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6일째다.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 증을 받자마자 시작한 대통령직 업무 수행 속도는 예사롭지가 않다.

브레이크 없는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다.

취임 후 첫 번째 주 대통령의 국정수행 추진력은 거침이 없고 내용은 파격적이다.

당선소감 발표 장소는 전례에 따른 당사가 아니었다.

촛불 민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광화문 광장이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의 신호탄이었다.

대통령은 약식 취임식에서 담화형식의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탈 권위 선언이었다.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 청산’,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 ‘청와대에서 나온 광화문 대통령 시대 개막’, ‘정치로부터 권력기관 완전 독립’, ‘분열과 갈등의 정치 청산’, 국민과 눈높이 맞추는 대통령‘, ’야당과의 대화 정례화‘, 안보위기 서둘러 해결’ 등 등,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의 구구절절은 국민적 공감을 불렀다.

짧고 간결한 말씀은 신선하고 시원했다고 했다. 취임사를 들었던 이들의 반응이 그랬다.

‘기회는 평등 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나라다운 나라, 공정함에 바탕을 두고 상식이 더 득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통령이 입에 달고 다녔던 ‘적폐 청산’은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요 불가결의 과정이자 수단이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업무 시작은 청와대 본관이 아니었다. 비서 동이었다.

비서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한 변화의 첫걸음이다.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내정자, 비서실장 등 인선을 발표하는 모습부터 달랐다.

이들 인사 내정자들과 함께 등장해 직접 인선배경 등을 설명했다.

앞으로도 주요 사안에 대해 직접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소통방식의 변화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비 검찰출신 법학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은 검찰개혁 의지의 메시지다.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3 천 원짜리 점심을 하고 거피 잔을 들고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뜰을 걸으며 산책하는 모습도 파격적이었다.

경호의 문을 낮추어 시민들과 일일이 사진 찍고 악수하는 파격도 보였다.

수석 또는 비서들과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격의 업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신선했다.

취임 첫 주말 쉬지 않고 마크 맨(전담기자)들과의 산행소통은 또 다른 국민과의 소통방식이다.

이 같은 스스럼없는 탈 권위와 낮은 자세 어울림은 국민들에게 ‘친구 같은 대통령’, ‘소탈한 이웃 같은 겸손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80% 가까이가 “대통령이 잘 할 것”이라는 여론기관의 조사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탈 권위와 낮은 자세의 소통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파격행보에 기대 못지않게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마냥 긍정적으로 볼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탈 권위 소통’행보가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의 껍질만 보고 본질은 외면하는 인기몰이 식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아기를 씻겼던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함께 버리는 어리석음을 떠 올리는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국정농단 재조사’, ‘세월호 재조사’ 지시 등 대통령의 인식은 그것의 당위성 여부에 관계없이 상당한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을 터이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과거 파헤치기에만 몰두하다 보면 새 정부가 앞세운 ‘소통과 공존’이라는 국가 미래건설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고 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비정상적 역사교육의 본질‘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 역사교과서는 지금 교단을 장악하고 있는 검정(檢定)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 잡기 위한 방편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많다.

“검정교과서가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 과정, 북한의 실상에 대한 일반의 상식을 외면했다”는 문제의식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올곧은 역사교육과 역사교육의 다양화를 위해 국정(國定)과 검정의 혼용 체제 논의 등 국민적 토론과 합의에 바탕을 두고 역사 교육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역사 교육을 재단해서는 역사교육의 왜곡현상만 낳을 뿐이다.

따라서 치열한 토론 과정이 없는 새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조치는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훼손하거나 또 다른 편 가르기의 역사 전쟁으로 국론 분열과 갈등만 키울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개혁 조급성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경고도 있다.

세월호나 국정농단 재조사도 그렇다. 과거부정이나 과거 정부 색깔지우기가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변질 될 수가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나라다운 나라’라는 대통령의 지향과는 달리 ‘박근헤 그림자 지우기’ 등 브레이크 없는 적폐청산에만 몰두하는 것은 ‘소통과 통합과 공존’이라는 새 정부의 성격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적폐를 청산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국정운영의 우선순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려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북핵문제, 사드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 등 민감한 안보나 외교 현안이 쌓여 있다.

청년실업문제, 가계부채, 일자리 창출, 사회양극화 현상과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등 당장 손을 써야 할 국정 우선순위도 산적해 있는 것이다.

탈 권위와 소통 소탈 등 이미지 정치가 인기를 얻을 수 있고 유혹이 있다고 해도 거기에만 매달리다가 정말 챙겨야 할 소중한 국정을 소홀히 한다면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탈 권위 소통행보는 재임 5년 동안 자연스럽게, 그리고 충분히 실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 안위에 관한 안보나 국익외교,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인기몰이의 거침없는 대통령의 파격행보가 득(得)이 될 수도 있지만 독(毒)으로 작용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경구(警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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