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양재 (李亮載) / 20세 때부터 고서화를 수집한 민족주의 경향의 ‘애서운동가’로서, 서지학과 회화사 분야에서 1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2책, 공저 1책, 편저 1책 있음. 현재 ‘포럼 그림과 책’ 공동대표, ‘고려미술연구소’ 대표.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인하여, 제주외항에 접안하는 크루즈와 국제선 항공편이 감소하였고, 국내선 항공편도 여느 때와는 달리 여유롭고 가격도 저렴하다. 제주의 많은 호텔들이 문을 닫고 휴업하고 있기도 하며, 관광업계도 비상이다. 그러한 반면에 일본의 관광지는 중국인들로 북적인다. 지금 일본은 가는 곳마다 중국말로 가득 차 있다.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인하여 서귀포 강정 민관복합항은 민항으로서의 수요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에 따라 강정 민관복합항이 이제는 그대로 해군기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가 계획될 때부터, 관광객의 폭주로 포화상태에 이르면 기존의 제주국제공항을 군사공항으로 겸용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언젠가는 제주에 군사 목적을 겸한 신공항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게다가 해군기지를 엄호할 군사항공기지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략적 목적에 의하여 중국으로부터 비교적 거리가 좀 떨어진 제주도에서 가장 서쪽인 성산읍 일대로 신공항이 결정되었다. 나는 여기에서 중국을 친구가 아니라 적으로 돌린 수구정권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박근혜 수구정권은 탄핵의 와중에도 사드를 기습적으로 배치하였다. 그런가 하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북한의 화성14호 (ICBM) 실험을 빌미로 하여 사드 4기를 더 임시 배치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외교적-군사적 해법의 묘수를 찾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의 첫 실책이다.

북한이 핵개발하고 로켓을 실험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였다. 그러다가 사드 배치는 동북아 정세를 한순간에 중국과 한국의 대결로 만들어 버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남북문제에서 미국과 일본의 등 뒤로 숨은 약체의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덩치를 믿고 거대한 중-러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형세가 되어 버렸다. 한국의 강경보수 세력은 어리석게도 한미일 대 조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을 이롭게 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웃는 자는 북한의 강경군부이다. 한중간의 대결이 심해질수록 조중러는 단결하게 되어 있다. 사드배치는 중국과의 문제뿐만 아니라 러시아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성주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는 물론이고 한국, 더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문제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으로 인한 유엔의 제재결의를 한반도 사드배치라는 블랙홀이 빨아들이고 있다. 중러의 북한제재는 무늬만 제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반도의 사드배치는 우리나라와 민족의 생존과 이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북한은 사드배치에 아무런 손해가 없다. 북한보다도 한국의 정치-경제-문화 등등에 미치는 손해가 매우 크다. 오히려 경제적 측면에서는 성주보다도 제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사드배치는 미국의 사드배치 요구보다는 박근혜 수구정권이 미국의 보수파와 군수기업에 알아서 긴 것과 같은 모양새를 보인다. 사드배치는 우리가 동북아에서 외세의 지배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중립(中立)의 목소리를 내고 외교적 역량을 높일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도 그 기회를 인식조차 못하고 민족 자존심과 생존권을 미국에 갖다가 바친 꼴이다. 만약, 노련한 김대중 대통령이나 역사관이 분명한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사드배치를 이렇게 처리하였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나는 정치와는 무관한 일개 서생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평범한 국민으로서의 역사관과 민족의식에서 보면, 사드배치는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로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관점에서 현 정세를 보면, 사드배치는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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