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시작된 폭염은

마른장마가 이어지더니 곳곳에 물폭탄을 맞았다.

장마는 제3호 태풍 '난마돌'을 몰고 왔지만 다행히 제주도를 비껴갔다.

7월 1일~10일까지 열흘동안 개방되는

비밀의 숲을 걸어볼 수 있는 거문오름 탐방길에 나섰다.

 

울창한 수림이 검은색을 띠고 있어 신령스러운 공간

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검은오름'

2017 세계자연유산제주 '검은오름 국제트레킹'

이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행사 기간 중에는 사전 예약없이 운영되지만

탐방 전에는 탐방안내소에서 반드시 출입증을 받은 뒤

탐방 수칙을 교육받은 후 탐방해야 한다.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도

경이롭고 아름다운 신비의 화산섬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이제 제주는 세계인의 보물섬이다.

[검은오름 탐방 안내]

태극길(약 10km, 3시간30분 소요)은

거문오름 주변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로

말발굽 모양의 분화구와 거문오름 정상부의 아홉 개 봉우리를 순환하는 코스다.

태극길은 분화구 능선과 분화구내의 알오름을 돌며 탐방하는 모양이

'태극' 문양을 형상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용암길(약 5km, 3시간 소요)은

트레킹 기간 중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탐방로로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류가

지형경사를 따라 흘러내려간 길로 다희연까지 이어진다.

 

진물길(약 6km, 3시간 30분 소요)은

신규코스로 용암길코스와 벵뒤굴을 품고 있는 알바매기오름 능선따라 형성된 길로

흐린내공원까지 이어진다.

탐방입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2시까지이다.

장맛비에 물을 머금은

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이 탐방객들을 반겨준다.

검은오름에서 흘러 나온 용암은

벵뒤굴, 만장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규모가 다양하고 독특한 특징을 보이는 여러 용암동굴을 만들었다.

하나의 화산으로 동굴이 긴 거리를 따라 만들어지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그 예가 드물며

오름 내부에 다양한 동식물이 자생하여 생태적 보전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안내책자에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들은

거문오름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수많은 갱도진지를 만들었는데

거문오름에서 확인되는 일본군 갱도는 10여곳에 이른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크고 작은 오름군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불구불 내려오는 오름들의 능선, 초록을 머금은 광활한 평원

잠시 거문오름의 신비스런 기운을 느끼본다.

거문오름에는 식나무와 붓순나무가 큰 군락을 이루고

곶자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시딸기 군락지는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사리류를 비롯해 산쪽풀이 산책로 주변에 쉽게 눈에 띈다.

태극길 능선따라 내려오니 드넓은 평원이 기다린다.

아직까지도 주먹을 내놓고 기다리는 고사리에 눈길이 가고

빨갛게 익어가는 멍석딸기는 길 위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준다.

흘러내린 땀도 식힐겸 달콤한 간식시간을...

햇볕이 들지 않는 정글의 깊숙한 곳에 서 있는 듯

온 몸으로 느끼는 습한 기운과 대자연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무와 넝쿨이 만들어 낸 비밀의 숲

검은 돌 위의 초록이끼가 만들어낸 야생의 숨결

이방인을 경계하는 새들의 삐쭉이는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면 살짝 들어오는 햇살 

소복이 쌓인 낙엽이 만들어낸 푹신한 길

장맛비에 아름다운 색깔의 버섯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숲 속은 온갖 식물들이 내뿜는 여름향기로 가득 찼다.

제주민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숯가마는

중요한 생활유적으로 1970년대 전반기 무렵에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숯가마는 현무암을 둥글게 쌓아올려 전체적으로 아치형으로 만든 형태로

가마 뒤쪽으로 타원형의 숨구멍(통풍구)가 나 있다.

용암협곡에서 만날 수 있는 풍혈지대

일색고사리가 뒤덮고 있는 풍혈지대는 여름인데도 찬 공기가 느껴진다.
연중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울창한 숲을 이루는 숨골은

겨울철에는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벵뒤굴은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용암동굴 중에서

가장 복잡한 동굴 내부구조를 갖고 있는 미로형 동굴이다.

전체길이가 4.5km로 웃바매기오름 전면부의

해발 300~350m인 용암지대에 분포한다.

벵뒤굴 내부에는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과 유물들이 남아 있고

학술적 가치가 높아 철저하게 통제, 보호하고 있다.

벵뒤굴은 행사기간에도 미개방이다.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간 흔적이 남아있는 용암길은

용암협곡을 따라 형성된 5km구간으로

1년 내내 비밀의 숲이지만 한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두 갈래길에서 새로 만들어진 진물길로 들어선다.

곶자왈이 만든 비밀의 숲은 신비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뜨거운 해가 기다리는 바깥풍경은 드넓은 초지로 안내하고

어느새 수직의 정원 삼나무숲길로 접어든다.

 

하늘로 향한 수직정원 삼나무숲

양 옆으로 난 삼나무는 사열하듯 반긴다.

통바람이 부는 삼나무숲은 바람도 잠시 쉬어 가고

큰 숲 사이로 걸어가는 동안 내 키도 훌쩍 커졌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피톤치드의 상쾌함이 전해진다.

세계가 반한 아름다운 섬 '제주'

1년 10일만 공개하는 비밀의 숲 거문오름은 곶자왈과 용암동굴을 만들었다.

다양한 형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숲이 뿜어내는 초록기운

도시의 찌든 몸과 마음이 씻겨내려간 듯

온전한 하루를 빌려준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