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우 제주특별자치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김관모 기자
지난 4월 17일 제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끊임없이 발로 뛰어다니며 센터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했던 사람들의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런 열정으로 지금의 센터를 만든 이들 중 한 사람이 바로 강종우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다. 사회적협동조합과 수눌음자활센터 등을 운영해온 강 센터장은 제주 사회적 경제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다. 강 센터장은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구조 속에서 사회적 경제의 역할이 앞으로 미래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실패와 시장실패가 두드러진 오늘날 사회적경제는 기존 경제체제를 보완하거나, 조금 더 나아간다면 대안경제 형태로 갈 수 있다. 
"수눌음이 사회적 경제를 일으키는 핵심"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 경제'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자활기업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경제활동이라고 하면 크게 세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단 세금을 가지고 운영하는 '공공경제'와 거래 및 교환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가 있다. 그리고 민간의 자발적 활동, 다시 말해 호혜로 활동하는 '사회적 경제'가 있다. 이 세가지가 구분점이지만 어느 하나도 절대 혼자의 힘만으로 돌아가지 않고, 상호연관해서 돌아간다. 호혜를 기반으로 시장과 만나거나 정부와 만나기도 한다. 
 
@자료제공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 사회적 경제는 1800년 초반 영국의 방직노동자의 결성체인 로치데일 협동조합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흐름으로 본다면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부터 사회적경제가 많이 위축된 상태이다. 하지만 정부실패와 시장실패가 두드러진 오늘날 사회적경제는 기존 경제체제를 보완하거나, 조금 더 나아간다면 대안경제 형태로 갈 수 있다. 자본주의가 너무 시장을 장악해 그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는 오늘날에 시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기업이나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자기 욕구나 필요를 스스로 조달하는 형태. 이것이 사회적 경제가 나아가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는 강조하는 것이 '수눌음 경제'다. 수눌음 경제의 의미와 이것이 제주 경제에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 제주의 문화적 전통인 '수눌음'은 육지의 품앗이과 유사하다. 서로 돌아가면서 돕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수눌음의 어원이 '손을 얹다'는 말에서 변천된 개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종의 설이지만 이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수눌음이라는 의미는 협동과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별하게도 제주도는 부조 문화가 발달돼있는데 이것도 수눌음의 한 형태다. 수눌음에는 일종의 룰도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지 않으면 그 사람도 도와주지 않는 일종의 패널티가 있다. 연대와 협동은 서로서로 돕는 것이다. 규칙과 규율, 관습화가 발전해서 협동이 생겨나고 그 속에서 자치가 발현된다. 따라서 제주의 수눌음은 협동과 자치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가 교환이나 세금의 힘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돕고 보살피면서 자기 욕구를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수눌음 성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역사적으로 가난하고 고달프고 척박한 삶 속에서 생존을 위해 제주의 공동체가 터득했던 수눌음이 사회적 경제와 그 맥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수눌음을 새롭게 복원하는 일이 제주 사회적경제를 정착하고 발전시키는 셈이다. 또한 '돗통시'라고 하는 생태적 순환과 '괜당'이라고 불리우는 신뢰적 인간관계 등이 함께 수눌음 경제에 녹아든다면 제주의 사회적 경제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시장·경영안정화·네트워크·공동성장의 경제생태계 만든다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
 
▲ 제주의 사회적경제는 그 성장해온 역사가 소비자생협을 빼고는 정부의 정책에 기대어서 왔기 때문에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자생적이거나 자율적 성장판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센터는 그런 경제적 주체들이 제대로 자력성장할 수 있도록 공동성장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센터에서는 5가지 생태계로 나누어소 보고 있다. 첫째, 사람을 제대로 키우고 발굴해서 연결하는 것이 될 것이다. 둘째, 자기경영을 안정화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 세번째는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시장도 있어야 하고 자본도 조달할 수 있어야 하니까 이런 도움을 주는 것. 네번째는 기업 단의 네트워크 발판들을 만드는 부분. 다섯째, 공동성장의 발판을 만드는 것 등이다. 
 
