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1100도로는 한산하다.

일찍 고개드는 더위지만 아침 공기는

시원하기보다는 얼굴에 스치는 냉랭함은 차갑게 느껴진다.

매표 선생님이 1600고지까지 산철쭉이 개화했지만

선작지왓에는 아직이라고...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라산 정상의 남서쪽 산허리에 깍아지른 듯한 기암괴석과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과 흡사하다하여 이 곳을 '영실' 이라 한다.

설문대할망 전설 속 선작지왓(신선들의 정원)은

산철쭉으로 꽃바다를 이루고 신령스러운 제주3대 성지 중 한 곳으로

예로부터 영험한 기도처로 여겨져 왔다.

영실은 해발 1,280m로

영실탐방로에서 윗세오름~남벽분기점(해발1,600m)까지는 5.8km

남벽까지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흙먼지털이기로 등산화의 먼지를 털고 남벽을 향하여 출발한다.

영실 소나무 숲은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해발 900~1,300m 정도에서 자란다.

제주의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갈색 나무껍질과 백색의 겨울눈을 하고 있는 곰솔과 다르게

나무껍질이 얇고 붉으며, 겨울눈 또한 붉은색을 띤다.

소나무 숲의 상쾌한 새벽 공기와 작은 바람소리는

느리게 걸어가는 비움의 미학을 알려준다.

 

영실 소나무 숲은

제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

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숲이라는 안내글이 보인다.

숲을 빠져나오니 높은 하늘과 탁 트인 사방은

무거웠던 몸과 마음을 새털처럼 가볍게 해준다.

저지대에는 벌써 꽃잎이 시들어가는 산철쭉도 보이고

진분홍 붉은병꽃나무, 은빛으로 빛나는 보리수나무, 하얀부케를 닮은 마가목,

병아리가 봄나들이 나온 듯 섬매발톱나무가 반겨준다.

영실기암은 한라산을 대표하는 영주십이경 중 하나로

춘화, 녹음, 단풍, 설경 등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데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장군' 또는 '나한' 같아 보인다 해서 

오백나한(오백장군)이라 한다.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둘려져 있어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신들의 거처라고 불리는 영실(靈室) 병풍바위는

한여름에도 구름이 몰려와 몸을 씻고 간다고 한다.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오백장군)상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뒤로

파란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고

아침 햇살의 눈부심은 황홀함을 연출한다.

한참을 오르고 잠시 숨을 고른다.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볼레오름 너머로 우뚝 선 산방산 주위의 오름 능선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물 위에 떠 있는 듯 아름다운 모습은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며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한다.

 

오름은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말한다.

제주에는 360여개의 크고 작은 오름들이 있는데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물장오리를

포함하여 약 46개의 오름이 있다.

한라산 해발 1,400m고지 이상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수이면서 한국특산식물이다.

구과의 색에 따라 검은구상, 푸른구상, 붉은구상으로 불리는데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란 구상나무는

산철쭉과 더불어 봄의 한라산을 신선들의 정원으로 곱게 물들인다.

산행길에 만난 부부가

철쭉과 진달래의 차이점에 대해서 궁금해하신다.

 

진달래와 철쭉은 진달래과의 낙엽활엽관목이다.

진달래는 꽃이 먼저 핀 후 잎이 나오는데

개화기는 3~4월로 깔대기모양의 꽃은 꽃잎이 처음부터 따로 떨어져 있고

꽃잎은 독이 없어 식용 가능해 '참꽃'이라 부른다.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온 후 꽃이 피는데

개화기는 4월 말~6월 초다.

꽃은 통꽃으로 꽃색에 적갈색 반점이 보이고

꽃을 따면 꽃자루가 끈적끈적하다.

주걱모양의 잎은 4~5장으로 가지 끝에 돌려나고

식용이 불가능해 '개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떨리는 순간이다.

숲 터널을 지나니 사방이 탁 트인 백록담 화구벽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웅장한 모습의 백록담 화구벽은 언제 보아도 신비스럽다.

