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업자들은 공직을 부패하게 만드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뇌물을 미끼로 공무원들을 쉽게 길들이고 조종하는 기술이다.

돈과 금품과 향응은 그들의 더 큰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다.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아먹는 데 게걸들렸다. 체면불구하고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랬다.

건설관련 담당 공무원들 이야기다.

제주의 공직사회가 ‘부패와 비리의 복마전(伏魔殿)’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다.

오해 마시라.

제주도 전체 공무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내 5300여 공무원 거의 대부분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중 극히 일부 타락하고 썩어빠진 공무원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물을 흐리게 하는 데는 미꾸라지 몇 마리로도 충분하다.

먹물 한 방울이 깨끗한 물 한 동이를 검게 물들일 수도 있다.

최근 제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하천 교량사업 비리’도 미꾸라지 같은 몇몇 타락한 공무원이 선량한 전체 제주공직사회를 먹칠하는 공직비리 스캔들의 주인공들이다.

지난 24일, 제주지검 김한수 차장검사가 발표한 ‘하천교량비리 중간 수사결과’ 내용은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특정 건설관련 업체 대표와 관련 공무원들 사이의 장기간에 걸쳐 지속돼온 검은 커넥션이 놀라웠다.

그래서 제주시의 건설관련 담당 부서는 거의 초토화 됐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업체의 로비 뇌물 수수에 연루됐거나 비리 알선 행위 등 꼭두각시 노릇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금품 제공 유형이나 뇌물을 받아 챙기는 기술은 충격적이었다.

제주지검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제주시 건설과장 등 전 현직 공무원 5명과 제주시 전 건설교통국장 등 알선 브로커 2명, 금품제공업체 관계자 1명 등 8명을 구속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건설 분야 관련 업체의 로비를 받아 부정한 방법으로 해당업체를 편법 지원하고 뇌물 등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 중에는 교량공사 시공을 알선해주고 빌라 특혜 분양 등 총 4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자도 있다.

또 제주시에 근무했던 6급 공무원은 관급자제 납품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빌라 한 채를 8500만원이나 싸게 특혜 분양 받았고 현금 800만원까지 챙겼다.

3000만원을 받은 제주시 전 건설과장, 한정식 집에서 1000만원을 받았던 제주시 전 국장, 재직 당시 2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퇴직 후에는 해당 관련 업체 대표로 취임하여 월 300만원씩 수령했던 또 다른 전 과장, 1500만원을 받은 6급 하천 관리 담당 등 이들의 뇌물 수수에는 위아래가 없는 한 통속이었다.

업체의 뇌물 잔치는 그야말로 화려(?)한 떡 반 나누기를 방불케 했다.

뇌물 수수 혐의의 한 피의자는 금품 수수 사실을 빌미로 공무원을 협박해 계약을 수주하거나 1억원이 넘는 금품을 갈취하는 조폭수준의 마가파식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건설관련 업체와 건설 관련 담당 공무원 사이의 부패 고리는 이처럼 요량하기 힘들 정도로 요지경 속이었다.

일각에서 건설 관련 담당 부서를 두고 ‘비리 복마전’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공직사회의 비리나 부정부패 스캔들은 어제 오늘에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고전적이고 태생적이라 할 수 있다.

공직 부패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썩게 만드는 바이러스나 다름없다. 결국은 나라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성 종양이다.

그런데도 왜 근절되지 않고 있는가. 처방전은 있기나 한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부패 방지 시스템과 부패 척결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 시스템이나 정치권력 의지로도 공직 부패는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패 요령은 더욱 교묘해지고 기술은 더욱 진화하고 있다.

원희룡지사도 취임 일성이 ‘깨끗한 도정’이었다.

반부패 청렴 관리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청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공직 윤리 및 청렴에 관한 행동강령까지 마련했었다.

공무원 노조에서도 ‘부정부패 추방 센터’를 개설하는 등 공직 부패 청산운동을 전개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공직 부패 청산 운동은 ‘구호’로만 그쳤다.

최근에 터져 나왔던 잇단 공직 부패비리 같은 일들이 계속돼 부패 청산 의지를 우습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 결과 제주도는 전국 17개 시도 중 청렴도가 2014년에는 16위, 2015년 14위, 2016년 12위 였다.

바동거리며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끄러운 하위권‘이다.

제주도의 부패 환경이 녹록치 않음을 말해주는 통계다.

선언적이고 당위적인 윤리 규범에만 의존하는 청렴도 상승 욕구는 ‘썩으면서 향기롭기만 바라는 고약한 희망사항’이다.

신문지로 오물을 덮는다고 악취가 가려지거나 오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물을 걷어내고 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 것이다.

행정의 인허가 부서와 관련 업체 간 관행적이고 고질적인 유착관계를 근절할 혁명적 발상전환이 필요하고 시급하다.

1회성이나 선언적 통과의례 식 결의만으로 청렴 공직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하천 교량 비리 스캔들’이 제주공직 사회에 뼈를 깎는 성찰과 실질적인 공직부패 추방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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