이제는 제주라는 공간에서 센터 하나로 움직인다. 부서간 칸막이가 있는 것을 통합해서 원스톱(One-Stop)으로 진행한다.
다시말해, 물리적 통합을 가져가게 된 것이다.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 그 동안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의 사업이 관할하는 부처가 달라서 매우 어려움이 많았다. 중앙부처가 다르다보니 각자 다른 창구로 내려오기 때문에 과정도 복잡하고 중복되는 부분도 많았다. 이제는 제주라는 공간에서 센터 하나로 움직인다. 부서간 칸막이가 있는 것을 통합해서 원스톱(One-Stop)으로 진행한다. 다시말해, 물리적 통합을 가져가게 된 것이다. 공간이 통합되면 개개별 창구를 하나로 모이고 정보와 민원, 니즈가 하나로 모이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적 경제 사업을 펼치려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강종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5가지 경제생태계가 제주의 사회적경제를 살릴 수 있는 키워드라고 설명했다.@사진 제주투데이
제주만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과제
 
-센터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들었다.

▲ 그동안 제주도에서는 사회적 기업이나 자활기업 등의 규모가 작아 성장발판을 만들기 위해 민간협력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도지사 입후보자들에게 어필해서 시범도시를 구상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첫째는 민관이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 평가하는 공동생산시스템으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만들 것. 둘째는 향후 사회적경제 5개년 발전계획을 세울 것. 그리고 제대로 사업이 진행하도록 지원센터를 지원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모든 도지사들이 이 사업을 약속했고 그 결과 원희룡 도정 이후부터 차례차례 진행돼왔다.
2015년에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었지만 물리적인 어려움으로 많이 늦어졌다. 사업비만 받아서 사업하기 어려우니 물리적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1년 6개월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기대가 커지다보니 말로만 사회적경제하는 것 아니냐는 실망의 목소리도 들어야 했다.

제주도도 신뢰의 전통이 있었다. 그것이 깨진 게 일제시대와 4.3, 개발바람 등이다. 이같은 아픈 역사를 거치면서 제주도 과거의 공동체 문화와 신뢰가 완전히 깨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역사적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성공한 모델로 몬드라곤이나 퀘벡 등이 자주 소개되곤 한다. 제주도에서도 사회적 경제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몬드라곤이나 로마냐, 퀘벡 등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묘하게 카톨릭 역사와 관련이 깊다. 영미의 역사와 다르게 이들의 시민의식이나 시민관계는 인간관계속에서의 형성된 신뢰를 핵심바탕으로 한다. 제주도도 신뢰의 전통이 있었다. 그것이 깨진 게 일제시대와 4.3, 개발바람 등이다. 이같은 아픈 역사를 거치면서 제주도 과거의 공동체 문화와 신뢰가 완전히 깨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역사적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두번째로 그들은 공동성장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사회 내에서 사람 육성하고 시장 만들고 네트워크 형성하는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단단하게 축적된 것이다.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하는 일도 공동 성장판이나 성장 채널을 어떻게 기반을 마련해주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연대기금이다. 몬드라곤은 데자르뎅 연대경제금고, 퀘벡도 노동자연대기금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몬드라올은 창업하려면 연대금고에서 1년의 매뉴얼이 있다. 그 기간동안 컨설팅이 진행되며 신천자에게 기초생활비도 지급된다. 퀘벡 연대금고는 생활비를 주지는 않지만 사업화되도록 지원하는 장치가 기금의 힘으로 지원된다.
제주도도 수눌음기금 등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규모가 너무 작다. 따라서 신뢰나 호혜를 쌓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힘들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논의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센터에서 연결하고 있다.

강종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김관모 기자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비전과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 경영지원 판로개척이 됐든 현재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일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사회적 기업이 가지는 일종의 딜레마인 셈이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첫째, 제품의 질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시장의 필요와 고객 니즈에 맞춰서 개선하거나 개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를 하는 사람들은 고객의 니즈보다는 생산자의 니즈가 더 앞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은 고객이든 시장이든 니즈를 충족시키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회적 경제라고 해도 시장경제를 무시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둘째, 1차적으로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것이 필요하고 모자란지 네트워크를 통해 스크린해나가야 한다. 이 제품이 어디에서 먹힐지 수요층을 조사하고 어떤 서비스를 공공시장이나, 일반시장, 상호시장 등에 낼지도 계속 스크린해야 한다. 이를 통해 판로개척을 하고 이를 기업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센터에서는 경영지원, 시장진출, 마케팅 등에 대해 꾸준히 사회적 경제 기업들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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