윗세오름은

1,100고지 부근의 세오름 보다 위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만세동산~장구목오름~백록담 화구벽~윗방아오름~방아오름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작지왓의 넓은 고산평원과 범섬, 마라도, 차귀도, 비양도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처럼 아름다운 전망지이다.

한라산의 봄은 꽃바다를 연출하는 선작지왓에서 시작된다.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 초원지대로

'작은 돌이 서 있는 밭' 이라는 의미를 지닌 곳이다.

키 작은 관목류가 넓게 분포되어 있고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고원습지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명승지이다.

돌 틈 사이로 봄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진분홍 꽃바다를 이루는 산상의 정원에는

눈향나무와 시로미 등 고산식물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윗세족은오름을 내려오니

'백록담 화구벽' 이 눈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시원한 한라산 생수의 힘찬 물줄기?

가물었다고 하지만 노루샘에는 한라산 생수가 흐른다.

한모금 마시고 나니 저절로 힘이 솟아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백록담은 흰사슴을 탄 신선이 내려와 물을 마셨다'

는 전설을 가진 이름이다.

한라산 정상은 화산폭발로 형성된 산정호수 백록담이 있는데

'영실탐방로'로는 백록담을 오를 수 없고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 갈 수 있다.

관광객들은 백록담을 오를 수 없다는 말에 많이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남벽까지 가보기로 한다.

 

간식과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남벽분기점을 향하여~

백록담을 제외한 한라산 전역에 분포한 조릿대는

땅속 줄기가 그물처럼 넓게 뻗어 있고, 마디 부분에서 매년 새순이 돋아나 군락을 이룬다.

조릿대 숲은 강풍, 강우,폭설 등으로 인한 토양의 유실을 막아주고

야생동물들의 좋은 서식처가 되어준다.

웃방아오름에서 용출수가 솟아난다고 하여 '방아오름샘'이라 하는데

웃방아오름은 오름 모양이 '방아'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얼마나 가물었는지 샘물이 말라버렸다.

선명한 날씨 탓에

서귀포시내와 지귀도, 제지기오름, 섶섬, 문섬, 범섬으로 이어지는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스레 조망된다.

파란 말뚝은 250m마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데 

영실탐방로는 '3-1'로 시작되어 남벽분기점까지는 '3-23'이 마지막이다.

영실탐방로 입구부터 남벽분기점까지는 대략 '5.8km'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라산 정상 외곽인 화구벽 중 남측 수직절벽을 '남벽(백록담)'이라 하고

등터진괴는 바위그늘 집자리(괴)가 앞뒤로 터져 있다하여 '등터진괴'라 한다.

남벽분기점은 돈내코 코스 남벽 앞 지점으로

윗세오름 가는길과 돈네코 지구로 갈리는 장소라고 하여

'남벽분기점'이라 한다.

한라산 해발 1.700~1,800m에는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와 좀고채목같은 낙엽활엽수 등이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빛내준다.

한라산 아래는 고개드는 더위로

여름의 길목으로 들어섰지만 한라산의 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1,400m고지 이상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세찬 비바람을 견디며 왜성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선작지왓에 출렁이는 꽃바다는 아직이지만

산철쭉의 '봄의 왈츠'는 한라산의 봄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한라산 봄의 시작을 알리는 하얀색으로 수놓는 '세바람꽃'은

그늘진 풀 속에 숨어 찾아보라 숨바꼭질한다.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본 백록담 화구벽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간다.

 

아침햇살에 눈부셨던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오후가 되면서 만개한 산철쭉의 짙고 화려한 꽃색깔은 

꽃바다를 이루며 멈춰서게 한다. 

계곡의 물소리는 

소나무 송화가루가 누렇게 내려앉은 소나무 숲으로 안내한다.

일찍 고개를 드는 더위지만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녹음이 짙어가는 한라산의 숲은  

선물같은 하루로 지친 우리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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