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구 생태텃밭 오연숙

무더운 여름보다도 더 뜨거운 열기로 7, 8월 두 달간 숨 가쁘게 진행된 스터디가 끝났다. 도시농업에 대한 자문을 받는 첫 시간은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텃밭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왜 친환경이어야만 하고 자연농이어야만 하는지, 가족들의 병과 고통이 잘못된 먹거리에서 비롯되었음을 공감했다.

언제 오나 기다리는 토요일 저녁마다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법에 흠뻑 빠지고 자연농의 매력을 하나하나 알아보았다. 작물 심기와 병충해 방제, 추비 주기 등에서 자연농은 최소한의 인위적 간섭과 무투입으로 자연환경 속에서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추비를 주지 않아도 자연의 기운을 머금고 야무지게 자라는 (적지만 영양은 충분한) 텃밭에서 자라는 생명들이 신기했다. 그러자 곧 장마철, 엄청난 속도로 자라는 잡초에 기세가 눌리는 작물들을 돌보느라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에 옷이 쫄딱 젖기가 일쑤였다. “아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구나” 스터디원 모두가 절절히 느끼는 여름 학습이었다.

대규모 단작을 해야만 경제적으로 타산이 나는 현실에서 소규모 영농이나 생태텃밭을 하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수탈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려면 경제논리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그러기에 생태텃밭을 돌보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할 수밖에 없음을 이번 스터디를 통해서 다시금 느꼈다. 날마다 자라는 옥수수처럼 날마다 새롭게 우리들의 생각과 느낌도 자라났다.

작은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면 귀한 친환경이나 자연농 농산물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벌레 먹은 깻잎 한 장, 구부러진 오이와 가지도 맛나다. 겉껍질이 두꺼운 것도, 못생긴 것도 입속에 들어오면 자연의 달콤함이 퍼져 “와우 바로 이 맛이야” 손이 자꾸 간다. 남기는 것 없이, 쓰레기 제로, 싹싹 먹는 마력을 느낀다.

가뭄에 물주기가 너무도 힘들어 농업용수 시설이라도 제대로 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쫄쫄 나는 물을 받아 조리개로 주면 호흡량을 줄이기 위해 잔뜩 웅크렸던 이파리를 쭈욱 펴서 일어나는 작물들의 신나는 모습을 볼 때는 함께 기뻐하게 됐다. 작물과 교감을 느낀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구나 싶다.

이런 기회를 준 제주대안연구공동체와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감사드린다. 특히 학습동아리 담당자들의 적극적 지원으로 무더위를 잘 버텨낸 듯해 깊이 고마움을 느낀다. 땅의 귀중함을 느끼고 좋은 흙을 존중할 줄 아는 소규모 영농인과 텃밭 가꾸는 이들 모두가 밭을 경작할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텃밭이 도시 정책의 주차장처럼 마련되면 좋겠다. 누구나 1인 2직업(경제와 텃밭 먹거리)을 갖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

이 글은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홈페이지(jejuin.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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