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산은

마을의 수호산이면서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성읍마을 사람들에게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마음의 고향으로 다가오는 오름으로 이 마을의 지킴이다.

균형잡힌 굼부리와 모양새가 의젓한 영주산의 품격은

이 오름의 매력인 듯 하다.

 

성읍저수지로 가는 길에 메밀꽃 하얀세상을 만났다.

영주산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1리에 위치한다.

높이는 326.4m로 산체가 비교적 크고 분화구는 화산체의 남동쪽으로 터진 말굽형이다.

신선이 살아 신령스럽다고 하여 ‘영모루’ 또는 ‘영머리’라고 했다.

풍수적으로 볼 때 정의현 읍치의 주산에 해당한다.

알프스승마장 옆 농로따라 500m를 가면 오름 입구에 도착하는데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오름 들머리는 철계단이 놓여져 있고

스피커에서는 오름을 오를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오름 사면 대부분은 초지로 이루어져 있고

완만한 풀밭에는 깔끔하게 야자매트를 깔아 놓아 초대받은 듯하다.

제주의 모든 바람을 다 막고 있는 영주산

'신선이 살아 신령스럽다'

는 오름 풀밭은 소들의 천국이다.

이방인이 방문이 귀찮은 듯 매트 한가운데 영역표시 흔적을 남겼다.

 

봄햇살에 기지개를 펴며 초지 위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봄처녀 '산자고' 는 자취를 감춰버렸고

최악의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인 서양금혼초(개민들레)는

오름의 주인인냥 제주 땅 깊숙이 파고 들어오고

꿀과 향기를 감추고 입술을 내민 밀원식물 '꿀풀'이

그 자리를 이어달리기한다.

'영주산과 무선돌'

부잣집 딸과 가난한 총각의 비련의 전설

늙은 홀어머니를 모시는 가난하지만 효심이 지극한 총각은 부잣집 딸에게 한 눈에 반해

홀어머니를 소홀히 하고 추운 겨울날 홀로 세상을 뜨게 되자

결국 부잣집 딸과 가난한 총각은 마을에서 쫓겨난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을 맞아

부잣집 딸은 영주산이 되었고 총각은 무선돌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무선돌로 내려가는 길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 포기하고 곧바로 천상의 계단으로 향한다.

소 한마리가 굼부리를 향해 기우제를 지내고 있을까?

동쪽으로 향한 말굽형 굼부리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오름의 서녘 기슭에는 천미천이 흐르고

바닥이 가마솥처럼 패였다고 '가메소'라고 하는 못이

있다고 하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천상으로 가는 계단

나무계단은 대략 624개로 정리했다.

초여름 파란하늘과 헛꽃이 아름다운 '산수국'이 능선을 덮을 때

천상으로 가는 길은 환상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하지만 가뭄으로 오름도 산수국도 목마름에

아름다움을 채 보여주지 못하고

기대만큼 실망만 안겨준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살짝 보이는 성읍저수지

삼각점과 산불 감시용 경방초소, 소와 말을 돌보기 위한 막사가 보인다.

정상은 360도 전망대다.

넓다란 광야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만든 성읍저수지가 펄쳐진다.

성읍저수지는 성읍리의 임야와 농경지를 개발한 것으로

증가하는 농업용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다.

성읍저수지 뒤로 제주도의 오름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동부지역

오름 군락의 파노라마는 황홀한 장면을 연출한다.

(거슨세미~안돌~밧돌~체오름~거친오름~민오름~큰돌이미~비치미~개오름 등등)

멀리 바다 위의 궁전 '성산'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이고

오른쪽으로 광활한 목장과 왼쪽으로 성읍민속마을의 멋스러움

동쪽 아래 기슭에는 성읍민속마을 공동묘지가 있다.

정상에는 강아지꼬리처럼 보인다는 개꼬리풀 '까치수영'이 여름햇살에 빛나고

계란후라이를 해놓은 듯 계란꽃이 더 어울리는 이름일까?

작은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의 가녀린 모습

멍석딸기도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수직의 정원 삼나무길을 빠져나오니 출발했던 지점의 푸른 초원이 기다린다.

이른 시간 탓에 모구리오름으로 발길을 옮긴다.

평일이라 모구리야영장은 정적이 감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 아래에는

식물 전체에서 생선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어성초'

또는 잎이 메밀을 닮아 약용식물이란 뜻의 '약모밀'

이리의 어금니를 닮았다는 작은 키의 '낭아초'

얼마나 달콤한지 복분자딸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광활하게 펼쳐지는 오름군락의 파노라마

운무에 쌓인 한라산은 조각난 섬처럼 떠 있다.

그 중심에는 영주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다가온다.

 

날이 오래도록 가물면 영주산을 올려다보며 비를 기다렸다고 한다.

가뭄으로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는 땅

기우제를 지내야 할 만큼 장맛비 소식이 기다려진다.
영주산 봉우리에 아침 안개가 끼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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