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와 제주범대위 등은 1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국가폭력을 경험한 주민들의 사례발표를 중심으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김관모 기자
"구상권 철회가 아니라 주민에게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통해서 해군에 손해 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마을이 찬반으로 깨지고 사촌이 서로 제사도 안 지내는 지경입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전 회장이 한 말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아픔은 여전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범대위 등은 1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 국가폭력'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강동균 전 회장과 송강호 박사, 오두희 평화활동가 등이 참석해 실제로 경험한 국가폭력의 사례를 발표했다.
 
"주민을 위협하는 해군"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 회장@김관모 기자
콘서트에 앞서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은 "마을회에서는 6월 중에 문재인 정부를 찾아가 요구안을 제출하고 확답을 듣고 올 예정"이라며 "강정 투쟁 10년째인데 주민들이 정말 잘못해서 생긴 것인지 아닌지를 진상조사를 포함해 구상권을 청구한 책임까지 정부가 공식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례발표 시간에서 먼저 강동균 회장은 2011년 8월 구속될 당시를 회상했다. 강 회장은 "해군이 테트라포드(방파제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일명 삼발이) 공사를 위해 해상크레인을 반입할 당시 크레인은 250톤이 넘기 때문에 지상으로 운반할 수 없었지만, 비가 오는 밤에 몰래 불법 반입했다"며 "이 크레인을 막기 위해 공사장에 왔을 때 이미 경찰조직이 이를 대비해 준비하고 숲에 숨어있다가 덮쳤다"고 말했다.
 
또한  2012년 당시 해군 홍 모 대령의 막말 파문도 이야기를 꺼냈다. "마침 스마트폰으로 전화기를 바꾼 때여서 '김정일을 위해서 일하지 않느냐'는 대령의 전화를 녹음할 수 있었다"며 "해군 장교들이 돌아다니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협하는 것은 마을에서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토로했다.
 
강 전 회장은 "국책사업은 풍족하게 살고 행복추구권 누리게 하는 것이고, 국가안보사업은 정부와 군만이 아니라 국민까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벌이는 이런 행위는 엄청난 국가폭력이나 인권유린이며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고 규탄했다.
 
"장난 좀 치시죠"...생명을 위협한 해난구조대
 
송강호 박사@김관모 기자
한편 송강호 박사도 당시 강정마을 반대 투쟁 과정에서 겪었던 폭력행위를 증언했다.
 
송 박사는 "해군기지 밖 바다로 나갔는데 해군의 SSU(해난구조대) 대원 두명이 계속 따라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더이상 TV카메라가 보이지 않자 '장난 좀 치시죠'라고 하면서 한명은 올라타더니 물에 억지로 집어넣어서 숨을 못 쉬게 하고, 다른 한명은 물갈퀴를 벗겼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다음날에는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이 상황을 직접 찍었지만 대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한 대원은 카메라를 보고도 V자 표시를 하면서 비아냥거렸고, 나중에 내 카메라를 빼앗아서 바다에 던져버렸다. 다행히 오후에 다시 나가 카메라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이 영상을 증거로 이은국 해군건설사업단장과 SSU 대원들을 고발했지만, 결국 군법회의에서 무혐의로 처리됐다고 밝히면서, "해군에서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증거"라고 호소했다.

"주민에 대한 '구상권 철회·사면복권' → 해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진상조사'로"
 
1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는 팟캐스트 소도리팡이 이어졌다.@김관모 기자
토크콘서트 '소도리팡'에서는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현재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소도리팡'은 제주투데이와 제주미디어협동조합, 제주대안공동체가 함께 기획 및 운영하는 팟캐스트로 제주의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구상권 철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명한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동현 문학평론가는 "경찰이나 해군이 나서지 않고 그들이 고용한 용역이 나서서 일어나는 음험하고 잔인한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폭력의 아웃소싱이 이뤄지고 있는데 해군의 상생이야기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동균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을 이야기하지만 사면복권은 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확정된 뒤가 사면이지 않느냐"며 "우리는 죄가 없기 때문에 사면복권이 아니라 명예회복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강호 박사도 "구상권 철회를 요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군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 전 회장의 이야기를 뒷받침했다.
 
"원희룡 지사, 항상 말만 앞설 뿐 행동 안 한다"
 
원희룡 도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두희 평화활동가도 "원희룡 도지사가 구상권 철회를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했다고 하는데 제주도가 할 일이 없다는 말인가"라고 역정을 내면서 "제주도의 책임자로서 스스로 행동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도와달라고 요청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강 전 회장도 "원 지사는 항상 문제가 해결하도록 애쓰겠다는 약속만 하고 연속성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이렇게 말 한마디만 던지는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일관한다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어시간동안 진행된 토크콘서트에는 마을주민과 평화활동가, 사회단체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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