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돈이 만났다. 공교롭게도 감방 안에서다.

“아니 어찌된 일입니까?”. 엉뚱한 곳에서의 어색한 만남에 놀란 두 사돈이 서로에게 연유를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닌데 이렇게 억울하게 갇혔다”고 한 쪽이 말했다.

사연은 이랬다.

밤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데 길에 고삐가 버려져 있기에 무심코 주워 집 담벼락에 걸어 뒀는데 나중에 보니 고삐 끝에 소 한 마리가 매 있었고 결국 소도둑으로 몰려 붙잡혀 왔다는 것이었다.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쪽 사돈이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말 한마디 못한 것이 죄라면 죄 입죠”.

어느 날 늦은 밤, 동네 가게에 들어가 바랑에 이것저것 챙겨 나왔는데 도둑 누명을 썼다는 이야기였다.

물건을 갖고 나오면서 “외상”이라고 한 마디만 했더라도 탈이 없었을 텐데 깜박하고 그 한마디를 못했다가 신세가 처량하게 됐다는 하소연이었다.

물론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을 이야기 할 때 가끔 인용되는 우스개다.

변명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바동거리는 궁여지책이다. 거짓말의 다른 이름이다.

‘감방의 두 사돈 이야기’처럼 변명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도둑질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경을 읽기 위해 황금 촛대를 훔쳤다고 해도 촛대를 훔친 도둑질이 용인되지 않는 이치와 같다.

변명이 사실을 덮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개의 경우, 잘못에 대해서는 우선 변명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거짓말로 국면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정치 영역은 더욱 그러하다. 흔히들 정치인을 일컬어 ‘거짓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리고 비꼬는 까닭도 여기서 비롯된다.

변명과 거짓말과 상징 조작을 잘해야 정치세계에서 장수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변명과 거짓말 정치’의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거짓말 정치에 대한 혐오는 곧잘 각종 풍자와 코미디 소재가 되기 일 쑤다.

거짓말 대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이 속속 대회장에 모여 들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등장하자 그 많던 거짓말 꾼들이 모두 기권해 버렸다.

등장인물은 바로 정치인이었다. 정치인만큼 거짓말을 잘 할 자신이 없어서 모든 기권해 버린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이미 한계영역을 벗어났음을 말하는 반어적 익살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통령 선거일 보름을 앞두고 있다.

후보들에 대한 정책과 자질 검증보다는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거짓말, 변명과 말 바꾸기,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선거분위기를 흐리게 하거나 더럽히고 있다.

최근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유엔 북한 인권 결의한 표결’과 관련한 공방이나 ‘돼지 흥분제를 이용한 성범죄 모의사건’과 관련한 후보자들의 대응태도는 고약하게도 그냥 덮고 갈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이는 정직과 신뢰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해야 할 정치지도자의 덕목을 한 방에 날려 버릴 만큼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 되어 버렸다.

송민순 전 외교 통상부장관은 지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당시 “북한의 의견을 물어 기권했다”는 충격적 사실을 폭로했다.

최근에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공개했다.

2007년은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노무현 정부시절이었다.

이 같은 폭로가 사실이라면 노무현 정부는 외교 안보 등 국가 주요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북한의 눈치를 보거나 물어보고 시행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는 문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부터 먼저 가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던 사실과 연동되어 문후보의 안보관이나 정체성과 관련 하여 심각한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문후보측은 지난해 10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의혹을 비켜가려 했었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 여기서도 발동됐다.

논란이 증폭되자 ‘북한에 기권 방침을 통보하는 차원이지 북한에 물어본바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북풍(北風)공작의 비열한 새로운 색깔론”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대통령 기록물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문후보측의 증거자료 공개 용의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래야 진실이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보호기간이 설정됐다면 국회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의결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발부되면 공개할 수 있다.

따라서 문후보 등 5당 대통령후보가 합의한다면 국회 동의를 받아 자료 공개가 가능할 터이다.

말 바꾸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고 그것이 정답이다.

거짓말이나 변명으로 국면을 호도하거나 말 바꾸기로 유야무야(有耶無耶)할 사안은 아니다.

다음은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의 말하기조차 민망한 충격적 과거 고백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홍후보는 2005년 출간한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던 순간들을 고백했다.

여기서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은 충격을 넘어 모두를 경악케 하고 있다.

그가 대학 1학년 때인 1972년, 학숙 집 동료의 부탁을 받고 성범죄에 이용할 약물을 구하는데 가담했었다는 고백록이었다.

여기서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일파만파(一波萬波)다.

45년 전 10대 때의 과거일이라고 지워질 일은 아닌 것이다. 아무리 느슨하게 말한다 해도 ‘더러운 성범죄 모의사건의 공동정범’이라는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다.

그렇다면 구역질나는 과거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고해성사를 통해 역사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하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미래를 말할 수 있다.

정제 안 된 품격 제로의 막말이나 풍화되지 않은 거칠고 천박한 시정 잡배 식 언어로는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정치인들의 허구적 거짓말과 변명을 경험해 왔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다.

‘서민경제를 살리겠다’, ‘일자리를 늘리겠다’, ‘복지예산 늘리겠다’, ‘빈부격차 줄이겠다’, ‘사교육비 줄이겠다’, ‘환경을 살리겠다’ 등 등 역대 대통령 후보나 역대 정부의 입에 발린 약속은 약속이나 하듯 모두가 거짓말로 돌아왔다.

거짓말이나 변명의 정도가 심해지면 허언증(虛言症 )이라는 정신병에 이르게 된다. 정치적 거짓말도 그렇다.

히틀러는 거짓말의 최고 달인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기에 거짓말 연구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이들이 정리한 ‘히틀러의 거짓말 4대 법칙’은 이렇다.

첫째,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하라”, 두 번째가 “절대 잘못을 시인하지 말라”, 세 번째 “다른 가능성의 여지를 남기지 말라”, 네 번째가 “잘못되었다면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워라” 는 것이다.

히틀러에 의하면 ‘거짓말은 한 번 말하면 부정하지만 두 번 말하면 갸우뚱하고 세 번 말하면 이내 그것을 믿게 된다’고 했다

우리가 보았고 들어왔던 정치인 중에는 이를 열심히 실천하는 ‘히틀러의 제자’들이 많다.

최근의 대통령 후보들도 선행학습을 통해 ‘히틀러의 거짓말 법칙’에 충실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 뒤집어씌우거나 말을 바꾸는 행태가 ‘히틀러의 거짓말 법칙’ 그대로여서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 국민들은 거짓말 하는 지도자 보다 솔직하고 정직한 지도자를 보고 싶은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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