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아도 된다." 이 한마디의 야유가 일본 암 환자 단체만이 아니고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혀 놓았다.

지난 5월  15일 <자민당 후생 노동부회>서 "수동 흡연 대책"을 논의할 때 자민당 미하라 쥰코(53) 참의원 의원이, 직장에서 담배연기 때문에 고통받는 암 환자의 입장을 설명할 때였다.

"(암 환자는는) 일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야유가 동료 의원 오니시 히데오(71) 중의원 의원으로부터 튀어나왔다.

2020년 토쿄올림픽 개최의 환경 조성을 위해 후생노동성에서는 음식점에서의 전면 금연을 제안하고 있지만 자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 열린 자민당의 수동 흡연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궁경암에 걸렸던 미하라 의원의 발언 중에 나온 오니시 의원의 야유였다.

암 환자 단체만이 아니고 국민들의 거센 항의에 그는 사죄는 하면서도, 무리해서 그러한 곳에서 일 안해도 된다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니까 취소는 안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실언으로 종종 사회 문제를 이르켰던 그는 자민당 내부에서도 심한 반발을 초래했고, 7월 2일에 있는 토쿄도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해서 자민당 토쿄지부연합회 부회장을 사임했다.   

일본은 사람 왕래가 빈번한 특정 거리에서는 금연과 위반시 벌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음식점에서의 금연은 조례나 법적 제도가 없어서 음식점의 자주성에 맡기고 있다.

금연자에게는 좋은 현상이지만 흡연자 손님들이 줄어들어서 매상에 치명적이라면서 음식점은 물론 담배 제조회사에서도 금연을 음으로 양으로 반대하고 있다.

타협안으로 음식점의 종류, 크기 등으로 분류해서 완전 금연과 분연(分煙), 흡연 가능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약 2년 전 오사카에서 일본인 강사의 김대중 전 대통령 생애에 대한 강연회가 있어서 참석했다가 끝내고 일본인들과 이자카야(선술집)에 갔었다.

마침 담배 이야기가 나와서 필자는 지금 한국에서는 어떠한 음식점에서도 전면 금연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더니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그러니 한국은 원리주의 나라라는 말로 비판을 했다.

필자에게 있어서 이 말은 충격적이었다. 원리주의라는 말의 개념은 종교계에서 자신들이 믿고 있는 교리를 철저하게 신봉하거나, 왜곡된 교리 해석으로 조직 테러도 일삼는 단체에게나 가끔 적용되는 단어쯤으로 인식해 왔다.

한국의 일사불란한 국가 시책으로서 건강과 환경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음식점 전면 금연은 담배를 피우는 필자도 자랑스럽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담배를 안 피우고 한국을 우호와 긍정적 의미로 바라보는 일본인들까지도 이 처사에는 민주주의와 어긋나는 원리주의 행위라고 필자의 의견에 반론을 폈다.

지난 5월 25일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한.일 우호 아트페어> 한.일 화가 약 50여명의 참가한 오픈식에 참석 후 필자는 2차회를 사양하고 세 분의 동포와 따로 이자카야에 갔다.

일제시대 징용으로 효고현 타카라스카 부근의 후쿠지야마철도 개수공사(1929)와 코베 수도 공사 건설 공사(1914-15)에서 일하던 한국인 5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억울하게 돌아간 그 분들을 위해 한.일 민간인들이 약 25년간 사고 현지 부근에서 제사를 지내다가 위령비 건설을 위해 동포와 일본인들이 지금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위령비 건립 공동대표인 김예곤 씨, 발기인 이현진 씨, 한국어 선생 S씨와 발기인인 필자는 위령비 모금에 대한 협의를 하기 위해 따로 간 자리였다.

협의가 끝나고 식사중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필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흡연이 가능한지 마마(주인 아줌마)에게 문의하고 잿털이를 요청해서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담배를 피웠다.

80대인 김예곤 대표와 70대인 이혜진 씨는 백해무익인 담배를 아직도 피운다면서 자신들의 흡연, 금연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필자의 담배갑까지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우는 담배를 마지막 담배로 알라면서 설교와 나무람까지 곁들여서 필자를 꼼짝 못하게 했다.  

이러한 설교와 나무람에 필자는 40여명이 함께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한.일 화가들 2차 모임에 참가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은근히 들기도 했다.

김예곤 대표는 필자의 금연 행위를 비난하는데 같이 응원해 달라고 요청을 하기 위해 마마까지 불렀다.

그 전에 필자는 마마도 담배를 피우시죠?라는 물음에 그렇다는 결론적안 대답에 우리들은 한바탕 호탕한 웃음을 퍼트렸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마마는 자신도 동포 2세라면서 아버지는 전남 여수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인라고 밝히고, 위령비 모금에도 기부금을 내주었다.  

어떻든 일본은 2020년 올림픽 개최 때까지는 음식점만이 아니고 사회 전반에 걸쳐 금연에 대한 커다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파칭코 홀은 게임기마다 옆 자리의 흡연자 연기를 막기 위해 플라스틱 차단기를 설치해서 본인들의 의사에 맡겨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시대의 바람(5월 28일)>이라는 컬럼란에 "분연이 불가능한 진정한 이유" "금연 권리가 우선"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유렵, 미국 호주 등의 구미는 물론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선진 지역에서도 음식점 전면 금연을 실시하고 있는데 일본은 왜 못하는 것인가라는 질타였다. 

음식점 종류, 크기, 분연 등의 다양한 의견 제안보다도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전면 금연을 실시하면 손님이 줄어든다는 음식업계의 기우는 모두 똑 같은 조건이니까 무방하다고 한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와 그 연기를 맡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의 진부한 흑백 논쟁 속에, 또 이렇게 이분법적 결론이 아닌 분연론도 나오지만 건강과 환경, 그리고 세계 추세 속에 금연은 당연하다고 금연파들은 역설하고 있다.

자위대 파견법, 테러 공모죄 등 우익적인 법률의 몰아붙이기 식 가결은 속출하고 있지만 그렇게 처리 못히는 음식점 금연 소동은 일본의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담배를 피우는 필자도 음식점 전면 금연은 대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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