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자락 계곡따라 들어간 깊은 숲 속은

짝을 찾는 새들의 지저귐과 여름향기로 가득 찼다.

계절을 전해주는 숲 속의 빛나는 보물들은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는 흠칫 놀라게 한다.

어두컴컴한 숲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면 그 사이로 햇살이 들어올 뿐

지팡이를 짚을 때마다 소리가 나는

스님이 들고 다니는 석장(지팡이)을 떠올리게 한다.

하늘 연못에는 수련이 아름다운 자태로 눈 맞춘다.

시든 꽃은 물 속으로 감춰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수련

밤에 꽃잎이 접어들어 '수련'이라 부른다.

여름이 되면 잎이 말라죽는 절반의 여름이란 '반하'

잎은 큰천남성을 닮았고

두루미천남성처럼 불염포 속 채찍모양의 육수꽃차례를 한 '대반하'

대반하는 반하에 비해 크고 살눈이 달리지 않았고

3갈래로 갈라진 잎이 반하와 구별된다.

어떤 아름다움에 비유할까?

어두침침한 숲 속 햇살이 들어오는 언덕길

먼발치에서 보아도 눈부신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제압해버린

으름열매를 닮은 기생식물 '으름난초'

낙엽이 오래 쌓인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숲 속에는

부생식물, 부생란들의 천국이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부생식물들은

유기물이 풍부한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고 살아간다.

잎이 퇴화하여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무엽란'

무엽란보다 키가 작은 골프채 모양을 한 '제주무엽란'

무업란은 식물체의 높이가 제주무엽란에 비해 크고

꽃자루는 비스듬히 서거나 옆으로 처지지만 제주무엽란은 곧게 선다.

무엽란의 꽃은 활짝 피지만

제주무엽란은 반쯤 피어 안으로 오그라드는 특성이 있다.

큰 나무에 붙어서 거꾸로 자라는 착생난초

차잎을 따서 말리려고 걸개에 걸어놓은 모습같다고 붙여진 이름 '차걸이란'

식물이 작고 앙증맞은 모습이 병아리를 닮았을까?

산지의 암벽에서 자라는 '병아리난초'

흑자색꽃이 매력적인 여름 숲속의 흑진주 '흑난초'

무리지어 나는 하얀 갈매기를 연상하는 '갈매기난초'

아름다운 잎이 옥잠화를 닮은 녹색꽃 '옥잠난초'

백마의 머리를 닮은 '나도수정초'

영국병정 닮은 붉은색의 자실체 '영국병정이끼'

가을 앙증맞은 공모양의 빨간열매 '호자덩굴'

하얀꽃이 작은 매화꽃을 닮은 '매화노루발'

긴 줄기 끝에 방울방울 달린 꽃이 소녀의 기도 모습일까?

노루 발자국 같다고 붙여진 '노루발(풀)'

'숲이 품은 건 영겁이지만 내가 머문 건 찰나'

숲 속의 보물들은 찰나의 시간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서서히 고개드는 여름 더위지만

6월의 숲 속은 거닐수록 초록의 기운으로 생기가 넘쳐나고

숲 속의 빛나는 보물들은 부지런히 계절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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