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로 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감옥에 갔다 온 게 제일 억울합니다. 지금도 이 일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1993년생인 김순화 씨. 지금도 제주 4·3 당시를 생각하는 일은 끔직하기만 하다. 1932년생인 김경인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경인 씨는 “아무런 죄도 없이 끌려가서 형무소 생활을 하고 병까지 얻었다”면서 “아직도 그 때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모두 제주 4·3 당시 임의로 체포되어 육지 형무소로 끌려갔던 수형인 생존자들이다.

제주 4·3 항쟁 당시 재판절차도 없이 끌려간 제주 4·3 수형 생존자들이 당시 불법 군사재판이 부당하며 법원에 재심청구를 했다. 제주 4·3 수형인들이 불법으로 끌려간 지 70년만의 일이다. 제주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19일 제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인해 억울한 옥고를 치렀던 18명의 수형 생존자들이 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수형인 명부

제주 4·3 당시 끌려갔던 수형인들은 제주 4·3 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이후에도 여전히 그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 4·3 평화공원에는 행불인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당시 행방불명된 인원은 약 4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제주 4·3 당시 육지 형무소로 끌려간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행방불명되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는 수형인 명부에는 당시 희생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기록된 수형인은 제주 4·3 당시 행방불명되었던 이는 2530명이다. 현재까지 당시 군사재판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료로는 수형인 명부가 유일하다.

4.3 당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끌려가 옥중에서 병을 얻은 김경인 할머니. 김 할머니 등 수형인 생존자 18명은 이날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도민연대는 “4·3 수형 희생자들은 법관에 의해서 법률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제헌헌법 제22조)를 침해당했다”면서 “당시 국방경비법이 정한 소정의 절차마저 무시한 초법적인 군사명령에 의해 벌어진 ‘4·3당시 군법회의’야말로 ‘초사법적 국가범죄”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영장도 없이 임의로 체포되고 군경의 모진 고문을 받았다가 육지 형무소로 끌려간 이들은 이미 아흔의 나이가 다 되었다.

도민연대는 “제주 4·3 수형인 희생자의 재심청구는 단순히 재판을 다시 해달라는 의례적인 법적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4·3 수형 희생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법적인 정의와 4·3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국민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재심청구서를 제출한다”고 재심 청구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재심청구를 신청한 청구인은 김경인, 김순화, 김평국, 박내은, 박동수, 박순석, 부원휴, 양일화, 양근방, 오계춘, 오영종, 오희춘, 임창의, 정기성, 조병태, 한신화, 현우룡, 현창용 씨 등 18명이다. 재심청구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해마루의 장완익, 임재성 변호사가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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