혈을 위해 침상에 누웠다. 이날로 그의 581번째 헌혈이다. 한번에 500ml 정도의 피를 뽑으니 그 양으로도 짐작이 안 된다. 할 수만 있다면 1000번을 채우고 싶다는 진성협씨다. 헌혈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라고 믿는 그이기 때문이다.

“처음 헌혈할 때 거부감이 들었던 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가 1981년도였는데. 서울에 갔을 때 자의보단 주변에 휩쓸려 헌혈을 했죠. 그런데 이후 고향친구를 돕는다는 계기로 헌혈을 시작한 이후엔, 자꾸만 헌혈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보람을 느끼는 봉사였거든요.”

최다 헌혈자라도 헌혈 전 건강체크는 필수다. 진 씨는 가능한 건강한 피를 나누기 위해 매일 회사 근처 오름을 오르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제주투데이

진 씨가 자발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게 1982년도였으니 올해로 자그만치 36년째다. 전혈을 할 땐 2달에 한번씩, 이후 성분헌혈을 시작하며 지금까지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헌혈의 집을 찾는다. 그동안 모은 헌혈증서 550여매는 때마다 필요한 백혈병 환자 등에게 아낌없이 나눠줬다. 헌혈로 피를 나누며 생명을 살리고, 헌혈증서로 또 생명을 살리는, 그래서 진 씨는 헌혈이야말로 ‘고귀한 희생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헌혈증서를 필요로 한 이웃들에게 계속 나누다보니, 정작 장인어른이 백혈병에 쓰러지셨을 땐 제 수중에 헌혈증서가 없더라고요. 그땐 제가 이웃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헌혈증서를 모아둘걸 그랬나... 잠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 정작 필요한 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웃이 생기니까요. 이후로도 항상 나누고 있습니다.”

15일 진 씨가 581번째 헌혈을 하고 받은 '헌혈증서'. 누군가에게 절실할 이 헌혈증서를 전 씨는 필요한 이웃에게 모두 전해줘왔다. 그가 이웃에게 전한 헌혈증서들은 지금까지 550여장에 달한다. @제주투데이

진 씨가 헌혈을 시작한 이후 일부러 헌혈을 멈춘 적은 없었다. 다만 한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음식조절 등 건강관리를 해야 했었다. 이후 진 씨는 육고기도 줄이고 일주일에도 몇 번씩 오름에 오른다. 진 씨의 피를 받을 누군가에게 ‘잘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람들이 애써 헌혈을 했는데, 이후 성분검사를 통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폐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봤어요. 그래서 헌혈을 할 땐 몸이 건강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죠. 헌혈 전 날엔 반드시 술을 안 마시기도 했지만 요즘엔 아예 평소에도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삽니다. 생각해보면, 헌혈은 자기 건강을 챙기는 일이기도 해요.”

진 씨는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나눔봉사회에서 만난 다헌혈자들과 매달 헌혈캠페인도 잊지 않고 이어간다.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이며 해외봉사활동 등 안 해본 봉사활동이 없다.@제주투데이

그가 처음 헌혈을 시작하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사람들의 헌혈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낯설기도 했고, 유교사상이 아직 강했던 때라 부모가 물려준 신체를 해친다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런 이유들로 진 씨는 헌혈한다고 떳떳이 밝히고 다니지도 못 했다. 30여년이 지나 그는 제주지역 최다 헌혈자로 매번 기록되고 있다. 그의 자제들도 함께 헌혈을 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헌혈인구도 줄어든다는 거지요. 때문에 헌혈 참여인구를 늘리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래도 지금은 헌혈 시스템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요. 젊은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여러 인센티브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걸 다 떠나서요, 일단 한번 시작해서 ‘피를 나누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으면 좋겠어요. 처음이 어렵지, 이보다 보람찬 일이 없으니까요.”

헌혈 후 받은 수백개의 기념품들도 그는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사업에 기증해왔다. 그가 속해있는 적십자회 나눔봉사회에서 다(多)헌혈자들과 함께 매달 헌혈캠페인을 하고,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반찬나눔 등 봉사활동도 다양하게 펼쳐왔다. 생명나눔, 노력나눔, 할 수 있는 나눔이면 무엇이든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는 진 씨다.

진성협씨(54세). 한국남부발전(주) 남제주발전본부 근무. 제주 최다 헌혈자. 1981년 이후 2017년 4월 현재 581회 헌혈. @제주투데이

“법적으로 헌혈 가능 연령이 70세입니다. 그때까지 제가 2주에 한번씩 헌혈을 하면 980번이 가능해요. 전 1000번이 목표거든요.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헌혈 가능연령도 늘지 않을까 싶은데, 어찌됐든 그때까지 하려면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겠죠.”

우리나라의 헌혈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부족한 혈액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인구가 줄어들며 헌혈인구의 감소폭도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헌혈 봉사의 의미가 강조되는 이유다.

“헌혈을 자주 해보신 분들은 다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어요. 헌혈은, 남을 위한 사랑의 봉사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요. 할 때마다 기본적인 피검사를 하니, 무료로 하는 건강검진도 되고요. 무엇보다 혈액은 신체내 일정량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히 생성되기 때문에 새로운 혈액이 생성되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죠.”

우리나라 헌혈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5년에는 혈액수입에 530억원 상당이 지출됐다. 진 씨는 "헌혈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고 고귀한 희생의 산물"이라고 강조하며 헌혈에 관심있는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랐다.@제주투데이

진 씨는 다시 2주 후에 같은 자리에 누워 자신의 '피'를 이웃을 위해 나눌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 동감하며 누군가 '헌혈봉사'에 함께한다면 그만큼 기쁜 일도 없겠다는 진 씨다. "헌혈은 사랑입니다." 진 씨가 전하는 헌혈의 의미는, 일단 첫 시작을 하고나면 저절로 느껴질 것이라고 진 씨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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